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첫 곡 '라이징 선'…동방신기 기세 빛난 20주년 콘서트
데뷔곡 '허그'부터 '믿어요' '주문' '너희들것이니까' 등 초기 곡도 다수
정규 9집 타이틀곡 '레벨' 시작으로 '정글' '다운' '로데오' '라이프스 어 댄스' 무대
최강창민 '데빌'과 유노윤호 '뷔자데'로 솔로 퍼포먼스도
'허그' 뮤직비디오와 'X맨 댄스배틀' 재연해 웃음 안겨
20년 동안 함께해 준 카시오페아에게 고마움 전해
웅장한 멜로디와 사회 비판적인 가사, 여러 장르를 섞은 듯한 구성이 특징인 SMP(SM Music Performance)의 대표적인 곡이자, 오랜 시간 사랑받은 동방신기의 인기곡이다. '첫 곡부터 이 노래를?' 하고 생각한 것은 관객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공연의 세트 리스트를 짤 때 고민이 깊었다는 동방신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인천 영종도에 일부 개장한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내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동방신기의 20주년 콘서트 '20&2'의 마지막 날 공연이 열렸다. 돌아가는 수레바퀴와 모래시계가 나타난 후 문이 열리고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이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첫 곡은 '라이징 선'이었다.
검은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제복을 입은 동방신기와 댄서들이 마치 한 몸처럼 시작하는 오프닝은 절도 있고 파워풀했다. '인생은 마치 끝없는 궤도를 달리는 별 같아 / 마치 수많은 질문과 해답을 찾아가 / 미완성의 그림을 그려가는 것'이라는 가사를 불렀던 십 대 소년 둘은 어느덧 완연한 30대가 되었다. 특히 고음 하이라이트 구간인 '유 노 와이?'(you know why?)를 내지르는 최강창민은 별 힘도 들이지 않는 것처럼 여유가 넘쳤다.
유노윤호는 첫 멘트 때 "오프닝 무대부터가 엄청났다. 제 입으로 말하기는 부끄럽지만"이라고 쑥스러워하며 "'라이징 선'으로 오프닝을 했다"라고 말했다. 최강창민은 "보통 공연 피날레(마지막)나 앙코르 첫 곡인데, 공연 첫 번째에 '라이징 선'을 배치했다는 건 오늘 공연의 세트 리스트가 어마무시하다는 것"이라고 예고했다. 유노윤호 역시 "여러분들이 뭔가를 상상해도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라이징 선'으로 포문을 연 이날 공연은 유노윤호의 말처럼 "우리가 왜 동방신기인지"를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왜'(Keep Your Head Down) '주문-미로틱(MIROTIC)' '퍼플 라인'(Purple Line) 등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대표곡이 줄줄이 나왔다.
"날려버려!"라는 유노윤호의 외침으로 시작한 '왜'는 왠지 모르게 "창민아, 생일 축하한다!"라는 말이 나오길 은근히 기대하게 되는 곡이었다. 커다란 화면과 무대 아래쪽이 모두 불길로 장식된 가운데, 유노윤호는 노래 중간 "소리 질러!"라는 추임새로 관객의 호응을 유도했다.
동방신기의 섹시미를 전면에 내세운 곡이었던 '주문'은 핸드마이크를 써서 라이브가 잘 들려 더 반가웠다. 가사에 맞춰 '원해! '빠져!' '미쳐!'를 외치는 관객 응원법이 이 노래를 완성하는 듯했다. 유노윤호가 "창민아, 보여 줘"라고 운을 떼자, 최강창민은 다시 한번 흔들림 없는 고음을 쏘았다. 모니터 밖에서 보는 입장에서는 힘든 기색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이날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무대는 '퍼플 라인'이었다. '왜' 다음에 배치된 '퍼플 라인'은 일본 발표곡임에도 큰 사랑을 받았던 곡 중 하나다. 발매된 지 15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세련됐고, 신시사이저와 전자 기타 소리가 어우러진 댄스 브레이크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무대 보는 재미가 있었다. 구간별로 개성이 다양해서 여러 곡을 섞은 것 같으면서도, 이질적이지 않고 부드럽게 이어져 듣기 편했다.
유노윤호의 솔로 무대 '뷔자데'(Vuja De)로 시작해 동방신기의 '썸띵'(Something), 이번 9집 수록곡 '라이프스 어 댄스'(Life's A Dance) 구간은 비슷한 결의 뮤지컬적인 퍼포먼스가 나와 흥겹게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뷔자데'가 예상보다 더 이지 리스닝이었고, 금관 악기 소리가 매력을 더한 '썸띵'과 화려한 컨페티 효과가 인상적이었던 신곡 '라이프스 어 댄스'에서는 동방신기의 흥겨움과 여유로움이 강조됐다. 이 구간은 아니었지만 서부 영화의 바이브를 물씬 풍기는 '로데오'(Rodeo)도 언급하고 싶다.
