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정신과 전문의가 찾은 '옥의 티'는?

심영구 기자 2024. 1. 1. 14: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프칼럼] (글 : 노대영 교수)
치료는 어둠 속에서 작은 불빛을 향해 함께 걷는 것이다. 그림 by 노대영


드라마를 의무감에 보는 것만큼 곤혹스러운 일은 없다. 특히 정신의학 소재의 국내 드라마는 점점 퇴행해가는 느낌이 들어 거부감이 컸다. 하지만 기자나, 환자, 또는 지인들이 자꾸 물어보는 바람에 넷플릭스를 켰다. 기다려왔던 스위트홈 2를 미루고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보았다. 숙제하듯 보기 시작했지만,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 즐겁게 시청할 수 있었다. 약 스포가 있으니, 보실 분들은 주의 부탁드린다.

본 드라마는 정신병동에 신규 간호사로 배정된 주인공 정다은(박보영 분)의 초반 성장기와 후반 낙인 극복기로 이어진다.

 

나의 초년병 시절

작중 주인공은 정신과 신규 간호사이지만, 자연스레 나의 정신과 전공의 시절이 떠올랐다. 나는 전공의 1년 차 첫 6개월을 폐쇄병동에서 시작했다. 첫 2개월간은 병원에만 있었고, 이후에도 집에 간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환경적으로는 환자와 다를 바 없이 갇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머리도 제때 못 깎고 퀭한 모습으로 병동을 누비고 다녔다.
병동 산책 때, 산책 구역에서 경계를 서고 있었는데 (이때는 가운 대신 사복을 입는다), 실습 나온 간호대생이 조심스레 다가와 내게 말을 건넸다. "치료받느라 많이 힘드시죠?" 개인적으로는 슬픈 추억이지만, 환자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달까? 주인공과 같은 종류의 실수는 아니었어도, 나 역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대부분 의욕이 앞서고, 기다릴 줄 몰라서 생긴 일들이다. 초짜 정신과 의사가 제 역할을 할 때까지 기다려 준 건 환자 분들이니, 늘 감사할 따름이다.
 

고난은 관계의 문제부터

환자의 가장 아픈 상처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생겨나기 마련이다. 모든 임상과가 그렇지만, 특히 정신과 치료에선 환자-치료자의 관계가 중요하다. 환자는 이전과 다른 관계 맺기를 통해 교정적 재경험을 한다. 정신과 전공의 수련이 4년으로 긴 이유는, 정신과 약물이 많고 복잡해서만은 아니다. 다양한 환자들과 치료적인 관계를 잘 맺으려면, 충분히 훈련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치료자는 환자를 만날 때마다 본인만의 고유한 대인관계 패턴이 나타난다. 이를 역전이라고 하는데, 이를 객관화해서 들여다보고 다루려면 오랜 기간 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주인공 정다은 간호사처럼 정이 많고, 내담자에게 감정이입을 많이 하는 선후배들이 가끔씩 있었다. 이들의 몸에 밴 따뜻한 태도는 장점이지만, 스스로 소진되기도 쉽다. 대개 수련 과정을 거치면서 환자와 적당히 거리두기 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극 중에서처럼 퇴원할 때 건네는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마요."란 말은 매정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 환자가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좋은 작별(Good-bye)이다.

본 드라마는 기존 정신의학 소재 드라마에 비해 꼼꼼한 자문을 받아서인지 전반적으로 어색함이 적었다. 다만 작중 옥에 티라면, 정다은 간호사가 김서완 님에게 개인 연락처를 남긴 행동이 끝내 극 중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점이다. 이는 치료적 중립성을 깰뿐더러, 환자의 의존욕구를 조장할 수 있다. 후회하는 회상씬에서 그 장면이 지나가기를 바랐지만, 결국 나오진 않았다. 통화를 끝낸 김서완 님은 거절 공포(fear of rejection) 또는 유기불안(fear of abandonment)까지 느꼈을 수 있다. 외로웠던 환자의 극단적인 행동화(acting-out)가 이해가 되는 지점이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스틸컷 / 출처: 넷플릭스

정신과 치료는 낙인과의 싸움

경험과 연륜 덕에 조금 여유가 생긴 지금, 치료자로서 가장 힘든 건 역시 낙인과의 싸움이다. "약을 먹으면 중독되는 것 아닌가요?", "정신병동에선 툭하면 사람을 묶어둔다면서요?" 매일 반복되는 질문들이다. 낙인이란 본질적으로 두려움에서 출발한다. 두려운 이유는 우선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는 이미 내용과 무관하게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노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 아래 주소로 접속하시면 음성으로 기사를 들을 수 있습니다.
[ https://news.sbs.co.kr/d/?id=N1007478881 ]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