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위’ 래리 호건 美 전 주지사 “美 유권자들 역대급 비호감 후보에 지쳐… 변화 열망 커” [2024 신년기획-세계 리더십 변화]

박영준 2024. 1. 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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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여건 기소’ 트럼프, 정상 범위 벗어나
고령 바이든은 업무 수행 능력 우려 커
‘전직 대통령에 투표 않겠다’ 70% 달해
제3의 후보 나올 수 있는 시기는 지금
중도성향 ‘노레이블스’ 공동대표 맡아
극도로 분열된 정치판에 영향력 끼쳐
퇴임 때 지지율 77%… 차기 잠룡 부상
“출마 결정은 아직”… 가능성 열어둬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는 지난해 1월 8년간의 재선 주지사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호건 전 주지사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이던 2014년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인 메릴랜드주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당선돼 이변을 일으켰다.

그는 2018년 재선에 성공하고, 3선을 제한한 주법에 따라 임기를 마칠 때까지 미국 50개 주 주지사 가운데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퇴임 당시 지지율이 무려 77%였다.
미국의 중도 성향 정치단체 ‘노레이블스(No Labels)’의 공동 의장인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가 지난해 12월13일(현지시간) 메릴랜드 아나폴리스 호건컴퍼니 사무실에서 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치러질 미 대선 전망과 본인의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나폴리스=박영준 특파원
자연스럽게 2020년 대선에서 주지사 출신의 대선 예비 후보 중 한 명으로 부상했고, 2023년 주지사 임기 종료를 앞두고는 당으로부터 상원의원 출마 제의가 이어졌다.

‘따 놓은 당상’ 같은 길이었지만 그의 선택은 달랐다. 호건 전 주지사는 “매일 논쟁을 벌이는 (상원의원) 100명 중의 1명으로는 많은 일을 할 수 없다”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에게 지난해부터는 2024년 대선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호건 전 주지사는 이번에도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럼에도 미 정치권과 유력 언론은 아직까지 끊임없이 그를 차기 대선 잠룡으로 거론하고 있다. 자유로운 몸인 그도 현재 대선 후보 출마 가능성은 완전히 닫지 않는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공화·민주당 양당 체제가 아닌 중도 성향 정치단체 ‘노레이블스(No Labels)’의 공동 의장으로 대선판에 영향을 주려는 것이다.

호건 전 주지사와 지난달 13일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에 있는 호건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국계 유미 호건 여사와 결혼한 그는 ‘한국 사위’로 더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선에 출마할 계획인가.

“나는 출마를 결정하지도 배제하지도 않았다. 제가 미국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주지사였기 때문에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 이름이 많이 거론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선에서 노레이블스의 계획은.

“지금 미국 정치가 극도로 분열되어 있다. 노레이블스는 서로를 공격하는 대신 경계를 가로질러 함께 일하고 더 국민을 위한 대화를 나누고,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것이 목표다. 노레이블스는 사상 처음으로 제3당을 창당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보다 국가를 우선시하는 단일 후보를 만들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같은 당 트럼프에게 반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부 정책에 동의했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 필요한 인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2016년에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말한 최초이자 유일한 주 선출직 공화당원이었다. 2020년 대선에도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 나는 2018년 선거에서 미국에서 가장 민주당 지지가 높은 메릴랜드에서 당선됐다. 나는 트럼프보다 더 득표했고, 진실을 말할 수 있었다.”

―트럼프 지지율이 여전히 높다.

“공화당 예비선거 유권자의 경우, 미국 전체 인구의 24%이고 그중 20%만이 예비선거에 참여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전체 유권자의 5% 정도만 투표에 참여한다는 이야기다. 공화당 예비선거 유권자의 절반은 트럼프를 좋아한다. 나머지 절반은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아서 여러 선택지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공화당 지지층의 일부에 소구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선거 때마다 실제로 결정을 내리는 스윙보터(부동층) 유권자들은 마음을 돌리고 있다.”

