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한 것 없는데..." 수비가 완성됐다, '데이터 배구+특급케미'가 만든 '2023년 1위팀' 현대건설

인천=안호근 기자 2024. 1. 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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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인천=안호근 기자]
현대건설 선수단이 31일 흥국생명전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특별히 훈련시키는 게 없는데 잘하더라고요."

수원 현대건설의 빈틈없는 수비 비결을 묻자 강성형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취재진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선두 현대건설이 추격하는 라이벌을 완벽히 잡아내고 2023년을 가장 만족스럽게 마쳤다.

현대건설은 12월 3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0, 25-20, 25-19)으로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15승 5패, 승점 47를 기록한 현대건설은 2위 흥국생명(15승 5패, 승점 42)과 격차를 더 벌리며 2023년을 마무리했다.

이날 승리의 요인은 단연 흥국생명 수비 라인을 뒤흔든 현대건설의 다양한 공격 패턴이었다. 39점을 합작한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 김연경, 레이나 도코쿠(등록명 레이나) 세 명이 공격 점유율 85.59%를 나눠가진 흥국생명과 달리 현대건설은 38.14%의 공격을 맡은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를 제외하면 양효진, 정지윤, 위파위 시통(등록명 위파위), 이다현이 고루 공격을 펼치며 흥국생명을 제압했다.

서브 리시브를 하는 위파위. /사진=KOVO
그러나 이날은 현대건설이 자랑하는 수비도 빛났다. 블로킹에선 9-4로 압도했고 리베로 김연견을 필두로 한 디그와 전반적인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보였다. 현대건설이 공격 성공률 44.07%를 기록한 반면 상대를 33.90%로 묶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적장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경기 후 "상대팀이 대단히 좋은 경기를 치렀다. 이길 자격이 있었다. 우린 블로킹이나 수비가 잘 안됐다"며 "블로킹이나 수비적으로도 좋았다"고 인정했다.

경기 후 강성형 감독은 리시브 효율 52.94%를 기록한 위파위를 칭찬했다. 그는 "공격도 그렇고 수비에서도 어려울 때 공을 잘 올려주며 분위기 반전이 됐다"며 "(공격 땐) 세터가 아닌 다른 토스에도 잘 공략했다. 그런 쪽에서 잘 역할 해주고 있다. (정)지윤이 옆에서 리시브도 많이 커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의아할 정도로 탄탄한 수비를 자랑하고 있는 현대건설이다. 강 감독은 "블로킹의 높이도 좋지만 유효 블로킹을 중시하는데 오늘도 나올 상황에서 정확히 나왔다. 수비와 블로킹에서 자리를 잘 지켰다"며 "특별히 훈련시키는 게 없는데 잘하더라"고 말했다.

물론 겸손의 표현이기도 하다. 강 감독은 "어느 팀이나 그렇겠지만 데이터를 갖고 수비 위치를 어디로 찾아갈지 미팅 시간에 얘기하는데 잘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을 받아내고 있는 김연견(왼쪽). /사진=KOVO
김연견의 역할도 지대하다. 올 시즌 세트당 5.039개의 디그로 이 부문 3위에 올라 있는 김연견에 대해서는 "리시브 쪽에선 범위가 크고 수비 역시 잘 해주고 있다"며 "연견이가 있으면 그 자리는 비워두고 다른 쪽에 집중한다. (폼이) 올라오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남자 경기에 비해 한 방 힘 싸움에 의해 득점이 갈리는 경우가 많다면 여자부의 경우 상대적으로 긴 랠리가 더 많다. 강 감독은 "남자 경기에 비해 여자 경기에서 수비 때 데이터를 갖고 하면 견고하게 (수비력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오늘도 랠리 긴 게 많았다. 거기서 좋은 건 (잘 막아낸 뒤) 다양한 득점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에게서도 또 다른 비결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연견은 스스로 문제를 돌아보고 변화를 택했다. "직전 경기 때 수비가 잘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세도 바꿔보고 했더니 그게 잘 된 것 같다"며 "수비할 때 몸이 들려있다든지 자세가 안 낮춰져있고 손도 앞이 아닌 뒤에 있거나 했는데 좀 더 빨리 반응할 수 있는 데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강 감독이 설명한 데이터 기반 수비 위치 확립도 분명히 도움이 됐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또 하나는 선수들간의 특별한 케미스트리다. 위파위와 디그 3개씩을 하는 등 수비에서 동반활약을 펼친 김연견은 "위파위도 리시브 자리가 넓다. 나나 위파위나 서로 커퍼를 하겠다고 한다. 그런 수비 범위 얘기를 많이 한다"며 "엄청 적극적으로 하니까 옆에서도 더 자신있게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경기 중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강성형 감독(가운데). /사진=KOVO
시즌 초보다 수비가 많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는 위파위 또한 "집중을 많이 하게 된다"며 "(김연견은) 너무 잘하는데 경기마다 상황이 다르다보니 그것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고 배우고 있다"고 김연견을 치켜세웠다.

올 시즌 주장을 맡은 김연견은 이 같은 남다른 조직력이 더할 나위 없는 분위기에서 비롯된다고 밝혔다. "처음 주장을 맡았는데 이전엔 나만 생각했다면 이젠 전체적으로 생각한다. 부담도 있지만 해내야 한다. 선수들이 말을 잘 들어준다. 단합이 너무 잘 된다"며 "(황연주도) 논외는 아니다. 잘 들어주고 (출전하지 못할 때도) 뒤에서 얘기를 더 잘해준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방심하지 않는 것도 현대건설의 무서운 힘이다. 부상으로 결장했던 지난 맞대결을 지켜보며 "'와 대박, 우리 너무 잘한다'고 생각했다. 너무 기쁘고 행복하게 봤다"는 그는 이날 승리에 대해 "기분이 좋긴 36경기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다음 경기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에 첫 2경기 모두 패했던 현대건설은 이후 2경기를 모두 가져오며 자신감도 크게 얻었다. 그럼에도 김다인은 "마지막까지 잘 끌고 가야 한다. 지금은 의미 없다. 6라운드까지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주장인 연견 언니가 말을 많이 해주고 (양)효진 언니도 뒤에서 잘해준다. 믿고 따라 가면 되는 것 같다. 우리 팀이 너무 좋다"고 해맑게 웃었다.

잘 되는 집은 다 이유가 있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팀 분위기와 조직력 어느 하나 부족한 것 없는 현대건설의 면모를 잘 알 수 있었던 2023년 마지막 경기였다.

위파위(왼쪽부터), 김연견, 김다인이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인천=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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