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도중 2023→2024년 넘어갔다... '농구영신'만의 특별함, 역대 2번째 '무박2일' 게임

대구=양정웅 기자 2024. 1. 1.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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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대구=양정웅 기자]
지난달 31일 열린 한국가스공사와 현대모비스의 '농구영신' 경기 도중 2024년으로 넘어가자 타종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KBL
지난달 31일 열린 한국가스공사와 현대모비스의 '농구영신' 경기 도중 2024년이 다가오자 전광판에 카운트다운 영상이 나가고 있다. /사진=KBL
1년에 딱 한번, 12월 31일에만 진행하는 KBL '농구영신' 경기. 평소와 전혀 다른 패턴의 경기가 열리는 만큼 특별한 장면도 나왔다.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31일 오후 10시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3라운드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와 원정경기에서 90-83 승리를 거뒀다.

지난 경기에 이어 2연승을 달리게 된 현대모비스는 시즌 전적 13승 14패가 되면서 5할 승률을 눈앞에 두게 됐다. 반면 한국가스공사는 최근 3연패를 기록하게 됐고, 현대모비스를 상대로도 9연패를 이어가며 시즌 20패째를 기록했다.

현대모비스는 게이지 프림이 26득점을 올리며 경기 중반 분위기를 바꿨고, 루키 박무빈도 10득점 6어시스트로 활약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앤드류 니콜슨이 37득점 11리바운드로 맹활약을 펼쳤고, 신승민(11점)과 김낙현(11점)도 두 자릿수 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게이지 프림. /사진=KBL
이날 경기는 2023~2024시즌 농구영신(籠球迎新) 매치였다. 신년을 맞이하는 '송구영신(送舊迎新)' 단어를 이용한 농구영신은 KBL의 대표적인 콘텐츠다. 2016년 고양체육관(오리온-SK전)을 시작으로 2017년에는 서울 잠실학생체육관(SK-오리온전), 2018년 창원실내체육관(LG-KT전), 2019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KT-LG전)에서 차례로 열렸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열리지 못했던 농구영신은 지난해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원주 DB와 전주 KCC(현 부산 KCC)의 매치로 다시 열렸다. 그리고 6번째 농구영신의 무대는 바로 대구실내체육관이었다. 지난 2021~22시즌 인천 전자랜드를 인수해 대구로 연고지를 옮긴 후 처음으로 농구영신을 개최하게 됐다.

지난달 31일 열린 한국가스공사와 현대모비스의 '농구영신' 경기가 매진돼 한국가스공사 인수 후 최다 관중이 들어왔다. /사진=KBL
특별한 이벤트에 농구 팬들도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늦은 시간에 지방에서 열리는 경기임에도 경기 시작 전 이미 온라인 예매로 판매한 3461장의 티켓이 매진됐고, 현장에서 판매한 시야방해석도 72석이 팔려나가면서 총 3533명의 관중이 대구체육관을 찾았다. 경기장 3층까지 가득 찬 팬들은 환호를 쏟아내면서 경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날 게임은 '청룡의 해'를 앞두고 열린 마지막 경기였는데, 공교롭게도 두 팀의 사령탑인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과 강혁 한국가스공사 감독은 모두 1976년생 용띠 동갑내기였다. 조 감독은 "개인적으론 54경기 중 한 경기지만, 농구영신인 만큼 재밌는 경기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강 감독도 "지난 시즌 현대모비스한테 한번도 못 이겼고, 올해도 두 번 졌다. 해가 넘어가기 전에 끊고 가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강 감독의 말처럼 한국가스공사는 2022년 10월 28일 경기부터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8연패에 빠져있던 상황이었다. 강 감독은 "실력이 부족했다. 중요할 때 턴오버나 리바운드에서 진 경기가 있다. 그 부분서 미스 나오지 않으면 좋은 경기 하지 않을까"라며 "리바운드에서 진 경기는 여지없이 진다. 리바운드를 어떻게 상대와 동등하거나 이기느냐에 경기가 달라진다"고 밝혔다.

2023년 농구영신이 열린 대구실내체육관에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사진=KBL
평일 오후 7시에 열리는 일반 경기와는 달리 농구영신은 오후 10시에 시작한다. 보통이면 이미 경기가 끝나고도 남을 시간에 팁오프를 시작한다는 점은 선수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조 감독은 "평상시 비시즌 야간훈련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잘 터질 것이다"며 농담 섞인 말은 던졌고, LG 코치 시절 농구영신을 경험한 강 감독은 "선수들이 리듬 깨지는 게 있어서 경기 끝나고 다음 시합과 연결됐다"며 "그런 부분 빨리 맞춰서 하고, 끝나고 빨리 적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오후 10시에 시작한 경기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흘러갔다. 팬들로 가득 찬 경기장 분위기에 선수들도 열정적인 플레이로 보답했다. 몸을 날리지 않는 모습에 부상이 우려될 정도였다. 2쿼터까지 56-45 현대모비스 리드로 흘러가던 게임은 3쿼터 후반 대폭발한 한국가스공사가 71-69로 역전했다.

현대모비스는 4쿼터 초반 프림의 득점과 옥존의 자유투로 다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이어 샷 클락 바이얼레이션에 걸려 득점이 무산됐던 이우석이 73-73 상황에서 3점포를 폭발시키며 흐름을 뒤바꿨다. 골밑 우위 속에 88-83으로 현대모비스가 앞서던 상황, 4쿼터 종료 1분 54초를 남겨놓고 작전타임이 불러지자 경기가 중단됐다. 새해 맞이를 5분 남겨두고 타종 행사가 열린 것이다.

지난달 31일 열린 한국가스공사와 현대모비스의 '농구영신' 경기 도중 2024년으로 넘어가자 타종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KBL
카운트다운 끝에 경기 중 2023년에서 2024년이 됐고, 김희옥 KBL 총재, 강은희 대구교육감,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구단주 등이 코트로 내려와 종 모양의 조형물을 타종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경기는 다시 출발했고, 리드를 끝까지 지켜낸 현대모비스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 도중 하루가 넘어간 '무박2일' 게임은 지난 2018년 농구영신 이후 5년 만이자 역대 2번째였다.

여러모로 처음 농구영신을 경험한 선수들에겐 특별할 수밖에 없다. 현대모비스의 이우석(24)은 "처음 경험해봐서 형들에게 물어봤는데 '잠이 온다'고 했다. 그래서 미리 잠 많이 자뒀다"고 했고, 4쿼터 중단 상황에 대해서는 "1분 50초 정도 남아있었는데, 긴장이 풀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감독님도 선수들도 계속 모여서 얘기했다. 주어진 작전 틀리지 않도록 계속 주입시켜줬다"고 전했다.

현대모비스 선수단이 경기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KBL

대구=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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