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 회장 “가계부채·PF 부실 등 위기 돌파…금리인하는 하반기”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하…인하 폭은 50bp 정도에 그칠 듯"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2024년 국내외 경제에 대해 지난해에 이어 성장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완만해지면서 금리인상은 종료되고 있으나, 2년 이상 지속된 고금리와 고물가 부담으로 인해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의 생활여건이 많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올해 경영 위협 요인으론 19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와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수면 위에 드러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을 꼽으면서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본업 경쟁력 강화'을 통해 생존경쟁에서 이기겠다고 했다. 취약계층을 보듬는 '상생금융'으로 금융의 사회적 역할에도 힘쓸 계획이다.
금리 전망에 대해선 미국과 한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올해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하반기부터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여전히 큰 물가압력을 감안하면 큰 폭의 금리인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고금리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봤다.
양종희 KB금융지주·진옥동 신한금융지주·함영주 하나금융지주·임종룡 우리금융지주·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1일 <뉴스1>과의 신년 서면 인터뷰에서 2024년 금융권의 주요 화두를 진단하고 경영 전략을 밝혔다.
◇"경기침체 압력은 낮아졌지만, 긴축 여파로 성장둔화 불가피"
5대 금융 회장들은 새해 국내외 경제에 대해 가팔랐던 금리인상 기조가 마무리됨에 따라 경기침체 압력은 낮아졌다면서도, 장기간 지속된 고강도 통화긴축 여파가 경기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지난해 대비 성장 둔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미 연준 등 각국 중앙은행이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하던 시기를 무사히 지나왔고, 인플레이션도 완만한 하락이 예상돼 현 시점에서는 경기침체 압력이 낮아졌다"며 "그러나 2년 이상 지속된 고금리와 고물가 부담으로 경제 주체의 재무상태가 약화되면서 국내외 경제는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2024년 세계경제는 팬데믹 이후 서비스 이연 수요가 점차 약화되는 가운데, 고강도 통화긴축 여파 등이 경기하방 압력으로 작용해 2023년 대비 성장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한국도 고금리, 고물가 장기화와 부동산 리스크 상존 등에 따른 내수 회복세 제한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2% 내외)을 하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세계경제는 인플레이션 완화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종료되고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소폭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주요국을 중심으로 성장 모멘텀은 부진한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채 부담 확대 등의 부작용과 에너지 수급불안, 중국 리스크 등 경기하방 압력이 여전하다는 판단에서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고금리 여파로 내수 회복세는 주춤하나 주력산업인 반도체 경기가 회복 사이클로 진입하고 있어 내년 GDP 성장률은 잠재 수준인 2.1% 내외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은 "세계경제는 아직 예측하기 매우 어려운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며 "국내경제 또 부동산, 가계·기업 부채 문제 등 경제·금융부문 불안요인으로 인해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역시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 "거시경제 불안, PF·가계부채 등 위협요인…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돌파"
5대 금융지주는 새해 경영상 위협 요인으로 '거시경제 불안정 및 실물경기 둔화', '부동산 및 기업·가계부채 관련 금융시장 불안', '시장 환경의 변화' 등을 꼽았다.
국내 가계부채는 역대 최대인 1900조에 육박해 한계차주에 대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부동산PF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위기 확산 우려도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한정된 국내시장에서 금융회사간 경쟁은 갈수록 심화돼 수익성에 대한 제약과 리스크도 커졌다.
양종희 회장은 "고금리·고물가 등 전반적으로 쉽지 않은 경제환경이 예상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 중국경제 침체 가능성, 부동산PF발 위기 등 거시 불안요소가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거시경제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진옥동 회장은 "한계차주의 부실 문제를 보면 고금리·소비 부진 장기화로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한계기업과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부실 확대 가능성에 유의하고 있다"며 "부동산 리스크는 GDP 대비 과도한 가계부채와 고비용의 PF가 부동산에 집중되면서 부동산을 매개로 한 금융불균형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석준 회장은 "실물경기의 둔화는 금융업의 건전성, 사업성, 성장성 등 모든 측면에서 직접적인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금융권 대응에도 불구하고 부동산PF 부실 우려가 상존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증가한 기업·가계부채와 한·미 간 금리차는 금융시장의 건전성, 유동성에 불안 요소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5대 금융지주는 이러한 위협 요인을 타개하기 위해 '선제적이고 철저한 리스크 관리', '본업 경쟁력 강화 및 지속가능한 성장', '기업문화 혁신' 등을 내세워 생존경쟁에서 이기겠다고 밝혔다. 또한 서민과 취약계층에 대한 '상생금융' 지원을 강화해 금융의 사회적 역할에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임종룡 회장은 "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철저한 리스크관리가 생존의 최우선 키워드가 될 것"이라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위한 '선택과 집중', '기업문화 혁신' 등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는 내부 역량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함영주 회장도 올해 생존 키워드로 '업(業)의 경쟁력 강화', '글로벌 위상 강화', 신(新) 영토 확장 등을 꼽았다. 함 회장은 "손님과 함께 성장 가능한 금융그룹만이 생존하고 지속 성장할 수 있다"며 "사회적 금융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상생하며 기업문화 혁신과 인재육성을 바탕으로 시장 경쟁에서 지속해 앞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부터 금리인하…물가압력 여전해 인하 폭은 크지 않을 듯"
5대 금융 회장들은 시장의 주요 관심사인 올해 금리 환경에 대해선 상반기까진 동결 기조가 유지되고, 하반기부터 금리인하가 실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물가압력이 여전한 만큼 큰 폭의 금리인하는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금리 상황 자체는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연속 동결(현 5.25~5.50% 수준)해 사실상 금리인상 종료를 알리면서, 내년 0.25%포인트(p)씩 3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양종희 회장은 "미국 등 주요국의 인플레이션은 올해 하반기에는 2%대로 낮아지는 유사한 경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로 인해 실질금리가 상승하고 내수 둔화가 나타나면서 하반기 연준과 한국은행은 통화긴축 정도를 조절하기 위한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새해에도 미국과 한국 모두 물가 안정 목표(2%)에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환경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큰 폭의 금리인하는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세계경제의 분절화와 생산비용 증가, 지정학적 위험 확대 등으로 과거보다 인플레이션이 평균적으로 높아지면서 올해 미국과 한국의 금리인하 폭은 각각 75bp(1bp=0.01%p)와 50bp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함영주 회장은 "미국 등 주요국의 경우 올해 2분기부터 금리인하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며 하반기부터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보이며, 우리나라도 이때 금리인하를 단행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그러나 성장률과 물가 전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기준금리 인하 속도는 빠르지 않아 2025년말에도 물가나 실업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중립금리 수준(미국 2.5%, 한국 2.0%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돼 고금리 상황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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