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잔치` 눈치 보였나… 은행, 희망퇴직 조건 나빠져
은행권 희망퇴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역대급 이익'에도 희망퇴직 조건은 오히려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임금의 400%까지 나눠줬던 직원 성과급도 지난해에는 규모를 축소했다.
고금리 시기 일반 국민들의 빚 부담은 늘었는데, 은행들만 '이자 장사'로 돈을 벌면서 직원들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주고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모두 희망퇴직 조건이 1년 전보다 나빠졌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3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희망퇴직 대상은 1972년생까지다. 특별퇴직금으로 근무 기간 등에 따라 18∼31개월 치 급여를 지급한다. 1년 전(23∼35개월)보다 특별퇴직금이 줄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29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1968년생에게는 월평균 임금 24개월 치를, 1969년 이후 출생자부터는 31개월 치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한다. 1년 전에는 1967년생에게 24개월 치, 1968년 이후 출생자에게는 36개월 치를 특별퇴직금으로 줬다.
지난달 28일부터 신청을 받은 하나은행(최대 36개월 치→최대 31개월 치)과 지난달 15∼20일 신청을 받은 신한은행(최대 36개월 치→최대 31개월 치)도 조건이 나빠진 것은 마찬가지다.
NH농협은행은 11월 21일부터 23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달 31일 372명의 직원이 퇴직했다. 농협은행은 특별퇴직금으로 만 56세 직원에게 28개월 치 임금을, 일반 직원에게 20개월 치 임금을 지급했다. 1년 전보다 특별퇴직금 조건(56세 28개월 치, 일반직원 20∼39개월 치)과 퇴직 인원(493명)이 모두 줄었다.
4대 은행의 희망퇴직은 대부분 이달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월에는 KB국민은행에서 713명, 신한은행에서 388명, 하나은행에서 279명, 우리은행에서 349명이 희망퇴직 형태로 은행을 떠났다.
은행권은 지난해에도 고금리 덕에 이자 이익이 늘면서 역대급 실적을 냈다.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5대 은행의 누적 순익은 약 11조328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약 10조759억원)보다 12.4% 증가했다.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이자이익은 약 28조6920억원으로 역시 전년 같은 기간(약 26조3804억원)보다 8.8% 늘었다.
실적이 전년보다 좋아졌는데도 희망퇴직 조건이 나빠진 것은, 고금리 시기 은행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급증한 대출과 기준금리 상승으로 손쉽게 돈을 벌면서, 불어난 이익을 공익에 환원하기보다는 임직원들의 성과급이나 퇴직금을 늘리는 데 몰두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성과급 지급과 희망퇴직은 매년 반복된 일이지만, 지난해 정부가 공개석상에서 직접 문제를 제기하면서 여론의 눈총은 더 따가워졌다.
은행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임금인상률과 성과급을 줄이는 분위기다. 지난해 은행권 임금인상률은 전년 3.0%에서 1.0%포인트(p) 낮은 2.0%로 결정됐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임단협에서 성과급을 통상임금의 200%에 300만원으로 결정했다. 2022년 통상임금 400%에 200만원을 지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성과급이 줄었다.
신한은행 역시 성과급을 전년 기본급의 361%(현금 300%·우리사주 61%)에서 지난해 기본급의 281%(현금 230%·우리사주 51%)로 축소했다.
임단협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진 국민, 하나, 우리은행 역시 전년보다 성과급 규모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적이 좋아진 것은 맞지만, 여론 등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며 "노사가 조금씩 양보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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