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200조’ 한전, 자회사 3조2천억 수혈로 급한 불은 껐지만…

기민도 기자 2024. 1. 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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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조원대 부채'로 최악의 재무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전력공사가 자회사들로부터 3조2천억원의 중간배당을 받았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 학장은 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3조2천억원 중간배당으로 (한전이) 급한 불을 껐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부담해야 할 금액은 늘어난 셈"이라며 "올해 3분기(7∼10월)가 되면 한전채 발행 한도 문제가 또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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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조원대 당기순손실로 ‘빚 돌려막기’ 막힐 우려 제기
자회사 중간배당 받아, 한전채 발행한도 10조 더 늘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오른쪽)과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지난해 11월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한국전력의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특단의 자구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조원대 부채’로 최악의 재무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전력공사가 자회사들로부터 3조2천억원의 중간배당을 받았다. 한전채 발행한도를 늘릴 수 있게 돼 급한 불은 껐지만, 적자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 발전 자회사와 한전 케이디엔(KDN)은 지난달 22∼29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총 3조2천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안을 의결했다. 한전은 애초 4조원 이상의 배당을 요구했으나 자회사들이 난색을 표하자 규모를 8천억원 가량 낮춘 것이다.

한수원이 자회사들 가운데 가장 많은 약 1조56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하게 된다. 한국동서발전 등 5개 화력발전 자회사들이 약 1조4800억원, 한전케이디엔이 약 1600억원을 중간배당하기로 했다. 대부분 자회사들은 올해 상반기까지 각각 회사채를 계획보다 추가 발행하거나 금융권에서 차입하는 방식으로 지원 금액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매년 3월 자회사들로부터 연간 실적에 따른 배당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중간배당을 요청한 것은 처음이다. 한전이 전례 없는 대규모 중간배당을 요구하고 나선 건, 올해 한전채 신규 발행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공사법을 보면, 한전은 ‘자본금+적립금’의 5배(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승인 시 6배)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현재 시장의 전망대로 2023년 연간 6조원대 당기순손실이 나면 한전의 자본금+적립금은 14조9천억원이 되고, 결과적으로 올해 한전채 발행한도도 74조5천억원으로 줄게 된다. 이미 한전채를 80조1천억원까지 발행한 상황이라, 이대로라면 올해 3월 결산 이후 한전채 신규 발행 길이 막히는 것은 물론, 당장 한도를 초과한 5조원 가량도 즉시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번에 3조2천억원의 자회사 중간배당을 받게 되면서, 한전의 자본금+적립금을 18조1천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한전채 발행 한도도 약 90조5천억원으로 늘었다. 지금보다 10조원가량 한전채를 더 발행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셈이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긴축재정 기조로 재정투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부가 민심 이반을 우려해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대신 궁여지책으로 중간배당 결정을 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지 않는 한전 자회사들은 한전보다 더 높은 이자로 회사채를 발행해야 하는 만큼, 전체적으로 보면 부담해야 할 금액은 늘어난 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 학장은 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3조2천억원 중간배당으로 (한전이) 급한 불을 껐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부담해야 할 금액은 늘어난 셈”이라며 “올해 3분기(7∼10월)가 되면 한전채 발행 한도 문제가 또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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