R&D 혁신역량은 이미 최고 … 노동 경직성·규제 허들 넘어야 G5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2024. 1. 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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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한경협, 역동경제 6대지표 분석
파업 잦아 근로손실 年38.8일
G5 평균 18.1일…日은 0.2일
높은 법인세·과도한 시장규제
외국인 韓 투자매력 떨어뜨려
반도체에 집중된 수출도 과제

◆ 5·5·5 담대한 도전 ◆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40대 직장인 박 모씨는 매일 오후 5시에 퇴근한다. 정규직이지만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퇴근 후에는 주 3회 정도 밤 12시까지 우버 기사를 하면서 월급만큼 돈을 번다. 박씨는 "한국에 살 때는 퇴근 후 투잡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며 "미국은 고용 형태도 다양하지만 우버도 허용하고 있어 투잡을 뛰기에 용이하다"고 말했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인협회가 역동경제를 추동하는 6대 지표를 분석한 결과 대한민국은 혁신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생산성이 낮아지고 규제 허들이 높아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 기업이 한국에 투자를 적게 하면 경제 활력은 하락한다. 특히 노동 분야는 경제 역동성을 가로막는 가장 취약한 부문으로 꼽혔다. 획기적인 노동개혁 없이는 국내외 기업의 투자도, G5 강국 진입도 모두 어렵다는 뜻이다. 노동개혁 골든타임은 계속 지나가고 있지만 노동계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고 하는 데다 총선까지 있어 올해도 노동개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매일경제와 한경협은 G5 강국으로 가기 위해 역동경제를 구성하는 총 6개 부문을 선정하고 한국의 경쟁력을 기존 G5 국가와 비교했다. 6개 지표는 생산성을 측정하는 총요소생산성(TFP)과 규제 환경을 알 수 있는 상품시장 규제(PMR) 지수, 노동시장 자유도 지수, 국내총생산(GDP) 대비 해외직접투자(FDI) 유입 비율, 수출의 품목 집중도(허핀달-허슈만 지수), 글로벌 혁신지수(GII)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과 자본 같은 직접투입 요소 외에 경영혁신이나 기술개발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경제 역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부문의 부가가치 창출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미국을 1로 봤을 때 한국은 0.61로 일본·독일·영국·프랑스 같은 G5 평균(0.86)에 미치지 못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통해 확인한 상품시장 규제지수도 1.71로 G5 평균(1.32)보다 높았다. 그만큼 규제가 강하다는 의미다. 한국은 OECD 38개국 중에서도 6번째로 규제 강도가 세다.

노동시장 자유도 지수는 캐나다 프레이저 연구소의 경제자유지수 중 노동시장 규제 부분 자유도를 나타낸다. 한국의 노동시장 자유도 지수는 4.67로 G5 평균(7.77)과 비교해 초라하다. 미국(9.14)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이다. 한국 노동시장 경쟁력은 조사 대상 165개국 중 152위로 최하위권이다.

노동시장 자유도뿐만 아니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022년 기준 48.8달러(구매력기준)로 89.9달러인 미국의 절반에 그친다. G5 평균(77.1달러)에도 크게 뒤처진다. 파업에 따른 근로손실일수도 인구 1000명당 38.8일로 G5 평균(18.1일) 대비 2배를 넘는다. 일본은 근로손실일수가 0.2일밖에 되지 않는다.

GDP 대비 FDI 유입 비율은 숫자가 클수록 경제 역동성도 올라간다. 최근 5년간(2018~2022년) 연평균 수치를 놓고 G5 강국 평균(0.93%)과 비교해보면 한국은 0.82%로 나타났다. AT커니가 FDI 매력도를 측정한 FDI 신뢰지수에서도 2023년 기준 한국은 1.71로 미국(2.31) 일본(2.07) 독일(2.05) 영국(2.04) 프랑스(2.03) 등 G5 강국에 뒤처진다. 높은 법인세 부담과 과도한 시장 규제가 외국 기업의 한국에 대한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허핀달-허슈만 지수는 특정 품목의 수출 집중도를 나타낸다. 한국은 G5 평균보다 수치가 훨씬 높아 산업의 다양성이 떨어졌다. 수출에서 반도체 산업 하나가 차지하는 비중이 20% 가까이 된다.

정부와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만 보면 한국은 G5 강국 중에서도 선두권이다. 2021년 OECD 통계에서 기업과 정부의 연구개발비를 모두 합치면 한국은 미국과 일본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하지만 120개 중점 과학기술 분야에서 기술 수준은 미국을 100이라고 했을 때 한국은 80.1로 일본(87.3)이나 유럽연합(95.6)에 훨씬 뒤떨어진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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