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모 홍해 출격, 예멘 반군과 첫 교전...고속정 3척 침몰시켜
이슬람 세력과 서방 긴장 고조
미국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슬람 무장 집단인 예멘 후티 반군과 이스라엘 인근 홍해에서 처음으로 직접 교전을 벌였다. 지난해 10월 이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후티 반군은 국제 컨테이너선이 많이 지나다니는 홍해의 해협에서 민간 선박을 잇달아 공격해 왔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미군 중부사령부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민간 선박을 공격한 후티를 격퇴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이날 오전 6시 30분쯤 홍해를 지나던 싱가포르 국적 컨테이너선 ‘머스크 항저우호’로부터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긴급 구조 요청을 받고 즉시 아이젠하워 항공모함과 헬기 등을 출격시켰다. 중부사령부는 “후티 고속정이 헬기를 향해 발포해 정당 방위를 위해 대응 사격을 했다”며 “고속정 네 척 중 세 척을 침몰시켰다”고 했다. AP에 따르면 이날 교전에서 후티 반군 대원 10명이 사망했다. 미군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미군이 후티 반군과 홍해상에서 직접 교전을 벌이고 반군 대원을 사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후티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중단을 요구하며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표적으로 삼아 20차례 이상 미사일·드론 공격을 해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 소통 조정관은 이날 “후티와 전쟁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은 앞으로도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후티 측은 “미국의 공격으로 우리 대원들이 순교했다. 적은 범죄의 결과와 그에 따른 대가를 짊어질 것”이라고 했다. 후티를 필두로 한 이른바 ‘저항의 축(이란이 지원하는 중동의 반이스라엘 단체들)’ 세력과 서방 국가들 간 긴장이 크게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디언은 “영국이 후티에 대한 공습을 고려 중”이라며 “영국과 미국이 후티에 최종 경고를 발령하기 위한 공동 성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교전으로 해운 업계는 또다시 얼어붙었다. 앞서 미국이 홍해상 선박 보호를 위해 다국적 함대가 참여하는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발표하자 일부 해운사가 운항 재개를 선언했는데, 다시 역내 긴장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세계 2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사는 지난달 24일 일부 선박의 항해를 재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날 공격으로 다시 홍해를 통과하는 운항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홍해는 세계 무역의 약 12%가 통과하는 핵심 교역로다. 아시아와 유럽 간 상품 이동에 필수적인 수에즈 운하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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