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기 현직 군주’ 덴마크 여왕, 신년사 중 깜짝 ‘퇴위’ 발표
재위 52주년인 1월14일 장남에 양위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재위 중인 현직 군주인 덴마크 여왕이 신년사 도중 깜짝 퇴위를 선언했다.
31일(현시지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덴마크 마르그레테 2세 여왕(82)은 새해 전야에 TV 방송으로 생중계된 신년사를 통해 왕위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결정했다”면서 “사랑하는 아버지의 뒤를 이은 지 52년이 되는 2024년 1월14일에 덴마크 여왕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말했다.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은 왕위를 장남인 프레데릭 왕세자(55)에게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 허리 수술 등을 한 그는 “수술을 통해 자연스럽게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다음 세대에게 책임을 물려줄 때가 온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지를 보내준 덴마크 국민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성명을 통해 “전체 국민을 대신해 여왕 폐하의 평생 헌신과 왕국을 위한 지칠 줄 모르는 노력에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고 싶다”며 경의를 표했다. 그는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은 덴마크의 전형”이라며 “오랜 세월 우리가 국민으로서, 국가로서 누구인지에 대해 언어와 감정을 불어넣어 줬다”고 전했다.
1972년 1월14일 아버지 프레데릭 9세가 서거한 후 왕위에 오른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은 오는 14일 재위 52주년을 맞는다. 1953년 헌법 개정을 통해 여성의 왕위 계승이 허용되면서 그는 덴마크 최초의 여왕으로 즉위했다. 2022년 9월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사망한 이후 유럽에서 가장 오랫동안 재임한 군주가 됐고, 덴마크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오래 재임한 군주로도 기록됐다.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은 스캔들을 피하고 왕실을 현대화해 덴마크 왕가를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왕실 중 하나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항상 밝고 창의적인 모습으로 국민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아왔다.
그는 예술을 좋아해 재임 중에도 화가이자 의상, 무대 디자이너로도 활동했다. 왕립 덴마크 발레, 왕립 덴마크 극장과 여러 차례 함께 작업했고, 책의 일러스트를 맡기도 했다. 또 고고학에 대한 관심으로 여러 발굴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평소 흡연을 즐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또 그는 “휴대전화 없이도 행복하다”며 휴대전화와 인터넷 등을 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왕실 전통과는 달리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게 되는 프레데릭 왕세자의 공식적인 즉위식은 따로 없을 예정이다. 덴마크 왕실 최초로 대학 교육을 마친 프레데릭 왕세자는 2004년 호주 출신의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메리 도날드슨 왕세자비와 결혼해 슬하에 2남 2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프레데릭 왕세자는 영국 찰스 3세 국왕과 마찬가지로 환경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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