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판도가 변했다…20년만에 월간 대미 수출, 대중 수출 제쳐
대중 수출 부진 장기화 관측도…중국, 최대 교역국 지위는 유지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김동규 기자 = 20여년 만에 월간 대미(對美) 수출이 대중(對中) 수출을 앞질렀다.
전기차 등을 앞세운 대미 수출이 강한 활기를 띤 데 따른 것이다.
반면 반도체 등 중간재 수출 부진 속에서 대중 수출은 위축돼 한중 수교가 이뤄진 1992년 이후 31년 만에 대중 무역수지가 처음으로 적자를 나타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3년 수출입 동향을 보면 '대미 수출 약진, 대중 수출 약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작년 12월 대미 수출액이 대중 수출액을 추월했다. 월간 기준으로 미국이 2003년 6월 이후 20여년 만에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 지위를 회복했다.
작년 12월 대미 수출액은 113억달러를 기록,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반면 대중 수출은 109억달러로 전년 같은 달보다 2.9% 감소했다.
월간 대미 수출액은 작년 초반부터 대중 수출액에 근소한 차이까지 따라잡다가 결국 대중 수출 규모를 제쳤다.
연간 단위로도 2023년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19.7%)과 2위인 미국(18.3%)의 수출 비중 차이는 2003년 이후 최소인 1.4%포인트로 좁혀졌다. 2020년까지만 해도 중국과 미국의 비중 차이는 11%포인트 이상이었다.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한국은 작년 미국과 교역에서 445억달러의 흑자를 냈다. 작년 전체 대아세안 흑자(312억달러)보다 많다. 이로써 미국은 작년 한국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이 됐다. 2002년 이후 21년 만이다.
반면 지난해 중국과 교역에서 한국은 180억달러 적자를 봤다. 중국은 오랜 무역수지 흑자국에서 대규모 적자국으로 지위가 바뀌었다.
연간 기준으로 한국이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낸 것은 1992년 수교 이후 31년 만에 처음이다. 원유를 사 오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면 중국이 사실상 한국의 최대 무역수지 적자국이 된 것이다.
이 같은 무역 흐름 변화는 미중 전략 경쟁을 배경으로 전개되고 있는 공급망 재편, 미국 등 주요국의 자국 중심 통상 정책 등의 환경 변화 속에서 나타났다.
대미 수출 호황은 전체 수출액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자동차가 이끌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전기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판매 호조로 작년 1∼11월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287억7천만달러로 전년 대비 44.2% 급증했다.
북미 조립 전기차만 보조금을 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도 예외적으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상용 리스 채널 판매 길을 뚫어 대미 전기차 수출의 활력을 이어갔다.
또 IRA에 대응해 북미에 진출한 이차전지 업계들이 현지 공장 가동을 본격화해 양극재 등 이차전지 소재 수출이 급증했다. 결과적으로 도전으로 여겨진 IRA가 제2의 미국 수출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대중 수출 전선에는 먹구름이 꼈다. 대중 수출은 2022년 2분기부터 7개 분기 감소 중이다.
중국의 산업 고도화로 인한 제조업 경쟁력 향상, 중국 및 글로벌 동반 수요 부진 등의 여파로 대중 수출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한국산 중간재 수요가 감소한 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중국이 중간재 수급과 관련해 더는 한국에 기댈 필요가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2024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 향상으로 중간재 자급률이 상승했고, 한국산 중간재 수입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전체 수입에서 한국 비중도 2015년 10.9%에서 2023년 6.3%까지 줄었다.
거꾸로 한국 이차전지 산업이 커지는 와중에 리튬, 전구체 등 핵심 소재를 절대적으로 중국 기업에 의존하면서 한국이 중국에서 대규모로 새로 사 오는 상품이 많아졌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수산화리튬, 황산니켈, 황산코발트, 전구체 등 주요 이차전지 소재의 대중국 의존도는 각각 82.3%, 72.1%, 100%, 97.4%에 달했다. 작년 1∼11월 한국이 중국에서 사 온 수산화리튬만 46억달러어치에 달한다.
국내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있는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수입도 늘었다. 작년 1∼11월 수입액은 59억달러로 중국 수입 품목 중 1위다. 배터리와 수산화리튬 두 항목에서만 작년 한국은 100억달러 이상, 한화로는 약 13조원의 무역 적자를 봤다.
이런 구조가 굳어짐에 따라 중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흑자국에서 최대 적자국으로 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무역협회는 "중국 중간재 자급률 상승, 중국 수입시장 내 한국 경쟁력 약화 등으로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고기술, 고부가가치 중간재의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수출 품목을 육성해 중국산 중간재와의 기술적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급변하는 무역 지형 속에서 중국 의존 일변도에서 벗어나 수출 다변화를 통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다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두 나라 경제가 긴밀히 연결된 만큼 중국과의 안정적 경협 관계 관리의 중요성은 여전히 크다.
무역협회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중요한 수출 시장임은 변화가 없다"며 "수출 시장 다변화를 통해 대외 여건 변화의 리스크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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