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사람' 없는 한동훈 … 부채 없지만 인재풀엔 한계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2024. 1. 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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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與 비대위원장 인맥분석
검사로 20년…대부분 검찰인사
동고동락 황병주·정영학 등 친밀
권순정·신자용 등 최측근 분류
절친 김현석 의사·한희열 변호사
해외 이색 인맥 日고이케 검사
장동혁·김형동 의원 법사위 인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취임한 뒤 총선 출마 예정자들은 물론 기업의 대관업무 담당자까지 온통 '한동훈 인맥'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위원장은 정치 경험 없이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직행한 데다 검사일 때도 외부와 부적절한 관계를 경계해온 터라 친하다고 알려진 사람조차 드문 상황이다. 학창 시절 죽마고우, 검사 때 동고동락한 소수만 그와 연락을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여의도에서 새롭게 형성될 '한동훈 사단'에 누가 자리를 잡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 위원장은 평소 "검사 출신 변호사 선배들이 유세를 떠는 게 보기 싫어 상가에도 잘 안 간다"고 말할 정도로 인위적 인간관계에 반감을 드러냈다. 권력형 비리 사건 등을 수사해야 하는 검사에게 인맥은 자칫 '독'이 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의 여러 동창은 "대학 때까지는 어울렸는데 검사로 임용된 뒤로는 거의 만나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그의 인맥은 검찰에서 같이 일한 선후배 검사가 주를 이룬다. 한 위원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서울대 법대 92학번 동기이면서 한 위원장(사법연수원 27기)과 기수가 가까운 28·29기 검사 중 친한 사람이 꽤 있다"며 "권순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29기), 황병주 서울동부지검장(29기), 정영학 부산지검장(29기) 등이 한 위원장과 가깝다"고 귀띔했다. 한양대 법대 출신인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28기)도 한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시절 매일 가진 '3인 회의' 때 권 실장과 함께 참석한 최측근이다. 권 실장과 신 국장은 한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됐을 때 청문회 준비단으로 부름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한 위원장이 2022년 5월 법무부 장관이 된 이후 모두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밖에 서울대 법대 동기인 정광명 감사원 지방행정감사3국장, 조병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서울대 법대 93학번이자 현대고 후배인 박세현 대검 형사부장도 한 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검사들과 연락한다는 소문이라도 날까봐 다들 선을 긋고 있다"며 "의례적인 연락조차 안 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지인들은 그럼에도 한 위원장이 흉금을 터놓는 친구들이 소수 존재한다고 전한다. 한 위원장의 동창 A씨는 "학창시절 친구 중 지금도 한 위원장과 연락이 되는 사람은 김현석 김현석성형외과 원장, 한희열 법무법인 한빛 변호사 정도"라고 전했다.

김 원장은 한 위원장과 신동초, 경원중을 거쳐 서울대까지 같이 나온 '베프(베스트 프렌드)'다. 중학교 시절 한 위원장과 전교 1등을 번갈아 차지해 '라이벌'로 불렸으나 줄곧 우정을 나눠왔다고 한다. 한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 시절 좌천돼 고초를 겪을 때도 김 원장이 위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변호사 역시 한 위원장과 경원중·현대고·서울대 법대를 같이 나온 사이로, 한 위원장이 검사 시절 변호사들과 거리를 둘 때도 인연을 이어온 몇 안 되는 친구다. 한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이 된 뒤엔 주진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 등과 교류했다. 검사 출신인 주 비서관은 변호사 시절 한 위원장과 '검언유착' 의혹이 제기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변호를 맡았다. 한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시절 업무상 소통도 했다. 조 의원은 지난해 국회 대정부질문 때 한 위원장과 이민청 설립 관련 얘기를 나누며 가까워졌다.

해외 인맥으로는 과거 주한 일본 대사관 파견 검사로 일한 고이케 다다히로 일본 법무성 대신관방국제과 검사가 있다. 고이케 검사는 한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시절 책상에 놓아둔 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를 선물해준 인물이다. 그는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업무를 같이 한 사이는 아니지만 오고가며 자주 보았다"며 "항상 젠틀하고 친절하신 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이 정계에 입문한 뒤엔 법조계 출신 초선 의원들과 가까워지는 모양새다. 이들은 법조인이라는 배경 외엔 한 위원장과 사적 인연이 없지만 여권의 세대교체 앞줄에 선 40·50대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초선임에도 사무총장에 깜짝 발탁된 장동혁 의원은 1969년생으로 제35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10년간 공무원으로 일하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이력을 지녔다. 20여 년간 판사 생활을 하다 2022년 충남 보령·서천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장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한 위원장이 눈여겨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김형동 의원은 1975년생으로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로 활동하다 2020년 21대 총선에 출마해 경북 안동 예천에서 당선됐다.

이처럼 한 위원장의 정치권 인맥은 과거 총선을 이끈 거대 정당의 리더와 달리 협소하다. 정치적 부채가 없기 때문에 과감한 인적 쇄신이 가능할 것이란 긍정론도 있지만 외부에서 검증된 인재를 끌고 오는 역할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안정훈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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