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앞두고 통합 외치는 이재명···전직 대통령 찾아 정통성 확보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민주당은 어느 때보다 크고 단단한 하나가 되겠다”며 당내 통합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고, 2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도 만난다.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 및 신당 창당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통합을 강조하며 신당 동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전직 대통령들과의 접점을 부각해 정통성을 내세우는 전략도 읽힌다.
이 대표는 이날 신년사에서 이태원 참사, 전세 사기,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및 수사 외압 의혹, 남북 관계 경색 등을 나열한 뒤 “엄청난 퇴행을 겪고 있는 지금의 현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은 야당 파괴와 국회 무시로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정치보복과 독단의 국정운영으로 대한민국을 고사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저 이재명과 민주당이 가진 것은 오직 ‘절박함과 절실함’ 뿐이다. 다가올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국민과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국민 삶을 지키기 위해, 민주당은 어느 때보다 크고 단단한 하나가 되겠다”고 통합을 강조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신년인사회를 하며 통합을 강조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통합과 혁신이 중요하다. 어떤 형태도 분열이나 당의 혼란은 도움되지 않는다”며 “지금이야말로 하나된 힘으로, 통합된 힘으로 내년 총선에 나아가는 것이 용기 있는 태도이고 국민께 희망을 드리는 자세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희상 상임고문은 사자성어 ‘동주공제’를 언급했다. 문 고문은 “같은 배를 탄 사람은 서로 도와야 한다는 뜻”이라며 “지금 우리는 거친 바다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작은 조각배다. 대한민국호도 그렇고 민주당호도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하나다” “똘똘 뭉쳐 뭉쳐 뭉쳐” 구호를 외쳤다.
민주당 지도부에선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이 명분이 없다는 지적과 출범하더라도 몸집이 작을 거란 예측이 나왔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에 나와 “이재명 대표의 사퇴를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얘기한다는 것은 이 대표에게 굴복하라는 얘기 아니겠나”라며 “이낙연 전 대표뿐만 아니라 신당세력에 내부 동력이 있느냐라고 봤을 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따라나갈 현역 의원들이)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부터 2일까지 차례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에는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 대표는 방명록에 “‘함께 사는 세상’ 깨어있는 시민과 함께 사람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꼭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대표는 봉하마을에서 권양숙 여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정 전 총리는 식사 후 기자들이 “이낙연 전 대표 신당 창당이 가시화했다”는 취지의 질문에 “아마 책임 있는 분들은 어떻게 하면 선거가 잘 될 것인지 깊이 생각하고 그렇게 처신해야 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와 만났을 때 ‘현애살수’(낭떠러지에서 손을 놓는다)를 언급한 것에 대한 의미를 묻자 “여러분도 알고 나도 다 아는 것 아니냐. 국민들도 아신다”며 “민주당의 상임 고문으로서 또 당원으로서 대표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기탄 없이 다 해드렸고 이제 그 말씀을 듣고 어떻게 행동하느냐는 그건 대표의 몫이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사퇴를 우회적으로 재차 촉구한 걸로 해석된다.
반면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식사 후 기자들에게 “정세균 (전) 총리가 지도부가 잘 단합해서 잘 해달라는 당부 말씀이 있었다”며 “현애살수를 말씀하실 때 (제가) 그 자리 있었다. (당 대표) 사퇴나 이런 의미는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새해 일정으로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문 전 대통령을 만나는 건 정당한 적통 대표라는 점을 강조한 거란 해석이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민주당의 적통, 법통, 그리고 뿌리가 어디에서 오느냐를 보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이 그 뿌리”라며 “그 뿌리와 연결된 가장 큰 정치인은 이재명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낙연 전 대표를 의식한 일정은 아니다”라면서도 “이 전 대표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다르다. 이준석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검찰 독재의 가장 핍박받는 피해자지만, 이낙연 전 대표는 당내에서 그런 피해나 압박을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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