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집권 군주’ 덴마크 여왕, 즉위 52주년에 퇴위 선언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인 52년동안 재위한 군주인 덴마크의 마르그레테 2세(83) 여왕이 전격 퇴위를 선언했다.
마르그레테 2세는 지난 31일(현지 시각) TV로 생중계된 신년사에서 “지금이 적기라고 결정했다”며 큰아들 프레데릭(55) 왕세자에게 왕위를 넘기겠다고 밝혔다. 여왕은 지난해 2월 받은 허리 수술을 언급하며 “자연스럽게 미래에 대한 생각, 책임을 다음 세대에게 맡길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퇴임일은 즉위 52주년인 오는 14일로 정했고, 이후에도 ‘여왕’ 칭호는 유지된다.
여왕은 그동안 사망할 때까지 왕위에 머물겠다고 공언해왔다. BBC는 “많은 덴마크인들은 사랑받는 군주가 죽을 때까지 왕위에 머물기를 기대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날 신년사에서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위기와 인공지능(AI) 등을 거론하다가 갑작스럽게 퇴위를 발표했다. 여왕은 “국민이 보내준 온정과 지지에 무엇보다 고맙다”고 했다. 앞서 70년여간 재임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2022년 9월 서거한 후 그가 현존 최장 집권 군주가 됐다.
삼녀 중 맏이인 마르그레테 2세는 1972년 1월 아버지인 프레데릭 9세 서거 후 국왕에 올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그는 예술을 장려했고 스키를 즐겼으며, 거의 경호 없이 코펜하겐 거리를 걷는 등 항상 밝고 따뜻한 모습을 보였다.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적인 면모로 왕실 현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한편 프레데릭 왕세자는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 수학 후 덴마크 오르후스대에서 정치학 석사를 받고 왕실 전통에 따라 장기간 군 복무를 거쳤다. 마라톤과 보트 경기 출전을 즐기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도 지낸 그는 2004년 호주의 직장인 메리 도날드슨(51)과 결혼해 네 자녀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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