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병원서 환자 냉동 배아 뒤바꿔 임신…두 가정 ‘날벼락’

캘리포니아 병원서 냉동배아 이식·출산
친자 검사 결과 친모는 다른 여성 환자
해당 환자도 뒤바뀐 배아로 이식, 실패
쌍둥이 아들 한 명, 생모에게 떠나보내

(왼쪽부터) 미국 뉴욕에 사는 부부 애니 마누크얀과 남편 아숏은 캘리포니아 난임 전문 ‘차(CHA)’ 병원에 의해 다른 환자의 냉동 배아를 이식, 2019년 3월 출산을 해야 했다. AFP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난임 병원이 두 여성 환자의 냉동 배아를 뒤바꿔 환자들이 임신하게 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한 환자는 다른 여성의 배아로 임신·출산한 쌍둥이 아들 중 한 명을 유전적 생모에게 떠나보내야 했으며, 다른 환자는 생물학적 친부가 다른 친자를 키워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1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 사는 한국계 미국인 여성 애니 마누크얀과 그녀의 터키계 남편 아숏 마누크얀 부부는 지난 2018년 캘리포니아의 난임 전문 ‘차(CHA)’ 병원에서 냉동 배아 보존 및 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들은 10만달러를 들여 당해 9월 임신에 성공, 2019년 3월 30일 제왕절개를 통해 쌍둥이 아들을 낳았다.

그런데 그녀가 낳은 아들들은 부부와 다른 백인계 아기들이었다.

유전자 확인 검사 결과 해당 병원을 통해 임신할 당시, 수술로 이식된 냉동 배아는 마누크얀 본인의 것이 아닌, 다른 여성 환자의 냉동 배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그 여성 환자는 2018년 마누크얀의 냉동 배아를 이식받아 임신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 때문에 마누크얀 부부는 출산 후 법원을 통한 소송으로 자신이 낳은 쌍둥이 아들 중 한 명을 해당 여성 환자 부부에 보내야 했다.

두 가정에 악몽이 된 이번 사고에 대해 병원은 사전에 이상 징후를 알고도 이를 묵과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P 보도에 따르면 2019년 3월 마누크얀이 차 병원에서 태아의 성별 확인을 위한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그 이전까지 마누크얀은 “병원은 임신한 태아가 쌍둥이 딸이라고 안내해왔으나, 검사 당시 아들이라고 말을 바꿨다”라고 밝혔다.

이에 마누크얀 부부는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20만달러의 합의금 및 비공개된 추가 합의금을 받았다.

마누크얀의 법률 대리인인 아담 울프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차 병원의 충격적인 무능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제가 난임 병원 관련 위법 행위 관련 처리한 수백건의 재판에서 이번 비극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심각한 행위”라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수많은 비극이 난임 병원에서 일어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현지용 온라인 뉴스 기자 hj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