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외신에서 배우 이선균 씨의 사망에 대해 마약 수사에 성과를 내려는 경찰과 언론의 보도, 유명 인사에 대한 사회적‧도덕적 기대, 한국인들의 정신건강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과 함께 과거 세상을 떠난 유명인들을 재조명했다.
29일(현지시각) 미국 CNN은 “한국은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자 유명인사들이 종종 사회적 귀감이 되어야 한다는 기대를 받고 있는 곳”이라며 한국 대중의 높은 기준도 유명 인사들의 이같은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발생한 이 씨의 사망에 대해선 “한국의 보수적인 정부가 마약 단속을 추진하고 있고 경찰은 성과를 내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마약 사용으로 조사를 받던 중에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 씨의 변호사와 진행한 인터뷰 경찰 수사가 과학적 증거가 아니라 (이 씨를) 협박한 사람들의 말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에 이 씨가 화가 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변호인은 CNN에 “이 씨의 증언과 협박범들의 증언 사이에 다른 점이 있었다”며 “수사 내용이 언론에 유출된 것도 이 씨의 고통을 키웠다”고 말했다.
방송은 “한국 법은 공소장이 공개되기 전에 범죄 수사에 관련된 사람들이 피의자에 대한 사실을 공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경찰의 행태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CNN은 한국 사회에서 공인과 유명인들이 겪는 정신 건강에 대해서도 다뤘다. CNN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 당 26명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청소년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일본의 경우 10만 명당 15.7명, 미국은 인구 10만 명당 14.1명”이라고 전했다.
CNN은 지난 9월 발생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 한국 교사들이 겪는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조명했다. 방송은 “지난 9월 한국의 고압적인 교육 시스템이 교사들에게 가하는 부담으로 한 교사가 자살을 하자 전국의 수십만 명의 교사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며 “(한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대부분 초등학교인 한국의 공립학교 교사 1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방송은 정치권 인사나 연예인들의 죽음에 대해서도 다뤘다. CNN은 정치권에선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언급했다. 연예계의 경우 2017년 케이팝(K-pop) 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 2019년 에프엑스의 멤버 설리, 카라의 멤버 구하라, 올해 4월 아스트로의 멤버 문빈까지 유명인사 및 연예인들의 사망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을 지낸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한국 사회의 높은 자살률의 원인 중 하나로 “사회적 낙인”을 언급했다고 CNN은 전했다. 백 교수는 연예계 종사자들이 특히 이러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백 교수는 연예인들이 활동 일정으로 인한 시간 부족과 대중에게 알려질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 수치심 등으로 인해 정신 건강 전문가들에게 자주 접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예술가들은 감정을 더 생생하게 경험하는 경향이 있고, 직업이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대중들의 견해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지 메이슨 대학교 인천캠퍼스의 이규택 문화학 부교수는 한국 온라인 문화도 이러한 사망 사건들에 영향을 미친다고 CNN에 전했다. 그는 “인터넷이 한국의 배우들과 가수들에게 더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강요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며 “마약을 했든 불법 범죄를 했든 중대한 실수가 아니라면 법으로 처벌해야 하는 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대중들은 인터넷 상에서 이들에 대한 비난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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