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지선 이긴 與 vs 조직세 강한 野 … 민심은 여전히 ‘팽팽’ [심층기획-22대 총선 풍향계]

김병관 2024. 1. 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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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차례 총선 결과로 본 수도권 판세
국민의힘 ‘3연승’ 강남 3구 등 13곳
민주당은 62곳 달해… ‘현역 프리미엄’
한강 인접 15석 최대 승부처로 부상
尹, 대선 강동갑·동작을 등 6곳 대승
은평·서대문·마포구 등도 주목할 만
경기·인천지역 野 우세 유지 가능성 속
고양·성남·수원·용인·화성 등 대도시
보수계열 한번 이상 당선… 격전 예고
“결국은 누가 더 혁신하느냐의 문제”
여야 당 쇄신 통한 새바람 ‘절치부심’
‘지역 패권을 쥔 더불어민주당의 수성(守城)이냐,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판을 흔든 국민의힘의 탈환이냐.’ 세계일보가 최근 3차례의 국회의원 총선거와 2022년 대선, 지선 결과를 토대로 분석한 4·10 총선의 수도권 ‘선거판’은 이같이 요약된다. 수도권 현역 의원과 다선 지역구가 많은 민주당은 지역 기반을 닦을 시간적·물리적 자원이 많은 게 강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대선과 지선에서 국민의힘을 선택한 민주당 지역구가 적지 않다는 점은 여당에 기회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판 위에서 ‘정권 견제론 대 정권 안정론’의 선거 구도, 여야의 쇄신 경쟁과 인물 수혈, 메가톤급 정책에 따른 ‘바람’이 영향을 미쳐 4·10 총선 결과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는 총선을 향한 100일간의 레이스가 시작된 1일 수도권의 주요 승부처와 선거전의 변수를 짚었다.
국회 앞에서 투표하는 퍼포먼스 모습. 뉴스1
◆‘수도권 패권’ 쥐고 있는 野

지난 3차례의 총선 결과를 종합하면, 민주당이 12년 동안 석권한 수도권 지역구는 62곳으로 전체 수도권 지역구의 51.2%에 달한다. 서울의 동북·서남권(26곳), 경기의 대도시(31곳), 경기와 접한 인천 지역(5곳)을 중심으로 분포해 있다. 현 의석수를 기준으로 따져 보면 수도권 현역 의원의 80.2%(97명)가 민주당 소속이다. 

국민의힘이 3차례 총선에서 연이어 승리한 지역구는 서울 강남 3구(5곳), 경기 도농복합지역(6곳), 북한과 인접한 인천 지역(2곳) 등 13곳(10.7%)에 그친다. 수도권 현역 의원 수도 17명(14%)으로 크게 뒤진다.

역대 총선 성적표는 밑바닥에서 선거 운동을 펼칠 당의 지역 조직세와 곧바로 연계된다. 다선 의원의 지역구일수록 조직이 깊이 뿌리내려 진입 장벽이 높다는 평가다. 현역 의원은 원외 인사와 달리 지역구 사무실을 설치할 수 있고, ‘지역 보좌관’을 예산으로 고용할 수 있는 등의 이점이 있다. 

민주당 현역 의원이 3선을 한 지역구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여권 인사는 “그동안 당세가 약해지고 당 조직이 와해한 게 가장 큰 어려움”이라며 “지역 시민단체와 이익단체들이 민주당 쪽으로 기운 측면도 있다”고 했다. 여당의 한 경기 지역 당협위원장도 “(민주당이 당선된) 지난 12년 동안 지역의 청년, 여성, 동별 조직이 다 무너졌다”고 했다. 
◆출렁이는 민심… ‘한강 벨트’ 주목 

그러나 선거 구도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수도권 특성상 조직력에 판세가 좌우된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최근 3차례의 총선에서 당선 정당이 한 번이라도 뒤바뀐 수도권 지역구는 45곳이다.

2022년 대선과 지선 결과에서 ‘판 갈이’의 조짐이 엿보였다는 지적도 있다. 수도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를 10%포인트 차 안팎으로 이긴 민주당 현역 의원 지역구는 11곳이다. 윤 대통령이 단순 승리한 민주당 지역구는 27곳으로 추산된다.