최강창민도 솔로 무대를 선보였다. 지난해 1월 낸 두 번째 미니앨범 '데빌'(Devil)의 동명 타이틀곡 '데빌'은 무게감 있는 사운드로 압도하는 느린 템포의 알앤비였다. 도입부의 웅장한 코러스부터 존재감을 드러낸 '데빌'에서는 최강창민의 라이브가 더욱더 실감 나게 전달됐다.
2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해에 맞춰, '동방신기다움'을 응축한 콘서트이다 보니 데뷔 초기 곡도 여럿 포함돼 있어서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허그' 무대 때 댄서들을 동물 잠옷을 입었고, 두 멤버는 동물 귀 모양의 머리띠를 해 한껏 귀여운 모습으로 관객을 만났다. '드라이브'(Drive)와 '크레이지 러브'(Crazy Love) 때는 객석 쪽으로 움직여 관객과 가까이 호흡하는 팬 서비스를 선보였다. '풍선'(Balloons) 무대에선 발랄하고 깜찍한 에너지가 두드러졌다.
상당한 가창력을 요구하는 어려운 곡으로 꼽히는 '러브 인 디 아이스'(Love In The Ice)와 이번 9집에 새롭게 분위기로 편곡해 수록한 '더 웨이 유 아'(The Way U Are), 꾸준히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롱 넘버'(Wrong Number), 포근했던 원곡보다 맑고 깨끗하게 편곡한 '믿어요'도 세트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9집 수록곡 중에서는 '정글'(Jungle) '다운'(Down)을 관객 앞에서 선보였다.
동방신기는 세트 리스트를 짤 때 고민이 깊었다고 말했다. 최강창민은 "20주년 기념 앨범과 콘서트다 보니까 20년의 동방신기를 한꺼번에 최대한 잔뜩 느낄 수 있는 공연이어야 하다 보니까 어떤 곡을 불러야 할까 정말 고민됐다"라고 털어놨다. 유노윤호는 "새로운 것도 보여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곡 보여드리는 것도 중요했다"라고 부연했다.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사함의 마음은 물론이고 앞으로 나아갈 미래도 최선을 다해서 지금처럼 열심히 해 보자는 의미를 담아"(최강창민) 지은 '20&2' 콘서트는 9집 타이틀곡 '레벨'(Rebel)로 본 공연을 마무리했다. '레벨'은 '빌딩 디 에너지'라고 하는 후렴이 중독적인 곡이다.
앙코르 전에는 카시오페아 입문기 영상이 나왔다. 팬들(카시오페아)이 동방신기를 어떻게 하다가 좋아하게 됐는지 사연을 읽어주는 방식이었는데, 최강창민은 데뷔곡 '허그' 뮤직비디오에서 생머리를 찰랑거리던 모습을, 유노윤호는 SBS 인기 예능 'X맨'에서 댄스 신고식을 하던 모습을 재연해 웃음을 안겼다.
최강창민은 "'허그' 했을 당시 비슷한 모양의 가발을 쓰고 했었는데 예전의 그 풋풋함이 나오지 않고 약간 그… 지금도 그 프로 있나? '서프라이즈'에서 외국 배우들께서 재연할 때 가발 쓰는데 누가 봐도 가발 티 나지 않나. 딱 그 꼴인 것 같다"라며 "지금 이 얼굴로 십 대를 살아가는 게 믿기시냐?"라고 해 폭소가 터졌다. 유노윤호는 "'X맨'에서 처음 췄던 춤을 고대로 따라 췄다"라고 부연했다.
앙코르곡 때도 초기 수록곡의 비중이 높았다. 정규 1집 수록곡 '땡스 투'(Thanks To)와 2005년 여름 싱글 수록곡 '너희들것이니까'(I Wish…), 정규 3집 수록곡 '세상에 단 하나뿐인 마음'(You're my miracle)이 자리했다. 완전한 마지막 곡은 정규 6집 타이틀곡인 '캐치 미'(Catch Me)로, 동방신기는 마지막 곡이니 모두 일어나 뛰어놀자고 권했다.
유노윤호는 "오늘 동방신기와 멋진 스테이지 만들어 주셨던 여기 계신 카시오페아분들께 큰 박수 부탁드린다"라며 "2024년에는 여러분들과 더 건강하게 지내고 싶다. 또 공연장에서 보자"라고 말했다. 최강창민은 "다시 꺼내보면 반가운 듯한 너무나 소중하고 아련한 추억으로 저희를 보관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그 사진이 빛바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선명하고 빛날 수 있도록 저희 둘 다 앞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동방신기가 되겠다"라고 다짐했다.
총 28곡 무대로 3시간여 분량의 20주년 콘서트 '20&2' 마지막 날 공연을 마친 동방신기는 2024년 1월부터 홍콩, 방콕, 대만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투어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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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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