―트럼프 2기를 전망한다면.

“위험하다. 트럼프는 정치의 정상에서 벗어나 있다. 현재 90건이 넘는 중범죄로 기소됐다.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당선돼도 직무수행에 대한 법적 문제도 있지만, 헌법을 무시하고 정권을 탈취하거나 정적을 처벌하겠다는 등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트럼프 당선 시 한·미 관계 우려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 동안 한·미 관계가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한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자 무역 파트너일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지만 (트럼프 행정부 당시는) 힘든 관계였다. 바이든은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국과 일본을 하나로 모으려고 노력했고, 적어도 지역과 동맹국에 관심을 기울이고 더 많은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는 그렇지 않아서 걱정이다. 그는 항상 한국과 ‘서늘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면서 북한과는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떤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7%로 트럼프보다 낮다. 미국인들은 바이든의 나이와 업무 수행 능력을 우려하고 있다. 바이든은 81세인데 나이보다도 더 늙어 보이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나는 바이든이 부통령일 때 함께 일했다. 그는 매우 활기차고 열심이었다. 지금의 그는 같은 사람이 아니다. 가끔은 (고령의) 아버지에게 더는 차를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야 할 때가 있다.”

―경제나 외교·안보 분야는.

“사람들이 크게 걱정하는 것은 경제가 나빠졌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경제가 더 좋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대중들과 단절돼 있다. 바이든은 바이드노믹스(Bidenomics·바이든과 경제학을 의미하는 이코노믹스를 합친 신조어)에 대해 자랑하지만 유권자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외교 정책에서도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하지 않고 우유부단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재앙적인 철수를 하고, 중동과 우크라이나 상황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한·미관계는 회복됐다.

“트럼프보다 바이든에게 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다. 한·미동맹은 지금 바이든 행정부에서 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양국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 대선의 중요한 쟁점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은 경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 양극화가 사상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극좌와 극우로 완전히 분열되고 (정치가) 역기능을 하는 정말 나쁜 상황까지 왔다. 가장 시끄럽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미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24시간 뉴스에서 모든 관심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국은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양극화되지 않았고, 분열되어 있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를 중도적이거나 중도 좌파 또는 중도 우파라고 생각한다. 한국 역시 정치적 양극화가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역시 새로운 요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치 양극화가 심화한 이유는.

“극우, 극좌만 당선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게리맨더링(특정 후보자나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으로 의회 선출 방식이 망가져 있다. 그들은 문제 해결을 원하지 않고,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96%의 의원들이 하원의장직을 유지하기를 바랐지만 정상이 아닌 하원의원 7명이 하원의장을 퇴출시켰다. 시스템이 의도한 대로 작동하지 않고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3의 후보, 정당이 가진 한계가 있다.

“역사적으로 제3의 후보가 승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정당은 인프라의 힘을 가지고 있고, 유권자들은 유력 정당에 투표하는 데 익숙해 있다. 새로운 제3후보, 제3정당이 가는 길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지금 미국처럼 압도적인 다수가 민주당 후보나 공화당 후보를 원하지 않는 상황은 없었다. 제3의 후보가 선출될 수 있는 시기가 있다면 그것이 지금이 될 수 있다. 바이든이나 트럼프 중 누구에게도 투표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70%다. 유권자들은 다른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래리 호건 전 주지사(오른쪽)와 그의 한국계 아내 유미 호건 여사
래리 호건 노레이블스(No labels) 대표는 …
 
●1956년 워싱턴 출생 ●플로리다주립대 정치학 ●부동산 개발 및 부동산중개업 호건컴퍼니 설립 ●메릴랜드 주 특임장관 ●제62대 메릴랜드주 주지사(2015년 1월∼2023년 1월) ●전미 주지사협회 부회장(2018∼2019년) ●전미 주지사협회 회장(2019∼2020년) ●미 중도 성향 정치 단체 ‘노레이블스’(No labels) 공동 의장

아나폴리스=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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