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벼라, 다 밟아주겠다”···광주 이정효 감독의 도장깨기 시즌2 선언

김세훈 기자 2024. 1. 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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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광주FC 이정효 감독이 최근 제주도 한 호텔에서 새해 인터뷰를 마친 뒤 뺨을 때리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광주에게 덤벼라. 다 밟아주겠다.”

프로축구 1부리그 광주FC 이정효 감독(49)은 여전히 도전적이었고 거침이 없었다. 두려움을 모르는 공격축구, 물불을 가리지 않은 발언으로 ‘공공의 적’이 된 현실을 즐기는 듯했다. 이 감독은 최근 제주에서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새해 모든 팀이 광주에게만은 지지 않겠다고 벼를 것”이라며 “모든 팀이 공격적으로 나오길 기대한다. 광주가 다 이겨주겠다”고 말했다. 광주는 오는 3일 소집해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의구심이 믿음으로, 이제는 믿음이 기대로 바뀌었다.”

이 감독은 “2023년 초만 해도 내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스스로 반신반의했다”며 “2023년은 나에 대한 의구심이 확신으로 바뀐 한해”라고 정리했다. 광주는 16승11무11패(승점 59)로 시즌을 3위로 마쳤고 2024~2025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 진출권도 따냈다. K리그1에서 가장 적은 규모의 예산으로 이뤄낸 놀라운 성과다. 이 감독은 “감독과 선수들이 배움에 대한 굶주림, 대성하고 싶은 욕구를 갖고 합심한 결과”라며 “감독은 치밀하게 준비했고 선수들은 신나게 뛰었다”고 회고했다. 지난해 주장 이순민(30)은 생애 처음 국가대표가 됐고 정호연(24)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다. K리그 베스트 11에도 7명이 후보가 됐고 2명이 낙점됐다. 이 감독은 “꿈꾸고 노력하면 된다는 게 증명됐다”고 말했다.

■“리그 3위, 전 구단 상대 승리, 실점 35는 만족하지만….”

시즌 초반 세운 목표가 대부분 달성됐다. 이 감독은 “개막 전 선수들에게 3위가 목표라고 했고 결국 이뤄냈다”며 “실점을 40골 이하로 줄인 게 3위에 오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광주는 47골을 넣었고 35골을 내줬다. 이 감독은 “스스로 세운 목표는 60골이었다”며 “이르지 못했으니 득점에서는 실패한 감독”이라고 말했다. 광주는 파이널A 5경기에서 1승2무2패에 그쳤다. 이 감독은 “5경기에서 넣은 골은 겨우 2골”이라며 “순위를 지키기 위해 내려앉고 싶지 않았다. 전북, 포항 등을 상대로 계속 공격적으로 나섰기에 후회는 없다”고 자평했다.

■“브라이턴식 공격축구로 더 빠르고 더 강해진다.”

이 감독은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 경기를 직관했다. EPL 하위권에 전전한 브라이턴은 그레이엄 포터 감독 체제에서 중위권 팀으로 올라섰고, 배턴을 넘겨받은 로베르토 데제르비 감독 지휘 아래 2022~2023시즌을 6위로 마쳤다. 세계적인 축구 분석 업체 옵타(OPTA)에 따르면, 브라이턴은 엄청난 전진압박을 하면서도 적잖은 골을 터트린다. 빌드업이 좋아 전방 압박에 성공한 후 슈팅까지 때린 경우가 리그 1위다. 이 감독은 “새해 광주가 어떻게 해야할지 많은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공이 없을 때 부지런히 움직여야만 공을 잡을 때 편안하고 템포도 빨라진다”며 “새해 광주는 누구를 어떻게 막아야 할지 모르는 팀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감독은 “장신 외국인 공격수, 20대 중반 센터라인 요원들을 영입했다”며 “지금 무명 선수들이 새해 가치가 높아지는 걸 지켜보라”고 말했다.

■“압박과 부담? 없다. 팬 기대보다 내 기대가 더 크기 때문이다.”

감독들이 싫어하는 팀의 감독이 됐지만, 그는 오히려 환영했다. 이 감독은 “모든 팀들이 광주를 상대로 물러서지 말고 치고 나오길 바란다”며 “어디까지 가는지 신나게 맞붙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다른 감독들이 나를 싫어하는 걸 안다”며 “찔러도 안 찔리고, 물어도 안 물리고, 밟아도 안 밟히고, 강등될 줄 알았는데 3위를 했고 말도 많으니 누가 나를 좋아하겠는가”라며 “새해에 더 강해진 광주를 맛보게 해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색깔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이 감독은 “리그에서 승점 60, 득점 60, 실점 40 이하가 목표”라며 “쉽지 않겠지만 우승컵 하나는 안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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