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강자' 라면·김·참치 더 잘 나간다..."K콘텐츠 인기·생산량 확대 덕"
<1>떠오르는 수출 에이스
2023년 라면·김, 수출액 역대 최대
대체육 등 푸드테크 식품도 성장
한류 덕에 큰 K푸드 홀로서기 필요
세계 방방곡곡에 세워진 식품 기업의 공장이 수출 전진 기지라면 국내는 본진이다. 본진에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앞장선 K푸드 선봉장은 라면과 김이다. 두 식품의 수출 실적은 단연 돋보인다.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2023년 1~11월 라면 수출액은 8억7,6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였던 2022년 연간 실적 7억6,500만 달러를 이미 넘었다. 라면은 전체 농축수산 식품 중 수출액이 가장 큰 품목이다.
제품별로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수출 최전선에 있다. 제품 제조 공장을 모두 국내에 두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해 1~3분기 해외에서 낸 매출이 5,876억 원으로 전체 라면 수출액의 절반을 웃돈다. 삼양식품 해외 매출 중 80% 이상이 불닭 브랜드다. 2014년 유튜브에서 유행한 '닭볶음면 챌린지'가 수출 확대의 출발점이었다. 농심도 대표 제품인 신라면의 해외 매출이 2021년 국내 매출을 넘는 등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딸기·배·파프리카도 '무서운 신인'
라면에 이어 먹거리 수출 품목 2위인 김도 간판 식품이다. 지난해 김 수출액은 11월 7억3,300만 달러에 이어 12월 21일 1조 원(7억7,000만 달러)을 돌파했다. 라면처럼 김 수출액 역시 2022년6억4,800만 달러는 물론 역대 가장 많았던 2021년 6억9,300만 달러를 크게 웃돌고 있다. 2010년 1억1,000만 달러였던 김 수출액은 불과 13년 만에 일곱 배 이상 불어났다. 같은 기간 김 수출 국가도 64개국에서 124개국으로 두 배 정도 늘었다.
한국 김은 전 세계 점유율 70%를 차지하면서 경쟁국인 중국, 일본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고소하고 짭짤한 기본 조미김에 더해 고추냉이 등 다양한 맛과 김스낵 등 여러 상품을 개발한 게 세계 시장에서 먹혔다. 김은 생산, 가공, 유통 등 상품화 모든 과정이 국내에서 이뤄져 부가가치를 많이 창출하는 품목으로 꼽힌다.
지난해 1~11월 누적 수출액이 각각 5억400만 달러, 1억4,200만 달러인 참치, 김치도 전통의 강호다. 참치 수출은 사조산업, 동원산업 등 대규모 원양어선 선단을 꾸리고 바다를 누비는 기업들이 이끌고 있다. 김치 역시 대표 한국 식품과 건강식이란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워 우리 제품이 해외 시장을 선점 중이다.
2010년대 후반 들어선 딸기, 배, 파프리카 등 과일·채소가 수출 도우미로 자리 잡았다. 가공식품 중심이었던 식품 수출 품목이 신선 식품으로 넓어진 셈이다. 한국산 과일·채소의 수출 주무대는 동남아시아다. 품질·가격 경쟁력을 각각 앞세운 일본, 중국 사이에서 합리적 가격과 질 좋은 상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①밑바닥 인지도 ↑ ②중소도시로 넓히기는 과제
최근 떠오르는 건 식물성 원료로 만든 대체육 등 푸드테크 식품이다. 채식 수요, 친환경 소비 증가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CJ제일제당, 대상 등 식품 대기업도 대체육 개발에 뛰어들었다. 미국에서 열풍을 일으킨 '냉동 김밥'도 급속도로 얼리는 기술을 활용한 푸드테크 제품으로 볼 수 있다.
K푸드는 세계 각국이 열광하는 K팝, K드라마 같은 한류에 노출되면서 저변을 넓혀왔다. 기업은 물론 정부도 드라마 간접광고(PPL) 등 K푸드 홍보에 한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22년 방영한 tvN '슈룹', MBC '금수저'에 각각 김치, 막걸리·장류가 나온 게 한 예다. 백유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수출기획부 차장은 "한류 영향으로 K푸드도 해외 소비자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K푸드 기업 투자에 정통한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세계 시장에서 일본 교자를 제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만두는 한국 먹거리의 성장 가능성을 알린 식품"이라며 "라면의 인기는 한국 식품이 외국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인데 해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농심, 삼양식품 등이 제때 공장을 증설해 생산량을 늘린 것도 또 다른 K푸드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동남아시아, 미국, 중국, 일본 등에 쏠린 K푸드 수출 나라를 늘리는 것은 과제다. K푸드가 해외에서 먹는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밑바닥 인지도' 역시 키워야 한다. K푸드가 한류에 기대지 않고 자립하기 위해서다.
이용직 농림축산식품부 농식품수출진흥과장은 "K푸드 수출은 중남미 등 미지의 시장을 개척하고 미국, 중국 등 기존 시장도 주요 대도시 중심에서 중소형 도시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준철 대표는 "K푸드가 더 성공하려면 일시적 현상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며 "미국 내 모든 월마트 매장에 K푸드 제품을 팔 수 있게 하는 등 현지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는 데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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