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하인드] 달빛철도특별법 2023년 통과 무산···지방의원 일탈 천태만상
① 광주∼대구 달빛철도특별법 2023년 통과 무산
국회의원 261명이 발의한 달빛철도특별법이 끝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발의한 달빛철도특별법은 국회의원 261명이 공동 발의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12월 5일 국회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 교통법안심사소위에 처음 상정됐다가 두 차례 계류됐다가 21일 가까스로 통과하면서 2023년 마지막 국회 본회의가 열린 12월 28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2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상정한 안건에 달빛철도특별법이 포함되지 않아 결국 해를 넘기게 됐습니다. 법사위는 이날 특별법을 안건으로 다루지 않은데 대해 "처리 법안이 많은데다 달빛철도특별법은 아직 쟁점이 남아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대구시와 광주시는 2024년 1월 8일 열릴 것으로 예상하는 법사위에 상정하고 1월 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통과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정부, 예비타당성 면제 조항 거론하며 '사실상 반대'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 달빛철도 특별법이 발목을 잡힌 이유는 예비타당성조사 때문입니다. 보통 줄여서 ‘예타’라고 부릅니다. 국가재정법 38조에 있는데 대규모 신규사업을 할 때 예산 편성과 기금 운용을 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장관 주관으로 하는 사전적인 타당성 검증과 평가입니다. 달빛철도는 광주 송정역에서 전남 담양, 전북 순창남원장수, 경남 함양거창합천, 경북 고령을 거쳐 서대구역까지 198.8km 길이로 계획됐습니다. 달빛철도 특별법은 지역 화합을 넘어 국민 통합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영호남을 잇는 동서 국토축 중심의 국토 균형발전을 촉진 한다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달빛 특별법이 경제성이 없다는 것과 예타 면제 조항을 들어 반대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예산이 많이 들고 예비타당성 면제 조항을 거론하면서 특별법 통과를 사실상 반대하는 것입니다. 특정 사업에 대해 특별법으로 예타를 무력화하는 선례를 남기면 나중에 다른 사업에 대해서도 특별법 발의가 계속 나와 국가 재정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달빛철도는 지난 2021년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에 포함됐습니다. 2021년 3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사전타당성 조사에서는 비용·편익(B/C) 수치가 0.483으로 1.0을 넘지 못해 경제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어렵게 국토위는 통과했지만 법사위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국토 균형발전 의지 담겼지만···수도권은 '포퓰리즘'이라며 반대
달빛철도 특별법은 국토 균형발전과 동서 화합이라는 명분을 더해 지역 소멸을 막아야 한다는 의지가 담겼는데, 수도권에서는 달빛철도가 2024년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며 특별법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고속철도를 일반고속화철도로 전환한다고 해도 사업비 규모는 11조8,000억 원에서 8조7000억 원으로 줄어들지만 여전히 경제성이 없다는 논리입니다. 달빛철도를 개통하면 결국 빈 객차만 운행하다가 적자가 누적돼 큰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2035년 기준 하루 수송인구는 주중 7,800명, 주말 9,700명으로 예상하는데 수송률을 높일 대책을 찾거나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없다고 낮게 보는 것입니다. '묻지마' 사업으로 인한 재정 부담은 고스런히 국민들, 특히 다음 세대가 빚으로 떠안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또 예타 면제는 정부의 예산 편성권 침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리산생명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달빛철도 건설 계획은 제2의 4대강 사업"이라며 "영호남 화합을 저해한 책임은 지역민 갈라치기를 해온 기득권 정당에 있다"며 "단순히 철도만 건설한다고 영호남 지역갈등이 해소되겠느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의 이 같은 반응에는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 4월 통과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에 대해서도 수도권은 '고추 말리는 공항'이 될 것이라며 반대를 심하게 한 바 있습니다. 윤희숙 전 의원은 당시 무안공항을 언급하며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는 표현을 써 비판을 받았습니다. 윤 전 의원은 광주와 대구공항 등을 거론하며 "이 지역들에 큰 공항을 만들어도 실어 나를 것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라며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대구와 광주가 공항이 없어서 낙후됐나? 이런 생각밖에 못하는 그 밥의 그 나물 구태 정치인들을 계속 뽑아줬기 때문에 발전을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부 수도권에 있는 언론은 지역의 공항 건설을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 있다며 반대했습니다. 중앙정부에도 비용 대비 편익이 현저히 떨어지는 퍼주기식 사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지역에서는 "생존을 위한 국책사업"
수도권과는 정반대로 지역은 생존을 위해 대형 국책사업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계속 펴 왔습니다. 지방은 SOC 사업이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기초 인프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B/C(비용 대비 편익)를 따지는 기재부 논리대로라면 지방은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지방과 지방을 연결하는 철도는 지역 간 협업을 활성화하는 중요한 기제로 작용합니다. 인적·물적 교류가 촉진되고 동서 화합, 지역 균형발전의 지렛대 역할도 합니다. 권역별로 추진되는 거점 도시가 연결되면 천만 명에 달하는 국토의 남부 광역경제권 탄생도 기대됩니다.
