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이창용 “인플레이션과의 싸움 잘 마무리할 것”

“올해 주요국 금리인상 사이클 마무리될 것”
”물가안정이 최우선… 최적 금리경로 찾을 것”
”고령화·가계부채, 성장잠재력 훼손하는 수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원자재가격 추이의 불확실성과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 등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지만, 우리는 반드시 물가 안정을 이루어낼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1일 신년사에서 “올해는 주요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나라별로 정책이 차별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우리가 어떻게 해나가느냐에 따라 올해 경제 상황은 물론 지난해 정책 운용 성과에 대한 최종 평가도 달라질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내외 경제 여건의 변화를 고려할 때 올해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도 경기회복과 금융안정에 필요한 최적의 정교한 정책조합을 찾아 나가야 한다”면서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 요인을 살피면서 물가를 목표수준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통화 긴축 기조의 지속기간과 최적 금리 경로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긴축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금융 불안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주요 선진국에서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확대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재는 또 “정교한 정책조합을 성공시키려면 소통 강화에도 힘써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경제 전망 경로를 그간의 반기에서 분기 단위로 세분화해 하반기 중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논의된 분석자료와 조사연구 자료들도 국민께 이해하기 쉽게 전달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의 구조개혁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눈앞에 두고 있는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수요가 확대일로에 있으며 그간 가파르게 증가한 가계부채 규모는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저해하는 다양한 요인들이 여전히 산재해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과거 부동산 가격 급등 및 PF 부실화의 구조적 원인과 제도적 보완책은 무엇인지, 향후 디지털 시대의 뱅크런(예금 대량인출)에 대응한 현재의 규제 및 감독 체계는 충분한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높아진 대외건전성에 걸맞게 환율의 대외충격 흡수 기능이 충분히 활용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재는 또 “중장기적인 시계에서의 구조개혁 또한 지속돼야 한다”면서 “저출산·고령화와 수도권 집중 및 지방소멸을 어떻게 극복할지, 글로벌 공급망 재편·기후 위기 등 과거와 다른 환경에서 경제의 체질 개선은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이 총재는 “순간순간 맞닥뜨린 파고(波高)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크고 작은 파도만을 경계하다 정작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면서 “한국은행이 보다 긴 안목과 통찰력을 가지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든든한 나침반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