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86% "의사가 죽음까지 돕길"… 웰다잉 꿈꾸는 시니어들
[편집자주] 1958년에 태어난 신생아는 무려 100만 명. 베이비부머 세대로 불리는 이들이 의학에서 노인의 기준으로 삼는 '만 65세'에 지난해 대거 합류했다. 숨 쉬는 모든 순간 건강과 행복을 보장받고 싶어 하는 58년생 개띠들은 사회에서 은퇴 없이 왕성하게 활동하며 자신의 건강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첫 세대로 꼽힌다. 나보다 가족의 건강을 우선시한 이전 세대와는 사뭇 다르다. 살아있는 동안 '건강한 장수'를 꿈꾸는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웰니스(Wellness)'다. 의료계에서도 시니어 세대의 길어진 평균수명과 이들의 건강관리 수요를 반영해 치료법마저 바꾸고 있다.
"죽음은 삶의 계속이고 완성이다"(마더 테레사), "잘 보낸 하루가 행복한 잠을 가져오듯 잘 산 인생은 행복한 죽음을 가져온다"(레오나르도 다빈치).
누구나 삶의 마지막 날 '고통 없이' 편안하게 눈 감길 원한다. 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한다는 뜻의 '웰다잉'(Well-Dying)이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았다. 웰다잉의 범위엔 좁게는 '의미 없는 연명의료의 중단'부터 넓게는 '일상에서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준비하면서 현재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과정'까지 포함된다.
웰다잉에 대한 우리 국민은 어떻게 바라볼까.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만 40~79세 1500명을 대상으로 이상적인 죽음에 관해 물었더니 '가족과 좋은 관계로 끝맺는 죽음'(88%)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또 '중증질환이나 불치병에 걸려도 온갖 기계에 둘러싸야 고통스럽게 맞이하지 않는 죽음'(87%), '죽음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함께 준비하는 죽음'(85%)이 그 뒤를 이었다.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연명의료를 선택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두드러진 것이다.
이후 2022년 7월, 환자 스스로 삶을 마치고 싶은 순간을 환자가 정할 수 있게 하자는 법안이 처음 발의됐다. 이른바 '조력존엄사 법안'(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인데, 아직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지난달 19일 국회 제2 법안소위에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조력존엄사 법안이 상정됐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조력존엄사는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가 원하면 의사가 약물 등을 제공해 스스로 삶을 마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가리킨다. 복지위 관계자는 "정부는 물론 거의 모든 의료 단체들이 (조력존엄사 법안에 대해) 다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독일·오스트리아·콜롬비아·이탈리아 등에서는 의사 조력자살 금지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왔다. 미국에선 11개 주가 의사 조력자살을 법제화했지만, 39개 주에서는 불법이다. 적극적 안락사(조력자살)를 법제화한 나라는 네덜란드를 비롯해 벨기에, 룩셈부르크, 캐나다, 콜롬비아, 호주 일부 지역, 뉴질랜드 등이 있다.
우리 정부도 웰다잉 트렌드에 대응해 관련 정책을 내놨다. 지난해 11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스스로 매장·화장 등 장사 방식, 빈소 유무, 장례 장소를 결정하는 '사전장례의향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웰다잉 관련 제도를 안내하는 가이드라인을 개발·보급하기로 했다. 장례서비스와 관련해 친환경·디지털화를 도모한다. 오는 3월 기재부 연구용역을 통해 상조 산업 발전을 위한 법체계를 개편하고, 상조회사 특성에 맞는 회계지표 개발 등 상조 산업 지원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웰다잉 인식을 확산하려는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도 잇따른다. 부산 남구보건소는 부산 호스피스완화케어센터와 협력해 지난달 28일까지 치매안심센터 프로그램실에서 구민 22명을 대상으로 '웰다잉 교육'을 진행했다. 노인이 생애 말기에서 마주할 수 있는 건강 문제에 대응하고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함께 나누는 방법을 공유했다. 지난해 12월 충남 서천군에선 '찾아가는 마을 웰다잉 교육'을 개시했다. 웰다잉지도사 양성교육을 수료한 봉사자들이 주 1회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을 대상으로 '아름다운 삶, 노년의 이야기'이란 주제로 교육에 나선다.
서울 강동구청은 지난해 11월 직원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소'를 시범 운영했다. 상담소에서는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소속 조정숙 연명의료관리센터장이 연명의료결정 제도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전문 상담사 15명이 희망자들의 개별 상담과 접수를 진행했다. 이 기간 접수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추후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로 보관돼 법적 효력을 인정받는다. 올해는 상담 대상자를 일반 주민으로 확대한다.
전문가들은 회생 가능성이 크지 않을 때 연명의료를 어떻게 할지를 가족들과 미리 이야기해두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나 고통스러운 현실이 펼쳐질 수 있어서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범석 교수는 "예컨대 취업·결혼할 땐 최소 몇 달은 준비하는데도 죽음을 준비하는 기간은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마지막 순간에 사람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면서 고통스럽지 않게 죽음을 마주하고 싶다면 평소 '내가 죽음이 임박할 때 (연명치료 여부를) 이렇게 해달라'는 식으로 가족에게 미리 이야기하는 게 도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강경준 아들, 배우 꿈꿨는데…'父 불륜 의혹' 탓 드라마 편집? - 머니투데이
- "이미 헤어진 사이"…이강인·이나은-설영우·양예나, 결별 뒤 열애설? - 머니투데이
- 옥희 "♥홍수환, 버럭하고 욱해…그러다 졸혼 당할 수 있다" 경고 - 머니투데이
- 주진모, 사생활 논란 4년 만 방송 복귀 "♥아내 덕에 웃는 얼굴로" - 머니투데이
- 배우 故장진영 父, 학교법인에 5억 기부…"생전 딸의 뜻에 따라" - 머니투데이
- 배우 송재림, 숨진 채 발견…최근까지 작품 활동 - 머니투데이
- 박나래, 기안84와 썸 인정…"깊은 사이였다니" 이시언도 '깜짝' - 머니투데이
- "2회에만 만루포, 투런포 얻어맞아"…류중일호, 대만에 3-6 '충격패' - 머니투데이
- 故송재림 SNS엔 "긴 여행 시작"…한달 전 '밝은 미소' 사진 보니 - 머니투데이
- 김태희♥비, 1400억 건물주 부부의 데이트 룩…"미모는 못 감춰"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