대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광주-대구 고속도로가 확장된 후 대구와 가까운 고령과 합천의 전출 인구가 줄었습니다. 대구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게 대구정책연구원의 설명입니다. 달빛철도가 개통되면 거창이나 함양 쪽 주민들도 철도를 통해 대구 통근이 가능합니다. 마찬가지로 남원, 장수 등 광주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주민들도 광주 통근이 용이합니다. 달빛철도가 지자체 인구 감소에 완충 작용을 할 것으로 보는 거죠. 현재 국토공간이 남북축 위주로 짜여져 있는데 달빛철도 등 동서국토축을 대폭 보강하면 인구소멸지역의 경제성장도 가능하고 영호남의 공동 번영과 지역 간 교류도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와 상황이 비슷하고 가까운 일본도 동서축 철도가 개통하면서 지역 균형발전에 큰 보탬이 됐습니다. 차상룡 나가사키현립대 교수는 일본의 중북부지역 동서축 철도인 '호쿠리쿠신칸센' 개통이 지역 균형발전에 기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차 교수는 "호쿠리쿠신칸센이 개통한 2015년 이후 도야마현의 경제 파급효과는 88억엔에서 154억엔으로, 이시가와현은 124억엔에서 678억엔으로 대폭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YKK등 일본 유명기업이 본사 기능을 철도 경유지로 이전하거나 확충하면서 기업 활동도 활발해졌습니다. 이처럼 교통 인프라는 지역 균형발전을 앞당길 수 있는 요소이지만, 수도권과 지역 간 인식의 간극은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② 지방의원 일탈 천태만상···보궐선거로 혈세 낭비
지방의회 의원들의 일탈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구 중구의회는 의원 7명 중 2명이 의원직을 상실해 1월에 보궐선거를 합니다. 대구시선관위에 따르면 중구의원 7명 중 2명이 의원직을 상실해 2024년 1월 31일 보궐선거를 합니다. 공직선거법 제201조에 따르면 지방의회 의원정수의 4분의 1 이상이 궐위되어 실시하는 보궐선거의 경우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60일 이내에 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중구선관위는 12월 11일부터 중구가 선거구 예비후보 등록신청을 받고 있고 15일에는 예비후보자 입후보안내 설명회도 했습니다. 본후보 등록은 2024년 1월 11일과 12일 양일간이고 1월 26일과 27일 사전투표, 31일 본투표를 거쳐 당선자를 확정합니다.
대구 중구의회, 구의원 2명 의원직 상실에 각종 비리 나타나
대구 중구의회에서는 구의원 2명이 의원직을 상실했는데 모두 어처구니가 없는 이유 때문입니다. 먼저, 이경숙 의원은 주소를 옮겨 자동 면직됐습니다. 이경숙 전 의원은 2023년 3월 17일 중구도심재생문화재단에 자료를 요구하면서 서류를 무단으로 반출했다는 이유로 출석정지 30일 징계를 받았습니다. 그러자 이 전 의원은 징계 결과에 불복해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법원은 3월 말 중구의회로 심문기일 통지서를 보냈는데 중구의회가 서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전 의원의 주소지가 남구로 이전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전 의원이 2월 1일자로 남구 봉덕동으로 전입신고를 한 것이 확인돼 피선거권이 사라진 전입 신고일부터 의원직을 상실하게 됐습니다. 지방자치법 제90조에 따르면 지방의회 의원이 구역 변경 등이 아닌 이유로 주민등록을 지자체 구역 밖으로 이전할 경우 의원직에서 퇴직하게 돼 있습니다.
