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차에 무조건 양보"…현대차 울산공장 가보니[역동의 산업 현장을 가다①]

유희석 기자 2024. 1. 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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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3분의 2 규모의 세계 최대 車공장
하루 3000여대, 연간 100만대 이상 수출
자동화된 첨단 공장…여성 작업자도 많아
지난해 자동차 수출 690억弗 역대 최대
새해에도 자동차 수출 증가세 지속 전망
[사진=뉴시스] 경남 울산에 있는 현대차 울산공장 내 수출 선적 부두 전경. 5만톤급 자동차운반석 3척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규모다. 하루 평균 3000여대, 연간 100만대 이상이 이곳을 통해 세계 곳곳으로 수출된다. (사진=현대차 제공) 2023.12.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오늘은 배가 2척만 정박해 있는데 원래는 3대까지 동시 정박이 가능합니다. 1척당 6000대 이상 실을 수 있으니 총 1만8000대 출하가 가능합니다. 이렇게 올해에만 100만대 이상 차량이 이 울산을 떠나 전 세계로 수출됐습니다."

지난달 22일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 부두는 바닷바람이 거센 날씨에도 190여개국으로 수출을 기다리는 차량들이 내뿜는 열기가 가득했다. 신호수의 신호에 맞춰 쉴 새 없이 차량들이 배 안으로 선적됐다.

태화강을 거쳐 울산 앞바다로 이어지는 울산공장 수출 전용 부두는 총 길이가 830m다. 한 번에 차량 6000~6500대를 실을 수 있는 5만톤급 선박 3대가 동시에 정박 가능하다. 부두 앞 주차장도 4600대를 동시 주차할 수 있다.

이날 부두에는 현대글로비스 소속 자동차 운반선 1척과 유럽 해운사 발레니우스 빌헬름센 소속 자동차 운반선 1척이 정박해 있었다. 선박 내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백미러를 접은 신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배 안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수출되는 신차는 울산공장 안에서도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공장 내 차량 제한속도는 시속 40㎞이지만 이 신차에는 이런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른 차량이 수출용 신차를 만나면 무조건 양보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수출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정한 규칙이다.

울산공장에는 수출 차량 이동을 맡는 근무조가 3개 조로 가동된다. 1개 조가 시간당 200대를 옮길 수 있으니 3개 조가 모두 투입되면 시간당 600대 이상 배에 실을 수 있다. 이 수출 차량은 모두 '방청(부식 방지)' 작업을 거친다. 해상 운송 과정에서 바닷물에 의한 습도와 염도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사진=뉴시스] 현대차 울산 3공장에서 생산돼 출고를 기다리고 있는 차량들. (사진=현대차 제공) 2023.12.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쉬지 않고 돌아가는 세계 최대 공장

1968년 설립된 현대차 울산공장은 서울 여의도 면적의 3분의 2에 달하는 500만㎡ 규모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공장이다. 공장 안에는 21대의 구내 버스가 다니고, 44곳의 버스 정류장이 있다. 엔진과 변속기 등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자체 생산라인까지 갖췄다.

울산공장은 5개의 독립 공장으로 구성되며, 현재 총 17개 차종을 생산 중이다. 1공장은 코나와 아이오닉5를, 2공장은 싼타페·팰리세이드·GV60·GV70·GV80 등 스포츠실용차(SUV) 생산을 담당한다. 3공장에서는 아반떼·베뉴·i30·코나 등 중소형 모델을 만들며, 4공장에는 포터와 스타리아·팰리세이드를 조립한다. 5공장은 투싼·넥쏘·G70·G80·G90 생산을 담당한다.

울산공장 내 모든 설비시설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실제 이날 둘러본 3공장 내부는 대형 공장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깔끔하고, 소음도 크지 않았다. 'S'자로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차체가 돌면, 작업자들이 달라붙어 재빨리 부품을 조립했다. 대부분 작업이 자동화 돼 있어 생각보다 여성 작업자들도 무리 없이 작업을 이어갔다.

현대차는 앞으로 2조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전기차 전용 공장도 건설한다. 지난 1996년 아산공장 가동 이후 29년 만에 국내에 들어서는 새로운 자동차 공장이다.

[사진=뉴시스] 서울 여의도의 3분의 2 규모의 현대차 울산공장 전경. 사진 왼쪽 태화강을 통해 하루 평균 3000대를 세계 190여국에 수출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2023.12.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새해에도 자동차 수출 '순풍' 불듯

지난해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은 반도체를 대신해 국가 경제를 지탱한 핵심 업종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27% 늘어난 689억 달러(약 88조8500억원)에 달했다. 자동차부품을 포함하면 반도체(980억 달러)를 제치고 국내 수출 품목 1위다.

올해 자동차 수출 규모는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수요 회복과 전기차 수출단가 인상으로 710억 달러(약 91조5500억원)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내수는 경기 침체와 수요 둔화로 역성장이 우려되지만, 수출은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의 수요 정상화와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로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단 회복력이 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들린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2024년 자동차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기 부진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연 수요가 줄어 자동차 시장의 회복력이 약화할 수 있다"며 "주요국의 통화 긴축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신규 수요가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신규 수요 위기를 이미 충분히 경험했고, 이를 극복한 노하우도 풍부해 갑진년에 또 다른 수출 신기록을 세울 수 있다는 긍정론이 높다.

☞공감언론 뉴시스 heesu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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