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어디서 읽나요"… 갈곳 잃은 시각장애인

이지안(cup@mk.co.kr) 2024. 1. 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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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2대31'.

중학생 때부터 이곳에서 책을 읽었다는 시각장애인 A씨(46)는 "폐관 소식을 접하고 많은 시각장애인 동료가 안타까워했다"며 "지역 도서관에도 점자도서를 구비해놓은 경우가 있지만 숫자가 부족해 점자도서관을 많이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관계자는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가족들과 함께 점자도서관을 방문해 책을 읽는다"며 "점자 학습에도 유용하고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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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닫은 서울점자도서관
운영효율 명목 31년만에 폐관
전국 도서관 30여곳만 남아
독서토론·작가와의 만남 등
문화 창구 역할 해왔던 곳
"장애인 학습권 침해 소지"
지난해 12월 31일 폐관한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서울점자도서관. 이지안 기자

'7652대31'.

전국에 있는 일반도서관과 점자도서관의 숫자(2020년 기준) 차이다.

최근 서울시내 한 점자도서관이 문을 닫으면서 장애인의 학습권을 둘러싼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달 4일은 유엔이 공식 지정한 세계 점자의 날이기도 하다.

지난달 31일을 끝으로 서울 노원구 소재 서울점자도서관이 폐관했다. 1992년에 설립된 이곳은 31년간 시각장애인들이 찾는 독서 공간이었지만 운영 효율화 방침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결국 문을 닫게 됐다. 중학생 때부터 이곳에서 책을 읽었다는 시각장애인 A씨(46)는 "폐관 소식을 접하고 많은 시각장애인 동료가 안타까워했다"며 "지역 도서관에도 점자도서를 구비해놓은 경우가 있지만 숫자가 부족해 점자도서관을 많이 이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점자도서관이 없어진다는 것은 시각장애인의 학습권이 온전히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점자도서관의 축소는 시각장애인의 문화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곳일 뿐만 아니라 독서 토론,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복합공간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기자가 찾은 서울 소재 한 점자도서관은 독서 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관계자는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가족들과 함께 점자도서관을 방문해 책을 읽는다"며 "점자 학습에도 유용하고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노원구의 서울점자도서관에서도 지난해 점자를 필사해 시집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호응을 얻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간한 '장애인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중 문화활동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답변은 49.5%에 달했다.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 부담'(29.7%)이 컸다. 적은 비용으로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도서관은 시각장애인에게 그만큼 절실하다.

시각장애인 김 모씨(59)는 "시각장애인들이 학습하고 책을 읽고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은 아쉬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각장애인은 "점자도서관이 있어야 시각장애인 특성에 맞춘 각종 점자도서를 제작할 수 있는데 이게 없어진다는 것은 시각장애인의 학습권이 온전히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점자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 정책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정책 기반으로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며 "점자문화원을 새롭게 만들어 점자 보급률 등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점자도서관은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등 기본적 권리와 직결돼 있는 만큼 폐관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존 서비스가 다른 기관에 이관된다 하더라도 점자도서관의 상징성, 도서관으로서의 접근성 등을 고려하면 문화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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