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학생 ‘이과 쏠림’···자사고 고3 학급 70%는 ‘이과반’
취업·수능 표준점수 유불리 영향
전국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서 고3 학급 10개 중 7개는 이과반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권 학생들의 ‘이과 쏠림’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종로학원이 학급편성 현황을 공개한 전국 자사고 26곳을 분석한 결과 고3 학급 총 254개 중 176개(69.3%)가 이과 학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 자사고는 166개 학급 중 113개(68.1%), 전국단위 자사고는 59개 학급 중 42개(71.2%)가 이과 학급이었다. 지방권 자사고도 29개 학급 중 21개(72.4%)가 이과 계열이었다.
상위권 학생들의 이과 쏠림이 심해지고 있는 것은 인문·사회계열 졸업생들의 취업이 어려워지고 사회적으로 의·약학계열 선호도가 높아진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2022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 조사’ 결과를 보면 의약계열과 공학계열의 취업률은 각각 83.1%, 72.4%로 평균(69.6%)보다 높았다. 반면 인문계열과 사회계열의 취업률은 각각 59.9%, 63.9%로 평균 이하였다.
2022학년도부터 문·이과 통합 수능이 시행되면서 미적분 등 이과 선택과목이 고득점에 유리해진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미적분’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확률과통계’보다 11점 높았다. 이과생들은 높은 표준점수를 토대로 상위권대 인문계열 학과에 교차지원해 합격할 수 있다. 종로학원이 지난 12월 수험생 2025명을 표본조사한 결과 이과생 절반 이상(50.5%)이 ‘교차지원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정부는 선택과목별로 표준점수 격차가 발생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28학년도 수능부터 선택과목제를 폐지하고 주요 과목을 공통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현재는 수능선택과목 체계가 가진 한계로 인해 학생의 노력과 관계없이 점수 유불리가 발생할 수 있다”며 “2028 수능은 전국의 고등학교에서 공통으로 가르치는 핵심적인 과목들을 출제하고 모든 학생이 동등한 조건에서 시험을 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수능 체제 변화만으로는 이과 선호 현상이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2028학년도 대입개편안에 따르면 수학 출제 범위가 현 수능보다 좁아져 난도가 높아질 전망이고, 문과생도 ‘통합과학’에 응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수학·과학 학습에 유리한 이과생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이 공통과목으로 시행돼도 이과생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도 맞지만, 정확히 말하면 성적을 잘 받는 학생들이 이과를 선택한 것도 맞다”라며 “취업 등 사회적인 요소도 결부돼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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