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이제 금융당국의 시간...'운명의 2주'와 이후 절차는 무엇?
태영-채권단 '75% 동의' 두고 '줄다리기' 예상
SBS 지분 등 관건...부결 시 법정관리 가능성
전문가, 협력업체·건설사·자금시장 우려감도↑
금융당국 "모니터링 중...이상 징후 아직 없어"
[파이낸셜뉴스]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로 연일 구설에 오르던 태영건설이 결국 지난해 12월 28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면서 그 운명을 결정하는 '공'이 사실상 금융당국으로 넘어갔다. 태영건설과 채권단의 원만한 합의를 돕고,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등 과제를 금융당국과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떠안게 됐다. 태영건설은 앞으로 워크아웃 승인을 받기까지 남은 10일여간 시장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채권단을 설득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 워크아웃 관련 11일 제1차 협의회를 앞두고 자구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서는 신용 공여액 기준 75% 이상 동의를 얻어 결의를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의결권 배분 문제부터가 난항이다. 산업은행이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해 소집 통보를 보낸 채권단만 400곳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직접 차입금부터 PF 사업장 대출 보증채무를 모두 합친 규모로, 일반적으로 20~30곳에 그치는 다른 워크아웃 채권단 수에 비해 월등히 많다. 이 중 실질적인 채무 관계가 없거나 미미한 금융사를 제외하고 정확한 채권단 규모와 채권액 등은 11일 협의회에서 확정될 예정이지만 다양한 의사 결정권자가 있는 만큼 셈법이 각자 다를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성공까지 태영 계열주와 대주주의 철저한 자구 노력을 바탕으로 채권단의 판단과 협조, 시장의 신뢰, 산업은행과 정부의 정책 등 4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강도 높고 충분한 자구 노력이 대전제가 돼야 한다"고 자구책 마련을 촉구했다.
관건은 대주주의 사재출연 규모와 SBS 지분 매각 여부 등으로 좁혀졌지만 입장 조율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 회장이 SBS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데 태영건설은 기존 자구책과 별개로 여전히 수조원의 자금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더욱이 75% 동의율 또한 문제다. 가장 비슷한 최근 사례로 꼽히는 2013년 쌍용건설 워크아웃 신청 때에도 회신 마지막 날까지도 충분한 동의를 얻지 못해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를 밟을지 여부를 다투다 5일 뒤 극적 타결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구책을 보기는 했지만 (당국이) 적정한지 아닌지 판단 주체는 아니다"며 "채권단이 부담 없이 동의하는 수준이어야 하는데 부족하면 워크아웃이 잘 안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워크아웃 찬성안이 부결되면 특별한 보류 요청이나 하자가 없다면 워크아웃 절차가 종료된다. 이에 앞서 태영건설은 경영 상황, 자구 계획, 협의회의 안건 등을 설명하는 채권자 설명회를 오는 3일 개최할 계획이다.
더 큰 문제는 불안감이 확산하면 태영건설만의 위기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 관련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진단이지만 상황이 악화하면 증권·캐피탈사·저축은행 등 유동성 위기에 취약한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자금 조달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금융권의 태영건설 직접 여신 규모는 미미하다"면서도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PF 유동화시장 및 단기자금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우려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특히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PF 사업장 및 건설사 구조조정 '신호탄'이라는 해석 속에서 PF-ABCP 등 관련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도 크다. 실제 신한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태영건설 워크아웃설이 불거졌던 지난달 둘째주부터 A1급 및 A2급 PF-ABCP 거래량은 뚜렷한 감소세를 띠었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려스러운 부분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신용 경계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PF 사업장 및 건설사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조짐이라는 점"이라며 "건설업종에 대한 우려가 증폭됨에 따라 정상 사업장을 포함한 건설 부문에서 전방위적으로 투자 자금이 유출되고, 신규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기는 악순환 구조를 형성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정부가 유동성 지원을 위해 채안펀드 한도 증액 카드까지 꺼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금융당국은 시장 상황에 따라 채안펀드 최대 운용 규모를 현재 20조원에서 30조원까지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채안펀드는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동시에 과도한 스프레드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까지 살펴봤을 때 채권 발행, 금리, 주가라든지 이상 징후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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