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지는 홍해…미군 이어 영국군도 후티 반군에 ‘직접 행동’ 경고

정의길 기자 2024. 1. 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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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에서 작전 중인 미 해군 구축함의 병사가 전방을 지켜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홍해에서 서방과 예멘 후티 반군 사이의 충돌이 다시 일어나며, 홍해 위기가 새해부터 고조되고 있다.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31일(현지시각)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 기고에서 예멘 후티 반군인 ‘안사르 알라’가 홍해에서 화물선 항행 방해와 공격을 벌이는 것과 관련해 “우리는 기꺼이 직접 행동을 취할 것이고, 홍해에서 항행의 자유에 대한 위협을 막는 추가적인 행동을 취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악성 행위자들에게 홍해에서 불법적인 나포 및 공격에 책임을 물을 것임을 후티는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안사르 알라에 대한 직접 공격 가능성을 내비친 발언이다.

앞서, 미군은 31일 새벽 홍해에서 항해 중인 화물선을 공격하려던 안사르 알라의 배 3척을 격침하고, 무장대원 10명을 사살했다. 홍해에서 수에즈운하 쪽으로 가던 덴마크의 세계적 화물선사 머스크 소유 ‘머스크 항저우’에 안사르 알라 배 4척이 나포를 위해 20m 거리 까지 접근하자, 머스크 항저우가 구조 요청을 보냈다. 인근에 있던 미군 항모 아이젠하워와 구축함 그레이블리에서 발진한 헬기들이 안사르 알라의 배 3척을 격침하고, 무장대원 10명을 사살했다고 미군 중부사령부가 발표했다. 이 배는 전날인 30일에도 예멘의 알호데이다 항구 남서쪽 55해리(약 102㎞)에서 안사르 알라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미국은 안사르 알라와의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면서도 어떠한 조처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다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에이비시(ABC) 방송과 회견에서 “우리는 역내에서 더 큰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분명히 후티와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안사르 알라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에 대해 “당장 무엇을 논의하는지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며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할 것이고, 이 지역에 미국의 중대한 국가 안보 이해관계가 걸려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4일 홍해에서 화물선 운항 재개 계획을 발표했던 세계적 해운회사 머스크는 이날 공격 뒤 48시간 동안 홍해에서 자사 소속 화물선들의 운항을 다시 중단하는 조처를 내렸다. 안사르 알라 대변인은 머스크 항저우의 선원들이 이스라엘과의 관련성을 묻는 자신들의 경고를 무시해서 공격했다며, 미군의 공격으로 10명의 대원이 죽고 실종됐음을 시인했다.

안사르 알라는 지난 10월7일 가자 전쟁 뒤 팔레스타인을 돕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을 공격해왔다. 지난 11월 이후 홍해를 항해하는 선박을 향해 100여발의 드론이나 미사일을 발사하며, 국제 물류를 교란해 왔다. 안사르 알라는 저렴하고 성능이 우수한 드론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데다 탄도미사일도 갖추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군사력이 이들보다 압도적이지만, 안사르 알라는 이에 맞설 수 있는 비대칭적 전력을 갖고 있다.

지난 19일 미국 주도 다국적 함대로 홍해 항해 안전을 유지하자는 ‘번영 수호자 작전’이 시작됐으나, 이 작전에 실질적으로 해군력을 참가하는 나라는 미국 외에는 영국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브레드 쿠퍼 미 해군 부제독은 에이피(AP) 통신에 머스크 항저우에 대한 안사르 알라의 미사일 공격은 서방 해군력의 초계 활동이 시작된 이후 최초의 성공적인 미사일 공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안사르 알라가 대함 탄도미사일을 점점 사용하고 있다며 미국은 “그들이 무모한 공격을 계속할 것으로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사르 알라가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해저 통신케이블을 노리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안사르 알라는 이 해저케이블 보호를 다짐하면서도 해저케이블 작업을 하는 선박들은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고 밝혔다.

안사르 알라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란을 통해 안사르 알라를 억제하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은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과 통화해, 이란이 안사르 알라의 공격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은 이 통화에서 “홍해에서 시온주의(유대인 민족주의 운동) 선박을 막는 것이 이 수로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여성과 어린이 대학살과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해당 지역에 불을 지르는 것은 허용될 수는 없다”고 이스라엘의 책임을 물었다.

이란의 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알리 아크바르 아흐마디안 최고국가안보회의(NSC) 의장은 이날 테헤란에서 안사르 알라의 모함메드 압둘살람 대변인과 회동해 지역 안보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이란 관영 이르나 통신이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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