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동료 시민에 대한 계산 없는 선의를 총선 정책으로”

조미덥·문광호 기자 2024. 1. 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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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위원장, 과정 공정하고 멋지게
내용도 이기는 공천할 사람 찾을 것”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당직자들이 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손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새해 첫날 자신의 정치를 대표하는 개념으로 “동료 시민에 대한 선의”를 거듭 강조하며 이를 100일 남은 총선 정책으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비정치인 파격 인사와 전국을 도는 행보로 기존 정치인 의존도를 낮추고 당내 주도권을 쥐고 있다. 정권 2인자인 한 위원장 ‘얼굴’로 총선을 치를 때 윤석열 대통령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당내 시선도 적지 않다.

한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신년 인사회에서 “100일 남은 국민의 선택을 앞두고 동료 시민에 대한 계산 없는 선의를 정교한 정책으로 준비해서 실천하겠다”며 “우리가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낯선 사람들 사이의 동료 의식으로 완성된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 의식 사례로 2010년 연평도 포격 당시 한 달 간 연평도 주민들에게 쉴 곳을 제공한 인천 찜질방 인스파월드, 지하철에서 행패를 당한 낯선 시민을 위해 나서는 용기를 들며 “국민들이 그 마음을, 실천을, 상대 당과의 차이를 정확하게 알아보시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동료 시민은 미국 대통령 연설에 자주 나오는 표현인 ‘나의 동료 시민들(my fellow citizens)’에서 비롯했다. 국민을 통치 대상이 아니라 자율적 주체로 부각하는 의미로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에 지명될 때부터 연일 강조하면서 ‘한동훈 정치’를 상징하는 개념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장동혁 사무총장의 건배제의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잔을 부딪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 위원장은 당내에서 기존 정치인 의존도를 낮추고 자신의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비대위원을 대부분 비정치인들로 채운 데 이어 총선 공천 업무를 총괄할 사무총장에 초선 장동혁 의원을, 총선 전략을 이끌 여의도연구원장에 홍영림 전 조선일보 여론조사 전문기자를 임명했다. 지난달 28일 의원총회에선 “한 위원장을 아직 못봤다”고 하소연하는 의원들이 많았다.

장 사무총장은 신년 인사회에서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함께 가면 길이 된다. ‘동’료 시민과 함께 선민후사 정신으로 나아가자. ‘훈’풍을 타고 총선승리 향해 앞으로 나아가자”고 ‘한동훈’ 삼행시로 건배 제의를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새해 첫 일정이자 비대위 출범 후 비대위원들과 함께 하는 첫 외부 일정이었다. 그는 방명록에 “동료 시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 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한 위원장은 오는 2일 대전과 대구의 당 신년인사회를 간다. 4일엔 광주를 찾아 5·18민주묘지를 참배한다. 당원, 국민과의 직접적인 접촉면을 늘리는 행보다. 총선 이후 당권과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위원장은 “우리는 전국정당이고 각 지역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그에 맞는 정교한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 지방에 가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조만간 임명될 공천관리위원장도 실세보단 관리형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여당 대표가 힘이 세고 대통령과 소통이 잘되면, 공관위원장 힘은 빠지기 마련”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공천하는 과정이 공정하고 멋져 보여야 한다. 내용이 이기는 공천이어야 한다”며 “이 두 가지를 충분히 해낼 사람을 찾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발 설화를 털고, 극우세력에 공격받는 측근은 끌어안으려 했다. 그는 이날 ‘노인 비하’ ‘일제 강점 미화’ 발언으로 사퇴한 민경우 전 비대위원에 대해 “굉장히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앞으로 더 언행에 신중하고 잘하겠다”고 말했다. 김형동 비서실장이 극우 유튜버들로부터 ‘한국노총 출신에 배우자는 중국 국적, 장인이 중국 공산당 간부 출신’이라고 공격받는 데에는 “국민의힘은 자유민주주의 정당이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이 최대한 모일 때 오히려 강해진다”고 대응했다.

그는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에 대해선 ‘김건희 특검’ 대신 ‘도이치 특검’이라는 표현을 쓰며 “도이치 특검 역시 여러 차례 총선용 악법이라고 설명했다. 그 법을 가지고 총선을 치르는 것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이라고 거듭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대장동 특검도 총선 전에 대장동 수사와 재판을 사실상 마비시키려는 의도가 너무 보이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현역 의원들 만남을 최소화하며 당의 실권을 쥐어가는 한 위원장 행보에 현역 의원들은 대규모 공천 물갈이를 우려하고 있다. ‘한동훈 올인’ 전략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한 위원장 등장으로 보수층 결집 효과는 있는데, 컨벤션 효과가 사라졌을 때 중도 확장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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