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레이스 이끌고 가는 박무빈, 일단은 팀부터 “농구하면서 개인 욕심 내면 나도 팀도 안 좋은 결과 나온다는 걸 느껴”
“제가 받는건 아니지만, 준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조동현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은 31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경기에서 90-83으로 승리한 뒤 이런 말을 꺼냈다. 가드 박무빈(23)의 신인왕 수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농구영신 매치였던 이날 승리의 주역은 홀로 26점을 올린 게이지 프림이었다. 하지만 박무빈도 31분10초를 뛰며 10점·6어시스트로 대단히 좋은 활약을 했다.
지난해 9월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현대모비스의 지명을 받은 박무빈은 원래 시즌 개막과 함께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었으나 연습 도중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해 이탈했다. 이후 회복에 집중하며 때를 기다리던 박무빈은 12월7일 서울 SK전에서 데뷔, 9점을 올리며 무난한 데뷔전을 가졌다.
이후 박무빈은 꾸준히 출전시간을 늘려가며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드러내기 시작했다. 데뷔가 늦은 관계로 치른 경기 수는 10경기에 불과하지만, 평균 11.2점·5.1어시스트의 놀라운 활약을 하고 있다. 주전 가드 서명진이 지난해 10월 왼쪽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된 상황에서 박무빈의 활약은 현대모비스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박무빈은 한국가스공사전이 끝난 뒤 신인왕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소를 지은 뒤 “시즌 시작 전부터 개인상에 대한 욕심은 안냈다. 지금까지 농구를 하면서 개인 욕심을 내면 나도 팀도 안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는 걸 느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주위에서도 많은 말들을 해주기도 하지만, 팀 성적에 신경쓰다 보면 개인 성적도 좋아질 것이다. 그러면 신인왕도 따라올 것이라고 본다”며 먼저 팀을 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사실 이번 시즌 가장 주목받았던 신인은 박무빈과 같은 고려대 출신으로,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수원 KT의 문정현이었다. 하지만 문정현은 스쿼드가 두터운 KT에서 자리를 잡는데 애를 먹으며 개인 기록에서 박무빈에 크게 뒤진다. 현재 박무빈과 신인왕을 다투는 경쟁자는 전체 3순위로 창원 LG의 선택을 받은 연세대 출신 가드 유기상이다. 박무빈보다 먼저 데뷔전을 치른 유기상은 25경기에서 평균 7.3점에 경기당 평균 2.1개의 3점슛을, 39.3%의 뛰어난 성공률로 적중시키고 있다. 박무빈은 “사실 (문)정현이랑 얘기는 하는데, 농구 얘기는 안한다”며 “정현이가 기가 죽어 있다는 부분을 느꼈는데, KT라는 팀 특성상 누가 갔어도 적응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본다. 국가대표에 전체 1순위라는 타이틀이 정현이한테 압박감을 주는 것 같은데, 부담감을 떨치고 여유있게 하면 분명히 이겨낼 것이라고 본다”며 친구를 응원했다.
난생 처음 치른 농구영신 매치에서 승리를 맛 본 박무빈은 2024년에는 더 높은 곳으로 가길 희망했다. 박무빈은 “우린 원주 DB를 만나든 LG를 만나든 대패한 경기가 없었다. 그것만 봐도 우리 팀의 뎁스가 두텁다고 생각한다”며 “조합만 충분히 맞추면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도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가 하위권 팀과 붙어도 대승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방심하지 않고 조심해서 2024년에는 더 높은 곳으로 가고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구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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