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중국 침공 대비 국제형사재판소 가입 검토

대만 ICC 가입시 중국 침공하면 시진핑 체포영장 발부 요청 가능
시 주석 체포영장 발부되면 국제사회 영향력 대폭 축소될 수도

대만이 중국의 국제사회 고립 전략에 대응해 국제형사재판소(ICC)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에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고 있는 중국은 ICC 회원국이 아니지만, 대만의 ICC 가입을 강력히 저지할 것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오는 13일 총통 선거를 앞두고 있는 대만 정부와 법조계 등 고위급 차원에서 ICC 가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31일(현지시간) 전했다.

가디언은 중국이 대만을 국제사회에서 최대한 고립시키는 상황에서 대만의 ICC 참여는 국제사회 입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대만이 ICC에 가입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에 대한 전쟁 행위나 전쟁 범죄를 명령 또는 지휘한 경우 국제법에 따라 조사와 체포영장 발부를 요청할 수 있어 시 주석이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 의지를 꺾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쟁 범죄 등으로 ICC에 기소되면 국제사회에서 시 주석의 영향력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ICC는 지난해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에서 러시아 연방으로 아동을 불법 이주시켰다며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ICC 회원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했다. ICC 회원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영장 집행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

국제변호사인 대만 국립정치대학 케빈 창 교수는 “(대만이 ICC에 가입하는 것만으로는) 대만을 공격하려는 결정을 막을 수는 없다”며 “하지만 세계에서 리더십을 주장하는 중국이 고려해야할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ICC는 국제사회에서 반인도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형사 처벌하기 위한 최초의 상설 국제재판소로 1998년 로마에서 열린 유엔 외교회의 때 채택한 규정(로마 규정)에 따라 2002년 설립됐다. 대만이 ICC 회원국이 되기 위한 방법으로는 로마 규정에 서명하고 비준하거나 대만 총통이 영토에 대한 ICC 관할권 수락을 일방적으로 선언할 수 있다. 다만 대만이 유엔 회원국이 아니고 ICC 역시 대만의 일방 선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는 불확실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미국 뉴저지 시튼홀 대학의 조나단 하페츠 교수는 “중국은 ICC가 대만에 대한 관할권을 인정하면 서구 강대국의 도구로 일관되지 않게 적용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불법이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