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연임 도전’ 푸틴·모디...‘스트롱맨의 시대’ 계속된다 [2024 선거 슈퍼볼]

2024. 1. 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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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모디 등 스트롱맨 재집권 확실시
푸틴 5연임시 ‘우크라전 초장기화 vs 휴전 협상 속도’
모디 총리 정경유착 비판에도 경제 자신감으로 도전
다극화 외교로 국제사회 존재감 상승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로이터, A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해 3월 치러지는 러시아 대통령선거에서 5선에 도전한다. 사실상 경쟁자가 한 명도 없는 가운데 대선에 성공하면 푸틴 대통령은 2030년까지 임기를 6년 더 연장하게 된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오는 4월 세번째 임기에 도전장을 내민다. 모디 총리는 자신의 세번째 임기에는 인도를 세계 3대 경제대국으로 올려놓겠다고 호언했다. 2개의 전쟁이 계속되고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에 군사 대국 ‘스트롱맨(strongman·철권통치자)’들이 N번째 연임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5선 도전 푸틴, 러시아 혁명 이후 최장기 집권=푸틴 대통령은 올해 3월 17일에 열리는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 무소속으로 입후보하며 5선 도선을 공식화했다. 그가 선거에서 승리하면 2000년과 2004년, 2012년, 2018년에 이어 2030년까지 집권하게 된다.

푸틴은 2012년 개헌을 통해 총 6선, 즉 2036년 그의 나이 84세까지 집권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그때까지 푸틴이 권좌를 지킨다면 30년을 집권한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공산당 서기장을 제치고 러시아 혁명 이후 최장기 권력자로 등극한다.

수감된 러시아 야당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AFP]

푸틴 대통령은 80%에 가까운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지만 반대 세력에 대한 탄압도 늦추지 않고 있다. 푸틴의 대표적인 정적이자, 정치적 라이벌인 알렉세이 나발니는 3주간 행방이 묘연하다 지난 26일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지역에 있는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나발니는 2021년부터 사기 등 혐의로 11년6개월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나발니를 포함해 푸틴의 정치적 라이벌들이 각각 독살과 투옥, 비행기 추락 사건을 당하며 지난 8월 마이클 감마게 전 가톨릭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런 원초적인 힘의 표현에서 마피아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선거 과정을 철저히 그의 통제 하에 두기 위해 푸틴은 선거법 조항을 변경해 선거관리위원회 회의 취재를 등록 매체에만 허용하는 등 언론 통제도 적극적으로 단행했다.

푸틴의 5연임 확정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러시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해방이란 목표 달성 때까지 전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푸틴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전쟁 초장기화 국면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5연임에 따른 여론 피로감 개선 등을 고려해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는 선에서 휴전 협상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푸틴의 압승이 점쳐지고 있지만 러시아 대통령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이들은 15명이나 된다. 여성 언론인이자 변호사로 반푸틴 인사인 예카테리나 둔초바도 푸틴과 겨룰 예정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평화, 알렉세이 나발니 등 정치범 석방을 주장하고 있다. 둔초바는 “제정신이라면 두려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두려움이 승리해서는 안 된다”고 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유명 군사 블로거 이고르 기르킨도 지난 12월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극단주의 혐의로 구금 중인 그는 유죄 선고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친정부 성향인 러시아 자유민주당의 레오니트 슬루츠키는 “푸틴 대통령의 표를 빼앗지 않을 것”이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정경 유착·언론 탄압 의혹 모디…경제 자신감으로 도전장=모디 인도 총리는 올해 4월 소속 정당인 인도인민당(BJP)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3연임에 성공한다. 이럴 경우 2029년까지 정권을 잡을 수 있다.

그가 내세우고 있는 것은 경제적 자신감이다. 모디 총리는 지난달 18일 서부 구자르트주 수라트시에서 열린 ‘수라트 다이아몬드거래소(SDB)’ 개소식에서 “지난 10년의 임기 동안 인도는 세계 10위에서 5위의 경제대국이 됐다”면서 “세번째 임기에는 인도를 세계 3대 경제대국으로 올려놓겠다”고 약속했다.

인도 카슈미르의 한 시장에서 사람들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초상화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EPA]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산한 세계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에 따르면 인도는 올해 미국·중국·독일·일본에 이어 세계 5위 경제 대국이다. 인도는 올해 3조7300억달러(약 4800조원)의 GDP를 기록했으며 성장률 잠정치는 7.2%로 4위인 일본(4조2310억달러)을 바짝 뒤쫓고 있다.

야당 및 반대세력들은 모디 총리의 독재와 정경 유착을 비판하고 있다. 모디 총리가 지연 등으로 엮인 인도 기업인 아다니 그룹에 각종 특혜를 줬으며 이 기업이 반(反) 모디 성향의 언론사를 지난해 매입하면서 정경 유착 및 언론 탄압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 산하 EIU(The Economist Intelligence Uint)가 지난 2월 발표한 ‘2022 민주주의 지수(Democracy Index)’에서 인도는 모디 집권기인 2014~2022년 민주주의 순위가 27위에서 46위로 떨어졌다.

이같은 비판에도 인도의 경제성장 및 전반적 삶의 질 상승에 힘입어 모디의 국정 지지율은 70%가 넘게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도는 숙적인 중국의 인구 및 경제성장률을 추월했다”며 “여기에 ‘깨끗한 화장실 캠페인’으로 대표되는 삶의 질 상승을 위한 모디 총리의 사회 정책이 주효했다”고 평했다.

모디 총리의 3연임은 국제 외교에도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모디 총리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세계 패권국 누구와도 등지지 않는 다극화 외교를 펼치고 있다. 모디 총리의 오른팔인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교장관은 지난해 6월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동맹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국제관계,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다극화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도 러시아 석유를 싼 값에 사들였으며, 미국과도 정상회담을 열었다. 이처럼 자신만만한 줄타기 외교를 하는 것은 인도가 미국에게는 인도·태평량 전략의 중심 축이며 러시아에게는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몇 안되는 협력국이기 때문이다.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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