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유튜브, ‘광고’ 있었으면 인수 안 됐을 것…머신러닝 광고로 기여 원해”

임지선 기자 2024. 1. 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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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파워피플⑦‘실리콘밸리 유니콘’ 안익진 몰로코 대표
“2024년 ‘영속하는 기업’ 돕겠다”
인공지능 파워피플⑥ 이름: 안익진 나이: 1979년생 소속: 몰로코 대표(창업자) 학력 및 경력: 대구과학고,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전자공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컴퓨터공학 박사과정 수료, 전 구글 유튜브·안드로이드 엔지니어
2022년 말, 누구나 인공지능의 답을 들을 수 있는 ‘챗지피티’(ChatGPT) 출시 뒤 세상은 격변했다. 국내 빅테크 기업들도 각자의 인공지능 기술 최대치를 공개하고 나섰다. 한겨레는 ‘인공지능 파워피플’ 기획을 통해 가장 주목할만한 인공지능 전문가들을 만나고 그들이 다음 인물을 지목하는 방식으로 인터뷰를 연재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편향을 덜기 위해 인터뷰 대상은 남녀를 번갈아 선정해간다.
이제는 쇠퇴하는 사양산업이라 불리는 신문업계부터 잘나가는 빅테크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업이 ‘광고’에 기대 먹고 산다. 안익진(44) 몰로코 대표는 “구독 모델로 성공한 넷플릭스초자 광고 모델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구글에서 ‘아깝게 버려지는 데이터’를 통한 광고 모델 구축에 집중해왔던 그는 인공지능 광고 솔루션을 통해 창업 10년만에 ‘실리콘밸리 유니콘(상장 전 기업가치 2조원 이상 기업)’을 만들었다. 지난달에는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그를 기업가 정신 부문 ‘2023년 최고의 기업가’로 선정했다. 이용자의 데이터를 활용해 광고 효율을 높이는 ‘머신러닝 광고 플랫폼’을 제공하는 그이지만 ‘맞춤형 광고’ 집행을 위해 이용자의 행태 정보를 무차별 수집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분야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며 데이터를 보유한 업체에 우리가 기술을 전해주면 아무런 프라이버시 문제가 없는데 기업들이 자꾸 이용자의 데이터를 ‘경계’를 건너뛰어가며 수집한다. 나는 그 모델은 맞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2013년 창업 당시에는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2016년 알파고가 나온 뒤에야 ‘광고 최적화 알파고’라고 회사를 소개하고 다닐 정도였다”는 그는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조차 ‘인공지능이 정말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냐’고 물었다”고 회고했다. 직원 500명 중 절반 이상을 머신러닝(기계가 인간처럼 학습하는 모델)·데이터·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구성한 몰로코는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전세계 13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7일에는 한국에서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시장 공략을 발표했다.

인터넷 등장 전인 고등학교 시절 ‘텔레데모크라시’라는 책을 읽고 학교에 같은 이름의 온라인 게시판을 만들기도 했다는 그는, 자신의 인생이 ‘삽질 연속’이라고 말했다. 당시 어렵게 만든 게시판은 한 고3 선배의 ‘악플’로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제는 어떤 규모의 기업도 문닫지 않도록 ‘머신러닝 광고’로 기여하고 싶다는 그를 지난해 11월24일 서울 강남의 몰로코 사무실에서 만났다. 절친 최재식 카이스트 교수의 추천으로 성사된 인터뷰다. 이후 지난달 7일 기자간담회 발표 내용과 서면 답변을 보강했다.

안익진 몰로코 대표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몰로코 서울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한국인 최초 ‘실리콘밸리 인공지능 유니콘’ 창업자다. “구글에서 근무하며 독특하고 의미있는 데이터가 앞으로 더 많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 직감했다. 머신러닝 기반 광고 기술을 통해 이런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들을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3년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인공지능 개념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알파고가 인기를 끈 2016년엔 ‘광고 최적화 알파고’라고 회사를 소개하고 다닐 정도였다. 당시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인공지능이 정말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냐 묻기도 했다.”



― 이제 분위기가 다르다 “챗지피티를 계기로 실리콘밸리 분위가가 360도 바뀌었다. 이젠 ‘광고업계의 챗지피티라 보면 된다”는 한마디로 모든 설명이 끝난다. 인공지능이 일부 전문가만 아는 영역에서 이제 모두의 핫이슈가 됐다. 실리콘밸리의 모든 자본과 인재들이 이곳으로 몰린다. 몰로코는 2021년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 주도로 1억5천만달러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고 2020년부터 매년 매출이 5배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엔 2차 주식공모로 20억달러(2조6400억원)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 미국 유학에, 구글 엔지니어, 창업 뒤 성공을 보면 실패를 모를 것 같다. “내 인생은 ‘삽질의 연속’이다. 어려서부터 워낙 뭔가를 만들고 기술을 실제 사회에 적용해보고 하는 것을 좋아해 좌충우돌했다. 인터넷 등장 이전이었던 대구과학고 재학시절 ’텔레데모크라시’라는 책을 읽고 번역자였던 김광웅 서울대 교수에게 무작정 전화 한 끝에 학내에 같은 이름의 게시판과 투표 기능을 만들었다. 하지만 생애 첫 악플러를 만나 엄청 고생하고 문을 닫았다. 한 고3 선배가 스트레스를 거기에 풀더라.”



