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처럼 생긴 이 로봇의 특이한 임무…달에서 흙 퍼나른다

이정호 기자 2024. 1. 1.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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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레골리스’ 옮길 무인 차량 개발
월면 들어설 산소 추출 공장까지 운반
이르면 2026년 월면에 투입 계획
호주우주국이 최근 개발한 무인 달 탐사차량. 월면에 깔린 흙, ‘레골리스’를 운반하는 임무를 띤다. 호주우주국 제공

달 표면에 깔린 흙을 퍼다 나르는 무인 차량이 개발됐다. 달의 흙에는 산소가 함유돼 있는데, 이를 뽑아내는 공장을 월면 현지에서 운영하기 위한 원료 공급용 건설 장비가 고안된 것이다. 이 차량은 이르면 2026년 달에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과학매체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은 31일(현지시간) 호주우주국이 운영하는 우주개발 컨소시엄 ‘ELO2’가 달 표면을 굴러다닐 무인 탐사 차량 시제품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ELO2는 호주에 있는 총 14개 기업·대학이 참여한 우주기술 연구 조직이다.

이번 달 탐사 차량은 호주우주국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협력해 2021년 개발을 시작했다. 달에 인간을 다시 착륙시키고 유인 기지를 짓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의 일환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은 현재 한국과 일본 등 33개국이 참여 중이며 호주도 포함돼 있다.

탐사 차량의 덩치는 소형 여행용 가방 수준이다. 중량은 약 20㎏이다. 외부에는 바퀴 4개가 달렸는데, 바퀴 표면에 작은 톱니가 부착돼 거친 지형도 돌파할 수 있다.

최대 속도는 초속 10㎝다. 동체 주재료는 가볍고 강도 높은 티타늄이다. 기본적으로는 스스로 움직이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인간의 판단이 요구되는 ‘반자율 주행’을 한다.

각종 장비가 비교적 작은 동체에 오밀조밀하게 부착됐기 때문에 로봇은 귀여운 인상을 준다. 2008년 개봉한 미국 애니메이션 ‘월-E’ 속 주인공 로봇을 연상케 한다.

달 남반구의 ‘클라비우스 충돌구’ 모습. 클라비우스 충돌구를 비롯해 달 표면은 모두 ‘레골리스’라고 부르는 달 고유의 흙으로 덮여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이 탐사 차량을 만든 이유는 뭘까. 미래 월면에 들어설 ‘산소 추출 공장’으로 달 표면에 깔린 흙, 즉 ‘레골리스’를 퍼오기 위해서다. 평범한 회색 가루처럼 보이는 레골리스에는 산소가 함유돼 있다. 레골리스 속 산소는 물리적·화학적 공정을 거쳐 뽑아낼 수 있는데,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하는 원료 공급용 건설장비로 이 차량을 사용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차량에는 레골리스를 차체 안에 담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삽과 적재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산소는 달에 사람이 머물면서 호흡을 하려면 꼭 필요하다. 로켓 연료를 태우는 데에도 필수재다. 이런 중요한 산소를 지구에서 가져올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지구와 달을 오가는 거대한 로켓을 자주 띄워야 한다. 엄청난 비용이 든다. 반면 월면에서 산소를 현지 조달하면 운반 비용을 대폭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

연구진은 이 로봇을 달 표면과 비슷하게 만든 모의 환경에 노출시켜 실험할 예정이다. 시험의 핵심은 내구성 확인이다. 달에서는 온도 변화가 극심하다. 추운 곳은 영하 230도, 뜨거운 곳은 영상 120도에 이른다. 게다가 우주 방사선이 쏟아지고, 구덩이와 언덕도 수없이 존재한다. 특히 레골리스는 암석이 부서져 생긴 조각이기 때문에 기계 장치와 접촉하면 고장을 유발한다. 이런 악조건을 이겨내도록 튼튼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이르면 2026년 이 로봇이 달에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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