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레슬링 선수, 훈장을 도로에 내려놓다…“협회장 성추행 고발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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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인도 영화 '당갈'은 편견을 넘어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딴 인도 여성 레슬링 선수들의 이야기다.
인도 체육계의 '미투 운동'으로 유명한 여성 레슬링 선수가 최근 전 협회장의 상습적인 성추행에 항의하기 위해 체육 훈장을 반납했다.
포가트는 동료 선수 몇 명과 함께 "인도 레슬링협회의 브리지 부샨 싱 전 협회장이 협회장으로 재직하던 최근 몇 년 동안 여성 레슬링선수를 성적으로 학대하고 추행해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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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선수들의 정의 요구가 이렇게 외면당하는 상황에서 상의 영예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2016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인도 영화 ‘당갈’은 편견을 넘어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딴 인도 여성 레슬링 선수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영화의 주인공인 인도 여성 레슬링 선수들이 맞닥뜨려야 하는 실제 현실은 훨씬 더 가혹했다. 인도 체육계의 ‘미투 운동’을 이끌어온 저명한 여성 레슬링 선수는 전 협회장의 상습적인 성추행에 맞서 최고 권위의 체육 훈장을 반납하며 항의했다.
2019년과 2022년 세계 여자레슬링선수권 동메달리스트인 비네시 포가트(29)는 지난 30일 수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총리실을 향하다가 경찰에 막히자 도로 경계석에 체육 훈장 두개를 내려놓고 돌아갔다. 포가트는 모디 총리를 직업 만나 이 훈장을 반납할 생각이었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포가트가 모디 총리와 직접 만나려 시도한 것은 인도 여자 레슬링계에 만연한 성학대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2023년 1월 동료 선수들과 함께 “브리지 부샨 싱 전 인도 레슬링협회장이 여성 레슬링선수를 성적으로 학대하고 추행해왔다”고 고발했다. 이들은 “적어도 10명의 선수가 싱 전 협회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싱 전 협회장은 “잘못한 일이 없다”며 이들의 주장을 부인하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포가트가 반납하려 한 것은 2020년 받은 켈 라트나 훈장과 아르주나상이었다. 켈 라트나는 매년 인도 체육청소년부가 훌륭한 업적을 이룬 체육 선수에게 주는 인도 최고 권위의 훈장이고 아르주나 역시 권위 있는 상이다. 하지만 포가트는 “더 이상 상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인도 여자 레슬링 선수들은 용기 있는 ‘미투 선언’을 했지만, 인도 당국의 대처는 미온적이었다. 싱 전 협회장이 모디 총리가 소속된 집권 여당인 인도인민당(BJP) 소속 6선 의원으로 영향력이 큰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포가트는 지난 5월 델리에서 성추행을 폭로하는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에게 공격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식적인 문제제기가 이뤄지기 2년 전인 2021년엔 모디 총리에게 직접 싱 전 협회장의 성추행 사실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인도 여성 레슬링 선수들을 둘러싼 성추행 논란이 이어지자, 국제레슬링연맹이 나서 인도 당국에 “철저하고 공정한 조사를 수행하라”고 주문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6월 적극 조사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인도 검찰은 이후 선수들이 낸 고소장을 검토해 싱 전 협회장을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연말 싱 전 협회장은 자신의 측근을 후임에 앉힌 뒤 물러났다.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레슬링 동메달리스트인 사크시 말리크(31)는 싱 전 협회장의 측근이 협회를 이끄는 데 항의해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은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싸움은 인도의 여성 레슬링 선수뿐 아니라 그동안 아무 목소리를 내지 못한 인도의 딸들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포가트는 세계선수권, 아시아경기대회, 영연방경기대회 등 여러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유명한 선수이다. 특히 2018년 자카르타 올림픽에선 50㎏급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는 스포츠 분야에서 여자 선수에 대한 성차별에 대해 오랫동안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다. 2021년엔 비비시에 출현해 선수 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성차별 발언을 들어왔는지 또 스포츠계에 만연한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서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등에 대해 증언해 주목을 받았다.
인도 여성 레슬러들의 미투 운동은 확산되고 있다. 신화 통신은 지난 22일 인도의 남성 레슬링 선수 바리장 푸니아(29)가 자신이 받은 권위 있는 훈장인 파드마 쉬리를 반납했다고 전했다. 그는 모디 총리에게 쓴 서한에서 “여성 레슬링 선수들이 모욕당하는 현실 속에서 나는 더 이상 존중받는 나의 삶을 살 수 없게 됐다. 이런 삶이 숨이 막혀 내가 받은 상을 당신께 돌려준다”고 적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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