― 인공지능 공부 과정도 ‘삽질’이었나? “인공지능 분야에 관심을 갖고 대학에 갔는데 당시는 ‘인공지능의 겨울(침체기)’의 끝자락이었어서 “인공지능은 사기”라는 말까지 들었다. 경제학을 복수전공으로하며 여러 고민을 했다.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건너가 박사 과정을 시작했는데 동료가 그 과정을 11년동안 했다더라. 큰일났다 싶어 고민하다가 구글에 지원했다. 면접관 앞에서 박사를 계속해야 하나 고민이라 말하니 면접관이 자기가 박사 마친다고 구글을 떠나 대학에 돌아갔다가 구글 상장(IPO) 뒤에 돌아와 손해가 컸다며 한숨을 푹 쉬더라.”



― 구글에서는 어떤 일을? “유튜브를 담당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아 갔다. 매니저가 치마바지 전통의상을 입고 있었다. 여기 재밌겠다 싶었다. 당시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한 지 2년쯤 된 시점이었는대 당시에는 불법 사이트라는 시각도 있었고 해마다 적자였으며 데이터는 80%가 버려지고 있었다. 50만개 영상을 어떻게 수동으로 다루겠나. 2009년 ‘유튜브 머신러닝 프로젝트’를 통해 영상에 맞는 광고와 머신러닝 추천 동영상을 처음 만들었다. 그 다음에는 안드로이드로 넘어가서 책임 엔지니어로 일했다.”

안익진 몰로코 대표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몰로코 서울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몰로코가 제시하는 ‘퍼포먼스 광고 솔루션’은 무엇인가? “인공지능 머신러닝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디지털 광고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회사를 시작했다. 광고가 노출될 사용자 층을 실시간 분석해서 가장 적절한 사용자에게만 광고를 보여주는 식으로 실시간 입찰 시스템을 구성했다. 특히 머신러닝 엔진의 심층신경망 모델은 1시간마다 업데이트돼 광고 노출을 최적화한다. 전 세계적으로 초당 600만건 이상의 광고 요청이 들어오는데 이걸 처리하는데 1000분의 1초면 끝난다.”



― 이용자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는 곳에 유리한 것인가? “구글이나 메타처럼 전세계적인 사용자가 있고 유니버설한(다양한) 데이터가 있어야 가능한 일 아니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그렇지 않다. 특정 영역에 특화된 ‘버티컬 데이터’가 있다면 그걸 가지고 해당 영역에 특화된 광고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유튜브는 매주 서버가 다운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구글에 인수됐다. 유튜브 원년 구성원들을 만나면 ‘당시에 광고만 잘 운용할 수 있어도 팔지 않았을텐데’라는 말을 한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데이터만 갖고 있고 시장이 미국에 국한된 아마존이 광고 매출에서 구글, 메타에 이은 3위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업체 규모와 상관없이 머신러닝으로 광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 맞춤형 광고를 위한 무차별 데이터 수집이 문제가 된다. “각자 분야에서 데이터가 있는 업체들에게 몰로코가 기술을 전해준다면 사실 아무런 프라이버시 문제가 없다. 그런데 어떤 기업들은 우리와 협력하면서도 데이터 쪽의 권한은 따로 가져려고 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용자의 데이터(온라인상의 활동 정보)가 자꾸 회사의 경계를 건네뛰어서 오가는 모델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7일 몰로코가 서울 강남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창립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몰로코 제공
―최근에는 한국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2023년으로 몰로코가 창립 10년이 됐으니 2024년은 몰로코 ‘새로운 10년’의 첫 해다. 미국 실리콘밸리 본사를 포함해 13개 도시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데 한국 사무소가 아시아·태평양(APEC) 지역의 본부(해드쿼터)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그간 국내에서 요기요, 오늘의집, 코오롱몰, 비트망고 등 다양한 플랫폼과 협업해 성공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 서울사무소가 테헤란로에 있다. 실리콘밸리와 테헤란로의 차이가 있다면? “지난 10년동안 테헤란로에서 많은 서비스가 나왔고 창업 친화적인 환경이 된 것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본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뭔가 ‘레퍼런스(참고)’가 없으면 굉장히 불안해하는 경우가 있다. 뭔가 새로운 걸 하려고 할 때, 이 세상에 없는 걸 하려고 할 때 ‘그게 레퍼런스가 있나요?’, ‘미국에서 증명 됐나요?’, ‘다른 유사 사례는 없나요?’와 같은 질문을 많이 듣는다. 처음에 대한 두려움의 차이가 존재하는 듯 하다.”



― 상장 계획은? “전세계 많은 기업들이 머신러닝을 통해 잘 성장할 수 있는 연속적인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퍼블릭 컴퍼니’가 되는 길인 기업공개(IPO)는 몰로코가 가고자 하는 길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서두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 가장 좋은 시점으로 준비하고자 한다.”



―다음 인터뷰 대상을 추천해달라. “김윤 새한창업투자 파트너, 유승일 카카오모빌리티 최고기술책임자(CTO), 백준호 퓨리오사에이아이(AI) 대표를 추천한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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