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만든 세계 첫 풍력 발전 터빈…에너지 생산에 탄소 흡수까지
스웨덴 남서부 베스트라예탈란드주 스카라시 숲엔 거대한 풍력터빈 타워 구조물이 있다. '바람개비' 모양의 거대한 날개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닥부터 날개 끝까지 길이가 150m에 이른다. 지난해 말 이곳에 구축된 2메가와트(MW)급 발전기가 스웨덴 가정에 전기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흔한 풍력 발전기지만 이는 스웨덴 스타트업 '모드비온'이 세계 최초로 강철이 아닌 목재로 만든 풍력터빈 타워 구조물이다. 지난해 10월 구축 완료하고 약 400가구에 전력을 제공할 수 있는 양의 발전을 하고 있다. 모드비온은 "풍력 발전소 건설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였을 뿐만 아니라 재료 무게는 줄이고 내구성은 높여 경제적"이라며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매년 약 2만 개에 이르는 풍력터빈 수요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산화탄소까지 자체 흡수하는 '나무' 풍력발전소
목재 터빈 타워는 나무라는 원재료의 강점을 최대 활용했다. 기존 강철 소재는 재료 자체가 무겁기 때문에 터빈 타워를 유지하기 위한 추가 장치가 필요하다. 나무는 강철에 비해 가볍기 때문에 건설 현장까지 원자재를 운반하는 비용과 터빈 타워를 지탱하기 위한 별도 장치 구축에 드는 비용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어 경제적이다.
목재 터빈 타워는 외관상 강철로 만든 타워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내부는 원목 소재 벽으로 채워져 있다. 타워의 벽은 가문비나무 원목을 활용한 단판 적층재(LVL)를 144겹으로 쌓아 두껍게 제작했다. 나무판들은 볼트 나사가 아닌 접착제를 이용해 붙였다. 이 때문에 약 25년~30년인 수명주기 동안 나사가 잘 조여졌는지 확인하는 등의 정기검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모드비온의 공동 창업자인 데이비드 올리브그렌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무를 사용해 강철보다 가벼운데다 더 적은 재료로 더 높은 터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이라는 특징도 장점이다. 강철은 뜨거운 용광로에서 제작하는데, 용광로를 돌리기 위해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대량 발생한다. 강철을 나무로 대체하면 그만큼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낮출 수 있다.
다만 타워에 쓰이는 목재가 나무 자체로 있을 때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을 고려했을 때 과연 친환경적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모드비온은 목재 터빈 타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강철에 비해 약 90% 적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110m 높이의 강철 풍력 터빈 타워는 수명주기 동안 약 1250톤에 이르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목재 터빈 타워의 배출량은 125톤에 그친다는 분석결과를 제시했다.
이와 관련 모드비온은 "부피가 약 300~1200m3인 목재 터빈 타워가 흡수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타워 1개당 240~950톤에 달한다"며 "목재 터빈 타워를 제작하기 위해 벌채한 양보다 더 많은 수의 나무를 새로 심어 지속가능한 재료 수급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 10년 내 풍력발전 터빈 타워 10%는 나무 소재로
나무는 물이나 불에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해상에서 거센 바닷바람과 파도를 견뎌야하는 해상풍력발전에 목재가 과연 적합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모드디온은 습도에 내구성이 생길 수 있게 목재 터빈 타워 외벽에 두꺼운 페인트를 고팅했다. 코팅용 페인트가 나무 벽층 사이 공기층과 상호작용하며 습도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또 화재 위험과 관련해 두께가 두껍고 밀도가 높은 목재 건축물의 경우 발화 자체가 쉽지 않으며 만에 하나 불이 붙더라도 초기 수준에서 통제 가능한 속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
2023년이 인류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면서 최후 방어선으로 여겨졌던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 제한' 역시 올해 깨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는 풍력발전 등의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확대하자는 내용의 최종합의문을 채택했다. 오토 룬드먼 모드비온 최고경영자(CEO)는 "2027년까지 연간 100개의 목재 풍력 터빈 타워를 생산하는 시설을 만들 계획"이라며 "10년 안에 풍력발전 터빈의 약 10%가 나무로 지어질 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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