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가득 싣고 도약의 새해 출발
기업 경영환경 여전히 안갯속
반도체·車 등 수출 회복에 기대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에 재계는 도약 혹은 침체라는 갈림길에 설 전망이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과 경기 부진이 한국 경제를 덮쳤던 지난해보다 세계 경기가 소폭 개선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신성장동력 확보와 신사업 개척이 기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획기적인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기업들의 분투 여부가 올해 개별 기업 흥망은 물론 일자리 창출이나 국가 성장동력 확보와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초반 분위기는 좋지 않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금융업을 제외한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중 조사에 응한 372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를 벌인 결과 1월 전망치는 91.9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2.9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BSI는 경기 호전 전망을 판단하는 기준선인 100을 지난해 4월부터 22개월 연속 하회하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87)과 비제조업(95.2) 모두 기준선을 밑돌았다. 추광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글로벌 경기 부진과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경영 환경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수출은 개선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97.2로 지난해 4분기(90.2)보다 7포인트 상승했다. 수출 경기 호전 전망을 판단하는 기준선인 100을 여전히 하회하고 있으나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산업별로는 반도체(103.4) 자동차·부품(102.4) 무선통신기기·부품(110.9) 선박(113.3) 업종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관측됐다. 반면 석유제품(67.8)은 국제유가 하락과 환율 변동으로 수출 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됐다. 업종별로 수출 회복 기대가 엇갈리는 가운데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와 신사업 발굴로 수출시장 개척에 나서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경기 회복의 불씨는 희미하지만 성장 활로를 뚫기 위한 기업들의 '군불때기'는 가열차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라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는 연구개발(R&D)과 전략적 시설 투자를 앞세워 도약에 시동을 건다. 삼성전자는 2023년 시설투자에만 약 53조7000억원을 투입했다. 연간 최대 수준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중장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평택캠퍼스 3기 마감, 4기 골조 투자 등 R&D 투자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최고 수준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도 적극 진행한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는 첨단공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평택캠퍼스 생산능력 확대와 미국 테일러공장 인프라 투자 등으로 2022년보다 출자액이 늘었다.
SK그룹은 지정학적 위기 심화 등 대격변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 대내외 환경 변화에 맞춰 발 빠르게 전환을 추진한다는 목표다.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그룹 차원의 통합조직과 같은 인프라를 확대해 사업 경쟁력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10년 중국에 설립한 SK차이나와 같은 그룹 통합법인을 다른 거점 지역에도 신설하는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 중이다.
또 최태원 회장이 사업 확장과 성장 기반인 투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철저히 검증하고 투자 완결성을 확보할 것을 주문한 만큼 그간 추진해온 '파이낸셜 스토리'를 다양한 경영 변수에 맞춰 탄력적으로 바꾸고 유기적으로 대응하는 시나리오 플래닝을 고도화해나갈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사업 초점을 PBV(목적기반차량)와 SDV(소프트웨어중심 자동차)로 전환한다. 기아는 5년 만에 참가하는 '2024년 국제가전박람회(CES2024)'에서 PBV 전략을 내놓는다. 우선 이번 CES를 통해 PBV 5대 라인업을 한번에 공개한다. 차량 크기별로 중형 3대, 대형 1대, 소형 1대의 콘셉트카를 선보일 예정이다. PBV는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분야다. 다양한 차종 제작에 사용할 수 있는 전기차 플랫폼을 활용해 주문자 목적에 맞는 차체 크기와 주행 성능을 갖춘 차량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기아는 세계 최초로 PBV 전용 공장 '이보 플랜트(EVO Plant)'를 오토랜드 화성에 구축 중이다. 올해 11월 가동을 목표로 내년 7월 첫 PBV인 'SW(프로젝트명)'를 생산할 계획이다.
LG그룹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를 꼽으며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먼저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대규모 R&D를 추진하기 위해 5년간 3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LG AI연구원을 주축으로 초거대 AI인 엑사원(EXAONE)과 AI 연구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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