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 환자에 몹쓸짓하고 불법 촬영…'성범죄 의사' 이틀에 1명씩 적발

양윤우 기자 2024. 1. 1. 13: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롤스로이스 돌진 사건 가해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한 혐의를 받는 40대 염모 씨가 지난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 밖으로 나가고 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염 씨가 지난해 1월부터 올 10월까지 수면 마취 상태인 여성 10여 명을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한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사진=뉴스1

최근 5년간 성범죄로 검거된 의사가 800명에 육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규제하는 법이 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2022년 5년간 성범죄로 검거된 의사(한의사·치과의사 포함)는 793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도별 검거 인원은 △2018년 163명 △2019년 147명 △2020년 155명 △2021년 168명 △2022년 160명이다. 연간 평균 159명으로 이틀에 한 번씩 검거된 꼴이다. 특히 대부분(약 70%) 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 검거됐다.

성범죄 유형별로는 강간·강제추행으로 검거된 의사가 689명(86.9%)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불법 촬영) 80명(10.1%) △통신매체 이용 음란행위 19명(2.4%) △성적 목적 공공장소 침입 5명(0.6%) 등으로 집계됐다.

최근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의 가해자인 신모씨(28)에게 마약류를 불법 처방한 혐의를 받는 성형외과 의사 염모씨(40대·남)가 경찰 조사를 받던 중 환자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염씨는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수면 마취 상태인 여성 10여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면서 이를 자신의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 여성들은 마취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염씨에게 성범죄를 당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염씨는 다른 사람에게 의사 면허를 빌려줬다가 적발돼 의사 자격이 정지된 상태로 의료행위를 이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초에는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전공의와 간호사 등 10여명을 2021년부터 상습 성추행 또는 성희롱한 혐의로 5개월의 정직 처분을 받고 지난 9월 복직했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의료기관 수술실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설치가 의무화된 25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술실에 CCTV가 설치돼 있다. 이날 수술실 CCTV 설치와 운영을 의무화하는 의료법이 시행됨에 따라 전신마취나 수면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 2023.09.25.

현직 의사들의 잇따른 성파문 논란으로 의료 현장에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커졌다. 이에 따라 최근 의료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개정 의료법에 따라 의료인이 모든 법령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면허가 취소된다. 결격 사유가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및 선고유예 포함, 고의성 없는 의료사고로 인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제외)을 받은 모든 범죄로 확대된 것이다.

또 지난해 9월부터는 의식이 없는 환자를 수술하는 의료기관은 CCTV(폐쇄회로TV) 설치가 의무화됐다. 대리 수술 또는 성범죄 등의 불법행위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있다. 환자나 보호자가 수술 전 요청한 경우만 촬영이 이뤄진다. 영상 열람과 제공 또한 조건이 까다롭다. 수술에 참여한 의료인 전원이 동의하는 경우에만 영상 열람 및 제공이 가능하다. 아울러 영상 보관기간도 최소 30일에 불과해 증거 수집 또는 증명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성범죄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인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30대 여성 박모씨는 "환자가 수면 마취를 받을 때마다 영상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다면 의료진의 불법 행위를 파악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실제로는 수면 위로 드러난 피해자들보다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경찰 간부 A씨도 "(수술실 성범죄의 경우) 수사기관뿐 아니라 피해자도 범죄를 인식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피해자도 인식하지 못하면 그냥 넘어가게 된다"며 "특히 환자들이 의료진을 믿고 있기 때문에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A씨는 "성범죄 의사를 세게 처벌해서 다른 의사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방식으로 형벌 위하력(형벌을 통한 범죄 억제력)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의 범죄 행위를) 간호사 등 주변 사람들이 눈치 못 채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관련자들이 신고 또는 제보하면 그 사람들을 보호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해당 법안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수술실 내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건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의료 행위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이 2021년 9월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임시회관에서 열린 '수술실 CCTV 설치 강제화 규탄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이날 "수술을 행하는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해 언제 범죄를 저지를지 모르니 격리된 공간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사고와 인식은 의료인들에게 모멸감을 넘어 수치심을 느끼게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국회 통과를 규탄했다./사진=뉴스1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