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진 메운 美, 최대 수출시장 등극 … 올해 車·반도체로 쌍끌이

이새하 기자(ha12@mk.co.kr), 박제완 기자(greenpea94@mk.co.kr), 최현재 기자(aporia12@mk.co.kr) 2024. 1. 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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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무역 21년만에 '지각변동'
역대최대 자동차수출 힘입어
작년 12월 대미수출 113억弗
대중 무역수지 31년만에 적자
2차전지 소재 수입증가 영향
"친환경 선박발주 크게 늘어"
조선 수주행진도 이어질 듯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이 반도체, 자동차 수출 호조로 3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무역수지도 6월부터 12월까지 7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며 올해 수출 전망을 밝혔다. 1일 부산항에 가득 쌓인 컨테이너 박스들이 세계 곳곳으로 선적을 앞두고 있다. 김호영 기자

지난해는 전 세계 공급망이 급속히 재편되면서 한국 수출의 지형도가 크게 바뀐 해였다. 특히 지난달부터는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국으로 떠올랐다. 2003년 이후 2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또 미국은 21년 만에 한국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이 됐다. 반면 대중 무역수지(수출-수입)는 3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올해 수출은 우리나라 주력 품목인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선박 등이 이끌어갈 전망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대미 수출액은 113억달러를 기록하며 월간 수출액 기준 1위 국가로 올라섰다. 20년6개월 만에 중국을 제치고 미국이 최대 수출국으로 등극한 것이다. 같은 달 대중 수출액은 109억달러를 기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간 수출액으로 봐도 미국은 2005년 이후 18년 만에 중국에 이은 2위 수출국으로 복귀했다"며 "중국과 미국의 수출 비중 차이도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0년만 해도 11.4%포인트였던 중국과 미국의 비중 차이는 지난해 1.4%포인트로 좁혀졌다.

대미 수출 증가에 힘입어 한국 무역의 판도가 바뀌었다. 미국은 2002년 이후 21년 만에 우리나라가 무역수지 흑자를 가장 많이 거둔 국가가 됐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는 445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자동차 수출이 뒷받침한 덕분이다.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708억7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 물량은 117만2612대에 이른다. 12월 수출 물량을 빼더라도 이미 연간 최대치를 찍었다.

반면 대중 무역수지는 31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한국은 대중 교역에서 180억달러 적자를 봤다. 경기 둔화로 중국 내수가 위축된 데다 중국이 중간재 독립에 속도를 낸 결과로 분석된다. 스마트폰과 PC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업황 부진으로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단가가 하락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거꾸로 2차전지 산업이 커지면서 한국이 중국에서 사오는 상품은 많아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수산화리튬, 황산니켈, 황산코발트, 전구체를 비롯한 주요 2차전지 소재의 대중국 의존도는 각각 82.3%, 72.1%, 100%, 97.4%에 달한다.

올해도 자동차와 조선 수출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수출이 늘면서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10월 조(兆) 단위 투자 계획을 내놨다. 2조4922억원을 투입해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엔진 자동차선(PCTC) 12척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 선박에는 소형차 1만800대를 실을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운영하는 자동차선이 82척인 점을 고려하면 12척 신규 투입은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배경에는 현대자동차·기아의 수출 물량이 지난해 11월까지 이미 200만대를 넘어서며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올해 수출 역시 작년 수치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올해 세계 자동차 수요가 전년보다 4.1%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K조선의 수출 행진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선박 수출은 전년보다 20.9% 증가했다. 올해는 조선사가 2022년 수주한 물량이 선주사에 인도돼 수출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2022년은 국내 조선업체가 전 세계 발주량의 37%에 해당하는 453억달러(약 59조원) 규모의 선박을 수주해 2018년 이후 최대 점유율을 기록한 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2022년 LNG 운반선 신조 발주가 급증하고 신조선가 역시 상승세를 보였던 것이 실적에 반영된다"며 "친환경 선박 발주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도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설 전망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발전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차세대 반도체 수요가 높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콘퍼런스콜에서 "2024년 HBM3와 HBM3E 생산량이 모두 매진됐고 고객 추가 문의도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이새하 기자 / 박제완 기자 / 최현재 기자 /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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