또 다른 의원, 권경숙 전 의원은 자신과 자녀가 운영하는 업체를 통해 지자체와 수의계약을 했다가 제명됐습니다. 권경숙 전 의원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자신과 자녀가 운영하는 업체 2곳을 통해 지자체와 수의계약 17건을 체결해 1,000만 원 상당의 이익을 얻은 혐의로 지난 11월 27일 제명됐습니다. 대구참여연대에 따르면 권 전 의원은 지난 2019년 8대 중구의회 부의장 임기 당시 중구청과 두 건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는 지방의원이 지방자치단체와 영리를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지방계약법 제33조를 위반한 것입니다.
중구 의회에는 이들 두 명의 구의원 외에도 각종 비리와 일탈 등이 잇따르고 있는데, 보조금을 부정 수급하는 사례도 드러났습니다. 김효린 의원은 예비창업자 지원사업 참가를 위해 사업자 등록 사실을 숨기고 서류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사실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권익위는 지난 6월 김 구의원의 부정 수급액 환수 조치를 통보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배태숙 부의장은 2022년 지방선거 당선 이후 유령회사를 차려 중구청과 1,680만 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해 30일 출석정지 징계를 받았습니다. 배 부의장은 권경숙 의원과 비슷한 수의계약이 문제가 됐는데 감사원으로부터 징계 요청까지 받았지만 출석정지에 그친 반면 권경숙 의원은 제명돼 형평성 논란도 일었습니다.
대구 수성구의회에서도 의원직 상실···선거법 위반 수사까지
이런 일이 대구 중구의회에만 그치는 게 아닌 상황입니다. 주소지를 옮겨 의원직을 상실한 구의원이 중구의회 뿐 아니라 수성구의회에서도 발생했는데, 한 의원은 주소지를 이전해 의원직을 상실했고 또 다른 구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수성구의회 배광호 전 의원도 주소지를 이전했다가 의원직을 잃었습니다. 배 전 의원은 2022년 구의원에 당선된 이후 3개월 만인 9월에 수성구에서 경산시로 주소지를 옮겼다가 그해 11월 다시 수성구로 전입했습니다. 수성구선관위는 지난 11월 9일 배 전 의원이 주소지를 수성구가 아닌 경산시로 옮겼다는 제보를 받고 수성구의회에 확인을 요청해 배 의원으로부터 주민등록초본을 제출받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11월 13일 퇴직 처리했습니다. 배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수성구의회도 2024년 4월 총선 때 보궐선거를 같이 합니다.
또 더불어민주당 소속 A구의원은 지난 11월 6일 수성구의회 방문객에게 제공되는 기념품을 반출해 자신의 지역구 내 특정 단체 회원들에게 제공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습니다. 수성구선관위는 한 주민의 신고를 받고 당초 무혐의 종결했으나 재조사를 진행해 선거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A의원은 전기주전자 7개, 우산 13개 등 시가 21만4,000원 정도를 반출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A의원은 재판에 넘겨져 벌금 100만 원 이상의 선고를 받게 되면 의원직을 상실합니다.
잘못은 지방의원들이 하고 비용은 국민 세금으로 메우게 됐습니다. 보궐선거를 하면 세금이 들어가는데, 시민단체들은 보궐선거에 귀책사유가 있는 정당은 후보를 내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중구선관위에 따르면 2024년 1월 31일 치르는 보궐선거 예산은 약 5억 5,000만 원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선거 이후 후보자 선거비용 보전 등을 고려하면 6억 8,000만 원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보궐선거에 귀책사유가 있는 정당은 후보를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대구참여연대는 이경숙 전 의원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과 권경숙 전 의원이 소속된 국민의힘에 후보 공천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양 당이 공천을 강행할 경우 국고보조금 삭감 등 각 정당의 책임을 따질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역 주민을 위해 의정활동을 펼쳐야 할 지방의원들이 각종 비리와 일탈을 일삼으며 오히려 시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모습입니다.
* 이 기사는 대구MBC 이태우 기자, 오마이뉴스 조정훈 기자 공동 취재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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