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연속 올림픽행? 황선홍 감독 ‘무조건 무조건이야’
황 감독 “1월 소집부터 치밀하게 준비”
4월 23살 아시안컵 1~3위 올림픽 출전권
국외파 빠지면서 K리그 선수들이 해내야
“이유가 없다. 무조건이다.”
2024 새해를 맞는 황선홍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의 결의에는 비장함이 있다. 세계 최초의 올림픽 축구 10회 연속 본선 진출의 임무를 맡은 무게감을 방증한다. 그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역 시절 2002 한일월드컵 한국 4강의 주역이 됐고, 지도자로는 프로무대에서 우승을 일구며 지휘력을 검증받은 황선홍 감독.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팀에 금메달을 안기며 다시 한번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우승의 기쁨은 전날 밤 내린 눈과 같이 사라진다. 4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살 이하 아시안컵(4월15일~5월3일)에서 2024 파리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야 하는 지상 과제가 앞에 있다. 예선 1~3위는 직행권을 얻고, 4위는 아프리카 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황선홍 감독은 “목표는 분명하다.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진출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이 아시아 강호이지만 각 나라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됐고, 일본이 탈아시아급으로 도약하면서 변수는 많아졌다. 이번 대회 B조(한국 일본 중국 아랍에미리트)에 속한 한국은 1~2위에 들어야 8강에 오른다. 8강전에서는 A조의 강팀인 카타르와 호주 가운데 한 팀과 만날 가능성이 있고, 이후 4강에서는 C~D조의 복병 사우디아라비아나 우즈베키스탄과 대결하는 등 고비를 넘어야 한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정상빈(미네소타), 김지수(브렌트퍼드), 박규현(드레스덴), 이한범(미트윌란) 등 많은 국외파 선수 없이 팀을 조련해야 하는 것은 고민스럽다. 황 감독은 “해외파를 소집할 수 없다. 하지만 K리그에도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많이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조직력을 다듬을 것”이라고 했다.
K리그의 22살 선수 의무 출전 규정으로 각 팀에는 실전 능력을 갖춘 23살 이하 선수들이 많다. 아시안게임 때도 활약한 고영준(포항), 엄지성(광주), 안재준(부천), 허율(광주), 황재원(대구) 등은 황 감독의 전술에 특화돼 있다. 여기에 공격진의 전병관(대전)과 미드필더 민경현(인천), 수비수 조위제(부산), 조현택(울산), 서명관(부천), 조성권(김포), 김선호(부천) 등은 11월 유럽 평가전에서 황 감독의 테스트를 받았다.
유연한 용병술로 선수들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 황 감독은 “결국 소집훈련이 중요하다. 최대한 빨리 모이고, 평가전도 치르면서 전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내 전술은 유연하다. 소집기간이 짧기 때문에 팀의 밸런스를 잘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한 밸런스는 그라운드 위의 수의 균형으로 볼 수 있다. 밀고 들어갈 때 수가 많으면 좋지만 지속해서 할 수 없고, 수비에서도 무의미하게 수가 늘어나는 것은 좋지 않다. 효율적으로 가담하고, 압박하고, 역습하고, 빠른 공수전환을 이뤄내야 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훈련이다. 논스톱 패스 등 빠른 전개를 강조하는 황 감독은 잘 하는 선수를 뽑고, 선수 특성을 살리고, 전술적 색깔을 입혀 강팀을 만들어야 한다.
일본과의 조별리그 대결도 신경이 쓰인다. 황 감독은 2022년 23살 이하 아시안컵 8강에서 일본에 0-3으로 진 기억이 있다. 황 감독은 “그때 경기를 여러번 봤는데 많이 부족했다. 일본이 좋은 팀이지만 조직적으로 부딪히면서 해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얻는다면, 24살 이상 선수를 와일드카드로 충원할 수 있다. 황 감독은 “뽑을 수야 있다면 토트넘의 손흥민, 즈베즈다의 황인범, 바이에른 뮌헨의 김민재가 좋을 것이다. 문은 열려 있다”며 웃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축구는 11명이 하지만 결국 일대일 싸움에서 갈린다. 선수층이 두터운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차이가 나오는 이유다”라며 “황 감독이 워낙 경험이 풍부하고 내공이 있다. (우리 현실에서는) 조직력을 끌어올려서 대비해야 한다. 반드시 본선행을 이룰 것”이라고 기대했다.
1월 팀 소집 훈련에 들어가는 황 감독은 “10회 연속 진출, 꼭 이루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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