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정상, 새해 첫날 '친선의 해' 공식 선포…정상회담 포석?
전문가들 "中, 美 압박 무시 못해…'거리두기' 이어갈 듯"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남북을 '적대적 교전국'이라 재규정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새해 첫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축전을 교환하며 북중 친선을 과시했다.
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시 주석에 보낸 축전에서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은 올해를 '북중 친선의 해'로 선포하고 이를 통해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공동의 투쟁에서 협동을 보다 강화해 나감으로써 조중(북중)관계 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아로새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비서는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26~30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국'으로 재정의하고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겠다"라고 핵을 통한 '적화 통일' 시나리오의 공식적인 수립을 시사했다.
김 총비서는 미국을 겨냥해선 "강 대 강 대미·대적(對敵) 투쟁 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공세적인 초강경 정책을 실시해야 하겠다"라며 작년과 마찬가지로 군사적 위협과 강경 노선 구사 의지를 이어갔다.
이같은 대남·대미 '말폭탄'을 내놓은 지 불과 하루 만에, 그것도 새해 첫날부터 북중 밀착과 시 주석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은, 올해도 한미·한미일에 대응한 북중·북러·북중러 관계 강화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은 올해 기념일이 북한이 성대하게 기념하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인 만큼, 지난해 무기 거래 등 북러 밀착 못지않은 북중 협력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문에 따르면 시 주석은 김 총비서에게 보내는 축전에서 "최근 연간 쌍방의 공동의 노력과 추동 아래 전통적인 중조(중북) 친선협조관계는 새로운 역사적 시기에 들어섰다"라며 "새 시기 새로운 정세 아래서 중국 당과 정부는 시종일관 전략적 높이와 장기적 각도에서 중조관계를 대하고 있다"라고 화답했다.
특히 시 주석은 "중국과 조선(북한)은 산과 강이 잇닿아 있는 친선적인 인방"이라며 북중이 '떨어질 수 없는 사이'임을 부각하는 등 새해 첫 축전에 공을 들이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 총비서간 북러 정상회담에 이어 올해 북중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작년 북러가 강하게 밀착하며 북중러 결속으로의 확대를 도모할 때, 전문가들은 중국이 3각 밀착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중국은 지난해 러시아의 '북중러 연합훈련 가능성' 등 북중러 3각 구도 결집 시도에 대해 '거리두기' 입장을 견지하며 철저하게 북중·북러 양자 차원에서만 협력을 모색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이 지난해 말 미국과의 정상회담 등 고위급 교류 재개를 통해 미중 갈등의 '심화' 보단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과 연관이 있는 태도로 분석됐다. 시 주석은 새해를 맞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축전을 교환했는데 여기서도 '미중관계 관리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작년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올해도 중국과의 협력 수위를 넓히려 하고 러시아가 북한과 함께 북중러 3각 협력 공고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지만, 중국의 '미온적 태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때문에 북중의 밀착이 보다 강화되도, 북중러 3자 군사훈련 등의 '자극적인' 형태로는 발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중국은 북한, 러시아와 양자 차원의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기본 입장은 유지하겠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압박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과 완전히 척을 지고 대결 상태로 가는 것을 경계하는 '거리두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작년 한 해를 보더라도 북한은 북러 정상회담을 핵심 성과로 내세우고 있지만 북중관계에 대해선 특별한 내용이 없다"라며 "북중관계에서 의미 있는 가시적 교류가 있었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연초에 북중 정상 친서 교환을 과시했지만 여전히 (구체 협력에 대해선)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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