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좋은 곳 한국인만 이용했네요”…동남아로 퍼지는 ‘K편의점’ 인기

이효석 기자(thehyo@mk.co.kr),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2024. 1. 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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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편의점 1000곳 돌파
말레이·베트남·몽골 성과
카자흐 등지로 점포 확장
국내 中企제품 PB로 개발
해외 개척 윈윈 모델 정착
CU의 말레이시아 점포 모습. [사진 출처=CU]
한국 편의점이 해외 영토를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K팝, K무비, K푸드를 향한 관심이 K유통으로 넓혀가는 모양새다. 편의점이 몽골,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등에서 한국 음식을 중심으로 성공을 거둔 데 이어 쿠팡 몰테일 등 플랫폼 업체는 해외 직판을 통해 한국 공산품의 저력을 알리고 있다.

1일 BGF리테일·GS리테일·이마트24 등 국내 편의점들이 해외에 설치한 점포는 지난해 말 기준 총 1054개다. 이는 전년 말 769개에서 1년 만에 37% 급증한 수치다. 2018년 BGF리테일의 CU과 GS리테일의 GS25 등 편의점 양강이 각각 몽골과 베트남 사업을 시작한 이래 5년 만에 거둔 성과다.

현지 점포가 급증하면서 해외 매출도 고속 성장하고 있다. GS25가 2022년 해외에서 올린 매출액은 진출 원년인 2018년과 비교해 약 35배로 성장한 1030억2900만원이다. 510개로 최다 해외 점포를 보유한 CU도 지난 5년간 연평균 매출이 몽골에서 12%, 말레이시아에서 10.5% 늘었다. CU의 해외 점포에 방문하는 고객은 하루 33만명, 연간 1억명에 달한다.
GS25의 자체브랜드(PB) 상품. [사진출처=GS25]
한국 편의점들의 글로벌 인기엔 K푸드의 힘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CU 해외 점포의 전체 매출 중 한국 상품의 비중은 무려 50% 이상을 차지한다. 편의점이 현지 상품을 단순히 유통하는 것을 넘어 국내 상품을 해외로 소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셈이다. 말레이시아의 CU에선 매출 상위 1~10위 상품 중 7개가 K-핫 닭강정, 로제 떡볶이, K-치즈 콘도그 등 한국 식품이다.

이수정 부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한류 문화가 K푸드의 인식을 완전히 바꿨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해외에서 한국의 ‘치맥’ 문화가 인기를 끌면서 닭고기를 튀긴 후 조려 먹는 닭강정 같은 생소한 요리가 편의점을 통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GS25의 몽골 매장 모습. [사진 출처=GS25]
한국 편의점은 해외 시장 개척은 올해도 계속된다. 상반기에는 CU의 카자흐스탄 1호점 개점이 예정돼 있다. 몽골의 성공을 중앙아시아에서도 이어나가겠다는 포석이다. 카자흐스탄 시장 진출은 세계 편의점 업계 최초다. 이마트24는 업계 최초로 캄보디아에 깃발을 꽂는다. 상반기 중 1호점을 개장한 후, 5년 내 100개 매장까지 순차적으로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을 짜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도 올해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9월 몽골 올란바토르에 4년 만에 신규 매장 몽골 이마트 4호점을 연 이후 베트남에도 3호점을 냈다. 회사는 베트남 대형마트 중 1등 점포를 만들어 동남아 시장 공략의 허브로 키울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2008년부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중점으로 해외사업을 펼쳐왔다. 회사는 인도네시아 48개점, 베트남 16개점 등 총 64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베트남 하노이에 롯데쇼핑군 계열사가 총집합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열고 아시아 시장 확대에 나섰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점은 쇼핑몰, 마트, 호텔, 아쿠아리움, 영화를 포함하는 연면적 약 35만4000㎡(10만7000평) 규모의 초대형 복합상업단지다.

CU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사려고 외국인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사진 출처=CU]
특히 세계적 인플레이션에 한국 유통기업들의 자체브랜드(PB) 제품이 각광받고 있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등 PB 상품 수출을 2022년 254억원에서 지난해 374억원까지 늘렸다. 롯데마트 PB 상품 수출은 2022년 전년비 30% 증가한 것에 이어 지난해도 5% 가량 불었다. 일반 상품 대비 40% 가량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해외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해외 시장에서 PB의 인기는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도우며 동반 성장의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노브랜드 PB 상품의 70%는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 제품이다. CU도 몽골에서 전체 상품의 약 30%를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 HEYROO(헤이루) PB 상품들로 구성해 40여 개의 업체가 간접적으로 진출할 수 있게 도왔다.

홈플러스는 PB 상품의 범주를 냉장·냉동식품으로 넓혀 몽골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수출한 냉동 과일이 현지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어서다. 홈플러스는 몽골 울란바토르 지역 14개 매장에서 PB 상품 200여 종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1~8월 PB 매출을 보면 전년비 두 자릿수 성장을 했다.

CU 몽골 한국문화주간 행사 사진. [사진 출처=CU]
국내 유통업계는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직구 열풍을 활용해 이커머스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한국 상품을 현지에서 사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많은 만큼 역직구(해외 직판)에서 승부를 보겠단 것이다. 쿠팡은 올해까지 대만에 풀필먼트센터를 2개 설치했으며, 커넥트웨이브의 해외 배송 대행 전문업체 몰테일은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등 8개국에서 12곳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K유통은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유통기업이 현지 기업과 경쟁해 세계화에 성공한 사례는 찾기가 매우 힘들다”며 “진출 초기의 성과를 지키면서 한국 기업의 노하우를 빠르게 흡수해 치고 나오는 현지기업은 갖출 수 없는 상품 차별화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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