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컷] 격납고는 뜨거웠다, 국산 전투기 제작 현장 가보니
“그라운드 클리어!”
한파가 계속되던 지난해 12월 19일 새벽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격납고에서 이륙 준비를 마친 한국형전투기(KF-21, 보라매) 시제 1호기가 라이트를 켜며 늠름한 모습을 뽐냈다. 이어 정비팀(1호기 그라운드 크루)의 ‘이상 없음’을 조종사에 보고한 뒤 요란한 굉음과 함께 이날 맡은 임무를 위해 인근 제3훈련 비행단으로 이동했다. 이동 간에도 활주로와 도로 등에서 정비팀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잠시 후 KF-21은 이륙했고, 음속에 가까운 고속의 속도로 지상 45m를 유지하며 비행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전날 18일 오후 비행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던 정비팀은 나빠진 날씨에 비행이 취소되자 기체 아래에 달려있던 미티어공대공미사일 등을 분리하는 작업을 다시 했다. 비행이 취소되자 지난 몇 시간의 정비는 다음날 새벽 임무를 위해 다시 점검이 시작됐다. 마지막 점검 후 늦은 밤이 되어서야 퇴근했고, 다음날 새벽 칼 같이 시간을 맞춰 격납고에 나타난 정비팀은 또 한번의 비행점검을 마쳤다.
지난 2022년 7월부터 시작된 KF-21 시제기의 최초 비행이 올해(2023년) 6월말 6대 모두 성공했다. KF-21의 성공적 비행으로 한국은 러시아, 미국, 스웨덴, 유럽(독일 등 4개국 컨소시엄), 일본, 중국, 프랑스 등 이른바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전차, 잠수함, 헬기 등 K-방산의 육해공 작전에 사용 될 또 하나의 무기가 생긴 것이다.
KF-21의 시제기 개발에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KAI 등을 포함한 수백여 개의 기관이 참여했다. 수만여 개의 표준 부품, 수천 개의 구조물과 배관, 수백 개의 전자 장비와 기계장치, 전기배선 등이 사용됐다. 부품 국산화율도 60~7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KF-21은 5세대 랩터의 일부 스텔스기 성능을 탑재했다. 특히 ‘전투기의 눈’으로 불리는 AESA(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능동형 위상 배열) 레이더를 장착하고 있다. KF-21의 AESA 레이더는 해외 기술 이전 없이 ADD와 KAI 그리고 한화시스템 등 국내 방산업체와 700여 개 중소 협력사가 협업을 통해 개발했다.
앞으로 KF-21은 추가 시험 비행을 통해 여러 환경에서의 전투기 특성을 검증 받게 된다. 또한 공중 급유와 외부 연료탱크 분리, 공대공 무장 발사 시험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후 공대공 무장 능력(2026년)과 공대지(2028년) 무장 능력을 시험하는 2단계 개발 계획을 거쳐 최종 마무리된다.
눈이나 비가 오락가락,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서도 KF-21 시제기의 비행 시험과 지상 시험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오는 2026년 후반기 공군에 납품하기 위해 2,200소티(1소티=1회비행) 완료해야 되는 비행 시험을 위해 KAI 소속 직원들은 영하의 한겨울 날씨, 한파속에서도 새벽 찬 이슬을 맞으며 비행 준비를 하는 모습에 가슴속 한구석이 뜨거워진다.
1호기 정비팀 강성진 조장은 “업무가 이렇다 보니 최선을 다하는 것 뿐, 남들이 하지 않는 업종에 종사하다보니 보라매를 만들고 정비할 기회가 생기고 자부심이 생긴다”며 개발 업무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 옆에 있던 이민규 수석은 ”어쩔 수 없는 거죠. 해야 될 일이니까!”라며 “항상 이륙할 때 좋고 안전하게 착륙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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