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인플레 대응으로 밀려 있던 '구조적 문제' 살펴야"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하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12.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그간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추세)에 대응하느라 충분히 살피지 못했던 (한국경제의) 여러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는 데 한은이 더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과거 부동산 가격 급등 및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의 구조적 원인과 제도적 보완책은 무엇인지 △향후 디지털 시대의 뱅크런에 대응한 현재의 규제 및 감독 체계는 충분한지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은행 금융기관의 중요도를 고려해 한은의 유동성 지원 장치는 더 개선할 사항은 없는지 △높아진 대외건전성에 걸맞게 환율의 대외충격 흡수 기능이 충분히 활용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긴축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금융 불안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주요 선진국에선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일부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유사시 금융시스템 내의 유동성 안전판 강화를 위해 한국은행 대출의 적격담보 범위를 금융기관이 보유한 대출채권까지 확대하기로 한 만큼 세부 시행 방안 등 관련 제도를 조속히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눈앞에 두고 있는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수요가 확대일로에 있으며 그간 가파르게 증가한 가계부채 규모는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더 나아가 중장기적인 시계에서의 구조개혁 또한 지속돼야 한다"면서 "△저출산·고령화와 수도권 집중 및 지방소멸을 어떻게 극복할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후 위기 등 환경에서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야 하는지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외 경제 여건의 변화를 고려할 때 올해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도 경기회복과 금융안정에 필요한 최적의 정교한 정책조합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추세)과의 싸움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등산에서 정상 직전의 오르막길 또는 마라톤에서의 마지막 구간, 즉 라스트 마일(last mile)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세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원자재가격 추이의 불확실성과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 등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는 주요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나라별로 정책이 차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한은은 우리 내부 여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정책을 결정할 여지가 커졌고 우리가 어떻게 해나가느냐에 따라 올해 경제 상황은 물론 지난해 성과에 대한 최종 평가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이 총재는 "경제전망 경로를 그간의 반기에서 분기 단위로 세분화, 하반기 중 발표하도록 하겠다"며 "경제주체들이 중앙은행 전망의 전제조건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됨으로써 정책 변화 방향을 체계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