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이라 욕먹어도 좋아…벤츠도 모닝도 동등, 이건 한국이 ‘세계 최고’ [세상만車]
고려청자처럼 모방 극복한 ‘창조’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 ‘방역모범’
잊고 계실 겁니다. 벌써 4년이 다 돼 갑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공포가 몰아닥쳤던 지난 2020년에 등장했던 ‘드라이브 스루(차량 탑승형) 선별진료소’에 쏟아진 세계 언론(인)의 찬사입니다.
누구나 차별없이 차에 탄 상태로 검사를 받기에 감염 위험도 줄이고 확산도 차단하고 시간도 단축할 수 있는 방식이었죠.
한국식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세계적인 방역 모범 사례로 찬사를 받았습니다. 한국을 넘어 미국, 영국, 독일, 벨기에, 덴마크, 호주 등으로 전파됐습니다.
‘K-방역’ 성공사례로 각광받자 국내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미국에서 유래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모방’했을 뿐인데 ‘K-방역’이라고 자랑하는 것은 맹목적 애국주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었죠.
1930년대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문을 연 그랜드 내셔널 은행의 ‘입금 창문’이 드라이브 스루 원조로 여겨집니다.
운전자는 차에 탄 채로 은행 창문을 통해 입금할 수 있었죠. 방범창으로 막혀 있는 전당포 창문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미국 서부 개척 시대 강도를 막기 위해 은행이나 전당포에서 창문이나 쪽문을 통해 거래하던 방식에서 영감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드라이브 스루가 확산한 계기도 따져보면 ‘미국식 문화’ 때문입니다. 뉴딜정책과 미국 음식을 대표하는 햄버거가 마련했습니다.
뉴딜정책은 1929년 발발한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1930년대 전개됐습니다.
핵심은 도로, 항만, 철도, 댐 등을 건설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비를 촉진시키는 것이죠. 뉴딜정책을 통해 대륙횡단도로가 만들어졌습니다.
1947년 식당 주인 부부는 루트66 이용자들에게 음식을 더 빨리 제공하기 위해 현재와 비슷한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차에 탄 운전자가 식당 입구에서 마이크를 통해 주문하면 부인이 주방에서 햄버거를 만들었습니다. 운전자가 차를 몰아 계산대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 남편이 돈을 받고 햄버거를 전달했죠.
이 식당이 유명해지면서 드라이브 스루도 주목받았습니다. 맥도날드와 버거킹은 물론 스타벅스 등으로 확대됐습니다. 덩달아 햄버거도 대중화됐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벌써 30년 전에 햄버거를 팔기 위한 드라이브 스루가 등장했습니다. 1992년 맥도날드 부산해운대점에서 처음 드라이브 스루가 시도됐습니다.
따져보면 국내에서 1990년대 도로 정체구간에서 벌어진 뻥튀기·쥐포·냉커피·호두과자 판매도 넓은 의미에서는 드라이브 스루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죠.
원초 드라이브 스루 검사 방식도 2009년 신종 플루 당시 미국 스탠포드 대학병원에서 ‘시뮬레이션’으로 시행됐습니다.
자랑스러운 우리 유산인 고려청자가 중국 청자 영향을 받았다고 그 가치를 잃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요즘말로 ‘짝퉁’이라며 고려청자를 무시했던 당시 중국인들도 나중에는 ‘천하제일’이라고 극찬했습니다.
우리 음식 문화를 빛내고 있는 고추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추는 임진왜란 이후 국내 수입됐습니다.
우리 토종이 아니므로 고추가 들어간 김치도 자랑스러운 한국 음식 문화를 대표할 수 없다고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금속활자입니다. 고려는 서양에 앞서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선보였습니다.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직지심체요절)는 독일인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로 인쇄한 성서보다 80년 가까이 빠른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입니다.
아쉽게도 ‘세계 최고’(最高)는 아닙니다. 인류 문명에 미친 영향력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컸기 때문입니다.
구텐베르크 금속활자 인쇄술을 통해 성서가 보급됐습니다. 성서는 유럽에서 기독교 전파에 기여했죠.
종교 타락의 상징 ‘면죄부’를 대량으로 찍어내는 데도 쓰였지만 반대로 종교개혁을 일으키는 데 한몫했습니다.
금속활자 인쇄술은 유럽에서 ‘정보의 확산·대중화’를 일으키면서 문명의 중심을 동양에서 서양으로 옮겼습니다.
반면 고려 금속활자는 24자(훈민정음은 28자)로 이뤄진 한글이 창제되기 전 활자 수가 적어도 천자에 달하는 방대한 한자를 사용해야 했기에 대량 보급되기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고려와 조선에서 인쇄는 정치·경제·사회적 이유로 관청이 주도했습니다. 정보의 대중화를 일으키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 유산이라는 사실은 여전하지만 아쉬움이 있습니다.
누구를 위해 언제 어떻게 왜 사용하느냐에 따라 존재 가치가 달라집니다. 또 쓰임을 통해 단순 모방 수준에서 창조로 진화합니다.
드라이브 스루도 어느 나라에서 누가 먼저 선보였냐보다는 현재 어떻게 사용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드라이브 스루는 방역 최전선에 활약하는 데 머물지 않았습니다. 언택트(비대면) 트렌드에 최적화된 방식이기에 일상생활에도 더 깊숙이 들어왔습니다.
음식 구입을 넘어 도서 대출, 장난감 대여, 수능 성적표 배표 등에도 드라이브 스루가 도입됐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평범한 일상을 조금이나마 다시 맛보게 해줬죠.
BMW그룹은 지난 2021년 5월27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 신차 발표회’를 개최했습니다.
뉴 5시리즈와 뉴 6시리즈 그란 투리스모 공개 행사입니다. 수입차 브랜드가 국내에서 신차를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인 것은 처음입니다. 방역 강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에 경의도 표했습니다.
BMW그룹 측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번 신차 발표회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한국이 취한 결정적이고 포괄적인 조치 덕분”이라며 “국민 건강과 지구촌의 안녕을 지키기 위한 한국의 모범적인 대응과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드라이브 스루는 자동차 커넥티드 카 시스템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현대·기아차는 차량 내 간편 결제 시스템 플랫폼을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했습니다.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주유비, 충전비, 주차비, 음식값 등을 결제할 수 있는 ‘카페이’시스템이죠. 자동차가 자동결제 수단이 됐습니다.
드라이브 스루는 코로나19로 주목받은 ‘언택트 세상’을 넘어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국제표준기구(ISO)에 표준 등록을 추진했고 지난해 2월 ISO 세계 표준으로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한국행정연구원과 공동으로 지난 4월 발표한 ‘정부 혁신 최초·최고 아이디어’ 사례로도 포함됐습니다..
무엇보다 K-콘텐츠 못지않게 K-방역, 더 나아가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높여줬습니다.
‘국뽕’(국가와 마약의 합성어, 국가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이라며 비난해도 상관없습니다.
‘세계 최초’에 대한 논란에 상관없이 ‘세계 최고’가 된 것은 사실이니까요. 무엇보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지켜준 ‘올바른 쓰임’만큼 훌륭한 것은 없습니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흔적도 기념비만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겁니다.
더 이상 코로나19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아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게 최선이겠죠.
물론 또 다시 위기가 찾아왔을 때는 기존 노하우를 기반으로 삼아 더 훌륭한 방식으로 ‘환생’하기를 바랍니다.
미국에서 기원했지만 “널리 인간(세계)을 이롭게 하라”는 한국인의 위대한 홍익인간 정신을 보여준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와 의료진에게 다시한번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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