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갈등에 ‘공사 중단’ 위기…‘제2의 둔촌주공’ 나오나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곳곳 ‘셧다운’ 위기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송파구청 누리집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현장에서 치솟는 공사비로 인한 불협화음이 잇따르면서 2022년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처럼 공사 현장이 멈추는 사업장이 또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31일 건설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건설이 시공 중인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공사의 전면 중단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조동 일대 11만2천㎡ 부지에 지상 25층, 28개동 2451가구의 아파트(힐스테이트 메디알레)를 짓는 사업으로 2022년 10월 착공했다. 그러나 이후 조합 내분, 건축비 상승 등이 겹치면서 조합원 분양, 일반분양이 잇따라 지연됐다. 이에 착공 이후 1년여간 공사비 약 1800억원을 받지 못한 현대건설은 지난 16일 조합에 공사비 연내 지급을 요청했다. 이대로 가면 1월 중 공사 중단과 동시에 유치권(채권을 전부 변제받을 때까지 아파트를 담보·점유)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재개발 공사가 멈춘다면 공사비 문제로 2022년 4월부터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됐던 ‘둔촌주공 사태’ 이후 2년 만에 서울의 대규모 정비사업 ‘셧다운’ 사례가 될 전망이다.

송파구 신천동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사업(2025년 6월 완공 예정)은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인상률에 대한 시각차로 사업 지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 26일 열린 임시총회에 3.3㎡당 공사비를 660만원에서 889만원으로 35% 인상하는 안건을 올렸으나 조합원 과반수 반대로 부결됐다.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은 문화재 발굴, 공사원가 급등, 설계 변경 등으로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며, 합의가 지연되면 공사 중단 등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024년 상반기 예정이었던 일반분양 시기도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반분양 시기가 늦춰지면 내 집 마련을 기다려온 실수요자가 불이익을 볼 수 있다. 준공이 가까워진 시점에서 ‘후분양’이 이뤄지면 목돈을 손에 쥐고 있지 않은 수요자는 분양대금(잔금) 조달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