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채권자 최대 600개···“4분의 3 동의 없으면 법정관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절차)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채권자가 최대 600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서는 10여년 전 워크아웃을 신청했던 금호산업(현 금호건설)보다 워크아웃 개시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는 11일로 예정된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채권자의 4분의 3(75%) 이상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갈 수도 있다. 윤석민 회장(60), 윤세영 창업회장(91) 등 대주주 일가의 사재 출연을 포함한 ‘철저한 자구노력’이 태영그룹 워크아웃 개시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태영건설이 지난 12월28일 워크아웃을 신청한 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채권자협의회 소집을 통보한 금융채권자는 최대 600여곳이다. 태영건설에 대출 등을 한 곳은 10여곳이고, PF 사업장에 채권이 있는 곳이 100곳 정도인데 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을 단위조합으로 세분화하면 600곳까지 늘어난다.
소집 통보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직접 차입금은 1조3007억원으로 파악된다. 이외 태영건설의 PF 대출 보증 규모는 9조1816억원으로 집계되는데, 서울 마곡지구 업무시설을 조성하는 CP4사업(1조5923억원)의 규모가 가장 크다.
태영건설 이전에 가장 최근의 워크아웃 사례는 2009년 금호산업이다. 금융권에서는 금호산업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는 회사 법인에 대한 채권자와 PF 사업장에 대한 채권자가 큰 차이가 없었다”면서 “태영건설은 (채권자와 PF사업장에 대한 채권자가 다른 경우가 많아) 금호산업 때보다 채권단 합의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협의회 대상이 ‘금융기관’에서 ‘모든 금융 채권자’로 확대한 점도 10여년 전과 달라진 점이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 초부터 워크아웃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몰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제정되기 전부터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모두 검토했다. 워크아웃 신청일인 지난해 12월28일 직전인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산업은행과 수차례 실무회의를 하면서 추가 자구안을 논의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2주의 시간은 벌었지만 채권단의 4분의 3 이상이 자구안에 만족할 것인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태영건설은 서울 성수동 오피스2 사업장의 PF 대출 480억원의 연장이 어렵다고 보고 워크아웃을 신청했는데 협의체인 PF 대주단 협약도 워크아웃처럼 채권자의 4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의결이 된다.
정부는 오는 11일에 워크아웃 개시 협의가 부결되면 태영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신정 연휴 기간에도 잇따라 내부 회의를 열고 시장 안정 대책 등을 준비했다. 법정관리는 금융채권뿐 아니라 상거래채권도 채무조정 대상으로 들어가 협력업체 경영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규자금 지원도 제한적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윤 회장 등 그룹 사주 일가가 얼마나 희생 노력을 보여주냐에 따라 채권단의 결정도 달라질 것”이라면서 “개시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말했다.
다만, 확정되는 채권단과 채무 규모에는 소집 통보 때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소집 통보는 태영건설과 관련된 모든 사업장에 대해 이루어진 것인데, 통보를 받은 회사가 실제 채권이 있다고 응답하면 채권단이 구성된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는 4조5800억원이었다.
정부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PF 사업장과 건설사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건설업 종합대책을 오는 4일 발표할 예정이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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