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尹 대통령은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하나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4. 1. 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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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져도 기득권 지키고
책임 전가할 수 있는
이들의 조언은 멀리 해야

"큰 판돈을 걸고 게임에 임하면 절대로 자만심을 가질 수 없다." 베스트셀러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가 한 말이다. 총선을 석 달가량 앞둔 윤석열 대통령의 심정이 바로 이렇지 않을까. 총선에서 지면 곧바로 레임덕이다. 남은 임기 동안 더불어민주당에 끌려다녀야 한다. 그러므로 윤 대통령은 자만심은커녕 절박한 심정으로 총선 승리를 갈구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면 주변에 조언을 구하는 게 당연하다. 남은 석 달이라도 국정 운영을 어떻게 하고 여당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총선 민심을 얻을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 묻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그럼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탈레브는 책 '스킨 인 더 게임'에서 이런 말을 했다. "잘못된 조언에 상응하는 처벌이 없는 경우에 (그 사람이 하는) 조언은 받아들이지 말라." 여당이 총선에서 지더라도 자기 기득권을 지키면서 손해는 피하는 사람, 그러면서 그 책임을 남에게 전가할 수 있는 이의 조언은 듣지 말라는 뜻이다. 탈레브가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행동에 대한 책임을 다른 존재에게 전가하는 사회는 존속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올바른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 탈레브는 조언도 일종의 행동이니, 그 조언에 책임을 지는 사람의 말을 들으라고 한다.

그런데 여당에서 '친윤'이라는 의원들은 그런 책임을 지는 이들인가. 그들의 지역구는 대개 영남이다. 여당 깃발을 꽂으면 당선된다. 그러므로 그들이 대통령에게 잘못된 조언을 한다고 해도 손해 볼 게 없다. 국회의원에 당선돼 윤 대통령의 임기 이후까지 의원직을 유지할 것이다. 총선 패배의 책임은 제삼자에게 돌리면 된다. 당의 변화를 요구한 이들을 향해 "저들이 내부 총질로 당을 분열시킨 탓"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미 친윤계 초선 의원들이 몇 차례 그런 기술을 선보였다.

어쩌면 그들은 윤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게임에 판돈을 걸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통령의 마음에 드는 행동과 말로 당선 가능성이 큰 지역구를 얻는 게임 말이다. 이런 게임에서는 대통령이 듣기 좋아할 말을 해야 이득이다. 총선 승리를 위한 고언은 오히려 손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지금 하는 게임은 그런 게 아니다. 민주당보다 더 많은 의석을 얻어야 하는 게임이다. 그러려면 지역구의 절반 가까이가 몰려 있는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 그는 수도권 승리에 베팅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지금 대통령과 똑같은 베팅을 한 이들은 누구일까. 즉 대통령이 수도권 민심을 잃으면 그 손실을 온전히 떠안는 이들은 누구일까. 바로 수도권에 출마해 민주당과 힘겨운 싸움을 하겠다고 나선 이들이다. 수도권은 몇백 표 차이로도 승패가 갈리는 곳. 잘못된 조언의 대가는 냉혹하다. 낙선으로 그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한다. 이들이야말로 이번 총선에서 탈레브가 말한 '행동'과 '책임'의 균형을 이룬 사람들이다. 대통령은 그들의 조언부터 들어야 한다.

그 조언은 예측 가능하다. 수도권에서 이기려면 중도층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중도층은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 운영과 수직적인 당·대통령실 관계에 실망했다. 대통령은 이를 뜯어고치고 협치를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을 추종하는 이들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이들을 공천해야 한다. 그래야 총선에서 이긴다.

그러나 만약 대통령이 총선을 '내 사람을 심는 게임'으로 인식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는 더 많은 친윤 의원으로 당을 확실히 장악하겠다는 게임이다. 그렇게 되면 국정을 일방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총선이라는 큰 게임을 놓치게 될 것이다. 2016년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사람 심기' 게임을 하다 총선에서 졌다. 지금 윤 대통령이 마음에 그리는 게임은 무엇인가.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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