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보다 위험할 수도"…英 빠진 유럽의회, '극우' 커질까
EU 27개 회원국 6월 의원 720명 선출…
유럽 '정치적 분열' 양상 속 극우 세력 ↑,
선거 결과 따라 이민정책 등 변화 가능성
[편집자주] 한국의 총선을 비롯해 새해에는 지구촌에 굵직한 선거가 많이 펼쳐진다. 결과에 따라서는 세계의 정치적 경제적 갈등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 그 여파는 우리에게도 미칠 것이다. 주요 선거 전망과 예상되는 영향을 짚어본다.
특히 유럽의회 선거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처음이자 최근 유럽 내 극우 정당 세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것으로 더욱 주목받는다.
유럽의회는 EU 통치 기관 중 가장 약한 기관으로 꼽힌다. 하지만 EU의 실질적 권력 기관인 유럽집행위원회 새 위원장 선출에 최종적인 발언권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의회 선거 결과는 우크라이나 지원, 기후변화 대응, 이민자 수용 등 국제적 사안과 직결된 EU정책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EU의 한 수석 외교관은 "유럽 선거가 미국 선거(대선)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며 유럽의회 선거 결과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EU 27개 회원국에서 4억명 이상의 유권자는 오는 6월 6일부터 9일까지 5년 임기(2004~2009년)를 수행할 유럽의회 의원 720명을 새롭게 선출한다. 이는 2019년에 결정된 현재 유럽의회 의석수(705석)보다 15석 증가한 것이다.
영국분석기관 EIU(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는 "올해도 유럽에서는 '정치적 분열'(권력구조 분산화)이 주요 트렌드가 될 것"이라며 "각국 정부의 안정적인 다수 의석 확보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연립정부가 구성된 국가들은 대규모 다당 간 합의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 주류 정당이 극우 또는 극좌가 지지하는 일부 급진적인 정책, 특히 이민 관련 정책을 채택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차기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의 우세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유럽에서는 지난 2022년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스웨덴, 핀란드, 스위스, 네덜란드, 프랑스 등에서 극우 정당의 약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100년 만에 극우 총리가 탄생했고, 나치즘 역사로 극우가 금기시됐던 독일에서도 극우 정당의 지지율이 지난해 9월 여론조사 기준 2위까지 올랐다.
13년간 좌파 정권이 집권한 네덜란드에서도 지난 11월 총선에서 EU 탈퇴 등을 내세운 극우 성향 자유당이 제1당에 등극했다. 집권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유럽의회 선거 전인 올해 3월 총선이 예정된 포르투갈에서도 극우 정당인 체가(Chega)가 지지하는 우파가 차기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9월로 예상되는 오스트리아 총선에서도 극우가 최대 정당이 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럽 정치매체 폴리티코EU의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차기 유럽의회에서 우파 정당의 의석수가 이전보다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28일 기준 폴리티코EU 설문조사에서 현재 유럽의회 야당의 극우 정당인 '정체성과민주주의'(ID)와 '유럽보수와개혁'(ECR)의 의석수는 모두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ID의 의석수는 현재의 75석에서 89석으로, ECR 의석수는 62석에서 78석으로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무소속 의석수는 39석에서 43석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유럽의회 여당이자 최대 교섭단체인 '유럽인민당그룹'(EPP)의 의석수는 현재의 175석에서 172석으로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여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 145석→141석), 중도파 '리뉴유럽'(RE, 97석→82석) 그리고 야당의 좌파 정당인 '녹색당-유럽자유동맹'(Green/EFA, 73석→44석), '유럽의회좌파'(GUE/NGL, 39석→31석)의 의석수도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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