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대리전 양상… 양안 관계에 영향 미치나 [2024 신년기획-세계 리더십 변화]

이우중 2024. 1. 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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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대만 총통 선거
中, 반중 성향 후보 당선 저지 총력
각종 수단 동원해 개입 ‘막판 변수’
2024년은 바야흐로 ‘선거의 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41%,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2%를 차지하는 약 40개국에서 대통령 선거나 총선거 또는 지방선거 등 전국 단위 선거가 열린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유권자들이 참여하는 유럽의회 선거를 포함하면 이 숫자는 70개국가량으로 늘어난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2024년에는 인도, 미국,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브라질, 방글라데시, 러시아, 멕시코 등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10개국 중 8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진다”며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40억명 이상이 투표소로 향하는 해”라고 전했다. 2048년 이전에는 다시 없을 역사적인 선거의 해다. 각 선거가 불러올 파장도 크다.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미국 대선 말고도 향후 양안(대만과 중국) 관계와 미·중 전략경쟁의 분수령이 될 대만 총통 선거, 전쟁을 수행 중인 러시아 대선도 예정돼 있다. 일본의 조기 총선 가능성도 높은 만큼 한반도 주변 4강국 가운데 중국을 제외한 3개국 정상이 새로 선출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2개의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국 정상의 교체 가능성은 세계 경제와 안보에 불확실성을 더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고도화에 따라 가짜뉴스 등이 선거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다분하다.
 
친중·반중 후보가 경합하며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양상을 띠는 대만 총통 선거가 오는 13일 실시된다.

미·중 갈등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가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 변화 등에 어떤 영향을 부를지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반중·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면 양안 관계는 한층 불안해질 것으로 보이며, 친중 성향으로 분류되는 제1 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 당선 시엔 중국과의 직접 대화와 교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 경우 대만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현재는 라이 후보와 허우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중이다. 대만 인터넷 매체 메이리다오 전자보가 지난해 12월2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라이 후보의 지지율은 37.5%였고, 허우 후보는 32.6%였다. 우쯔자 메이리다오 전자보 회장은 두 후보 간 지지율 차이 4.9%포인트는 10만∼40만표 차이로 보인다며 30만∼50만표는 오차범위 내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는 16.3%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번 선거는 미·중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지만 중국 측의 마음이 더 급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반중·독립 성향의 라이 후보 당선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미국은 반드시 라이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라이 후보의 강한 독립 성향에 양안 간 현상 유지를 원하는 미국이 불편해한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에 민진당 측은 “국제사회는 현상 유지를 가장 지지하고 있으며, 우리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현상 유지를 지지한다”고 진화에 나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중국의 개입이 선거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중국은 각종 수단을 동원해 선거 개입 시도를 하고 있다. 군사적 위협과 경제보복 가능성을 흘리며 친중 성향 총통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분위기를 풍기는가 하면 대만 유권자를 회유할 목적으로 저가 관광 등을 제공한 사례도 적발됐다.

중국은 또 대만의 중국산 제품 수입 규제가 무역장벽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발표하고 경제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만은 중국 당국이 대선 직전까지 무역장벽 조사를 벌이려는 것이 선거 개입을 노린 경제적 압박 조치라고 비난해왔다. 경제적인 압력을 통해 집권 민진당에 대한 민심 이반을 꾀함으로써 대만 총통 선거를 중국에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중국의 압박이 실제 표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다. 대만 국민의 선거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세계정세에 대만 총통 선거가 갖는 의미가 큰 것과 반대로 대만 내의 투표율은 낮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메이리다오 전자보는 논평을 통해 “이론적으로 이번 선거는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3파전이지만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며 “유권자들은 정치인과 정당이 자리와 자원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고 느낄 뿐 이들에게 관심이 없고 ‘세 개의 썩은 사과’ 중 어떤 것이 낫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국 누가 더 많은 지지자를 붙잡아 그들이 ‘마지못해’ 투표장으로 향하게 만들 수 있느냐가 승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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