특히 15석 정도 되는 서울 ‘한강 벨트’가 최대 승부처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강과 인접한 권역을 일컫는 이곳에서 민주당은 현재 14석을 점유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중 강동갑(10.3%포인트), 동작을(10%포인트), 마포갑(12.2%포인트), 양천갑(12.6%포인트), 중구성동갑(8.3%포인트), 중구성동을(9.6%포인트) 총 6개 지역구에서 큰 표차로 이겼다.
다만 여당의 상승세가 꺾였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리서치앤서치가 동아일보 의뢰로 한강 벨트에 속한 마포·용산·성동·광진·동작구 유권자의 투표 의향 정당을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은 35.9%, 민주당은 32.8%로 나타났다. 같은 기관의 지난해 6월 조사에서 국민의힘 34.5%, 민주당 29.4%로 집계된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도봉·노원·중랑·강동구를 묶은 ‘동부 벨트’와 은평·서대문·마포구를 합한 ‘서북권’도 승부처로 보인다.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동부 벨트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은 32.5%로 동률을 이뤘다. 서북권에선 국민의힘 32.6%, 민주당 29.5%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 26∼28일 서울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802명을 대상으로 유·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됐다. 

여권에서도 기대감이 감돈다. ‘한강 벨트’의 한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은 “이곳이 민주당에 연거푸 질 정도의 험지는 아니다. 대통령 지지율 같은 전체적인 판세의 영향은 받지만, 객관적인 지표를 보면 지역 내부적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 대도시 격전… 與 지방권력 ‘변수’ 

경기·인천 지역은 서울보다 민주당의 우세가 공고히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민주당 지역구 중 경기 성남 분당을(16.1%포인트)·용인병(9.2%포인트), 인천 연수을(8.8%포인트)에서만 윤 대통령이 큰 표차로 이겼다. 이들 지역은 모두 지난 3차례 총선에서 국민의힘 계열이 한 번 이상 당선돼 보수세가 남아 있는 곳이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해 12월 26∼28일 경기에 거주하는 유권자 824명을 대상으로 투표 의향 정당을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은 30%, 민주당은 40.7%로 나타나기도 했다. 인천 유권자 8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인천 지역 지지율은 국민의힘 35.1%, 민주당 34.7%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은 의석이 많이 걸린 경기 고양, 성남, 수원, 용인, 화성 등 대도시를 공략 지역으로 삼고 판을 흔들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 경기도당 관계자는 “인구 구성의 변동 폭이 큰 대도시는 바람을 일으키기 좋다”며 “장·차관급 인사를 대거 차출하고 참신한 인물을 영입해 배치하면 해볼 만하다”고 했다. 

민주당에서 지역구 공천을 두고 현역 의원 간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도 국민의힘에 기회 요인이다. 2022년 지선 결과 여당 소속 자치단체장과 지방 의원이 수도권 곳곳에 터 잡은 점도 호재다. 서울 강북의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은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이 대거 당선되며 지역 조직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다른 원외 인사도 “구청장이 우리 편이다 보니 행사장에서 마이크를 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누가 더 혁신하느냐’의 싸움

다만 지난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드러났듯 대선·지선 결과가 총선 결과로 곧바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정권 견제론’의 강도와 인물 경쟁력에 달렸다는 것이다. 강서구는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2.2%포인트 차로 진 접전지였지만, 구청장 보선에선 국민의힘이 17.15%포인트 차로 패했다.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 지역 민주당 의원은 “3년 전부터 대선·지선까지는 민주당을 심판하는 분위기가 컸는데, 작년 말부터는 다시 회복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여당의 우세 흐름이 뚜렷한 경기 지역 민주당 의원도 “수도권은 윤 정부의 무능과 독선 같은 외부 요소에 영향을 크게 받는 곳”이라며 비관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에서 당의 쇄신을 통해 수도권에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승부처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여권 인사는 “‘기득권 보수’라는 프레임을 깨고 젊고 능력 있고 따뜻한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강 벨트의 한 민주당 현역 의원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죽자고 싸우는데, 민주당은 정쟁보다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김병관 기자, 국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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